발행일: 2025-11-26 11:15 (수)

[전법일기] 여행서 찾지 못한 삶 목표  부처님 가르침서 찾아보길  

여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어느 날, 제주도에서 한 달을 지내다 막 서울에 왔다는 프랑스인 여성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그에게 나는 먼저 방을 안내하고, 사찰복으로 갈아입게 한 후 템플스테이 동안 지켜야 할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

아직 한 번도 혼자 해외여행을 해보지 못했기에 혼자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 나도 세계를 혼자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은 과연 이 여행에서 무엇을 찾으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런 궁금함을 뒤로 한 채 그 외국인 참가자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저녁 일정 중 선택사항인 108배를 할지를 물으니 선뜻 하겠다고 했다. 호기심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오히려 108배에 더 적극적으로 참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여성도 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니 이를 주의 깊게 보고 이내 따라 하기에, 108배를 경험하고 나면 뭔가 해냈다는 또 다른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매일 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여성은 108배를 끝까지 마쳤다고 했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눠 보니, 그녀는 개인 사업을 하다가 접고 멕시코에 살고 있으며 1년에 6개월 동안 이렇게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한국에 남편과 함께 왔는데 남편이 손목을 심하게 다쳐서 치료차 먼저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그리 오랫동안 집을 떠나 여행하느냐고. 그녀의 답은 인생의 목표를 찾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선재 동자의 구도 여행인가? 그래서 다시 질문하였다. 그 목표를 찾았느냐고.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전날 이태원에 갔는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일을 대할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은 채식가인데 한국에서는 채식 식당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나는 절에서 조용히 명상도 하고 채식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 절에 잘 오셨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와서 템플스테이를 하게 된 것도 인연이니, 여행에서 찾지 못한 삶의 목표를 부처님 가르침 속에서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러면 분명 내 안에서 그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먼저 매일 아침 절도 하고 명상도 해보라고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템플스테이 참가하기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꼭 다시 한 번 한국에 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진 저녁 식사 시간, 그녀는 공양간으로 이동하자 채식으로만 이뤄진 사찰음식을 보고는 매우 만족해했다. 나는 그녀에게 저녁예불 참석을 독려하고 절에 머무는 동안 소중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절을 나서며 일주문 앞에서 부처님 전에 감사의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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