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전법일기] 씨앗은 작아도 꽃은 크게 핀다 

전법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도량도, 법회장도 아닌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필자는 부산 홍법사에서 2002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 활동을 시작했다. 합창을 지도하고 플루트를 연주하며 함께 노래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아이들 옆에는 언제나 부모님들이 있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법회에 오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21일 동안 〈반야심경〉 21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중 몇 분이 시작했고 그 작은 실천은 놀라운 변화로 이어졌다. 〈반야심경〉은 〈천수경〉으로, 〈천수경〉은 다라니 독송으로, 독송은 사경과 절 수행으로 이어졌다. 매일 SNS로 서로 격려하며 기도하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도반이 됐고, 그 모습은 그 자체로 보살행이었다.

후원회장님과 상의해 ‘내 안의 감사 향기’란 100일 감사일기 수행도 이어 나갔다. 아이들이 함께 하는 수행으로, 부모님, 친구, 스승, 동생은 물론 길고양이한테까지 매일 감사한 일을 적었다. 

감사 수행 후 100일 108배 수행을 이어 갔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가족과 함께 108배를 했다. 거실이 법당이 되고 방이 도량이 됐다. 절을 마친 날에는 서로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고 가정 속에서 수행이 자라났다. 그 100일이 끝날 때마다 스님과 가족이 함께 모여 격려와 축하를 나눴다. 그 시간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환희였다.

시간이 흘러 그때 손잡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이제 청소년이 됐고 어느새 청년불자가 됐다. 대학생이 돼서도, 입대 전이나 휴가 때도 도량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씨앗은 작아도 꽃은 크게 피는구나”라고 혼잣말하곤 했다. 그 아이들이 곧 불교의 미래이고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더 빠르고 복잡해졌고 청소년들의 마음은 예전보다 더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지난여름, 싱잉볼 명상과 함께하는 청소년 인성프로그램을 1박 2일로 진행했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 청소년을 위한 전법이 필요하다’는 큰 확신을 가졌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분노 대신 자비를, 비난 대신 연민을 배워 마음을 여는 길은 무엇일지를 연구해 오고 있다. 또 부족하지만 조계종 포교원의 ‘청소년 인성교육계발 프로그램’ 공모전에도 지원했다. 

나는 믿는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린 영혼에게 가장 큰 길잡이가 된다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 자비로운 시선, 마음을 바라보는 수행은 삶의 방향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전법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다시 웃을 수 있게 돕는 일, 스스로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하는 일, 마음의 씨앗을 지켜 주는 일, 그것이 곧 포교이자 수행이고 보살행이다.

오늘도 나는 청소년을 떠올리며 조용히 붓다볼을 준비한다. 울림은 멀리까지 퍼지지 않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그 울림으로 아이들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곳이 곧 도량일 것이다. 전법일기 마지막 장, 나는 이렇게 적고 싶다. “씨앗은 작아도, 꽃은 크게 핀다.” 그 작은 씨앗을 오늘도 청소년들의 마음에 심고자 한다. 그리고 잔잔하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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