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박사학위 논문 바탕 저술
불안 시대 치유책 ‘관점 전환’ 제시
동아시아 정신문화 핵심 직면해야
‘한방에 깨닫는 법’. 수행도 숏폼처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일까 싶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불교계 전방위 지식인’ 자현 스님은 신간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에서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핵심 사유와 수행 전통을 직면하라”고 역설한다.
스님은 현대인들이 불행한 이유를 ‘세상을 부정하는 이원적 사고’에서 찾는다. 서구 근대철학이 ‘결핍의 인간’을 전제했다면, 동아시아 일원론은 ‘이미 완전한 나’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욕망을 억누르지 않으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혜를 찾는다. ‘이미 완전한 나’를 환기하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동아시아 정신문화가 오늘날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자현 스님은 “물질문명의 한계에 직면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명상과 같은 정신적 가치에 대한 요구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다”며 “그러나 인도의 불교나 요가가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과 달리, 동아시아 전통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불교의 전래 과정과 유교도교와의 결합 등 정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현 스님은 책에서 동아시아의 특징적인 정신문화에 대한 역사적이고 실질적인 담론을 펼친다.
1장에서 동아시아 명상의 특징과 선행 연구를 살핀 후 2장에서는 동아시아 명상의 배경이 되는 일원론을 검토한다. 3장에서는 동아시아의 인간 완성과 명상의 핵심인 심성론을 검토하고, 4장에서는 동아시아 명상이 가지는 특징을 정리한다.
이 같은 논의를 종합해 스님은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특징을 △현재의 지금에서 완성 △현실의 모순 그대로를 직시함 △인식 환기를 통한 관점 전환 △현재의 인정과 욕망 긍정 △걸림 없는 대자유 △타자에게 어떠한 강요도 없는 미학적 관점이라는 6가지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핵심은 ‘관점 전환’이다. 같은 현실이라도 바라보는 눈이 바뀌면 그 자체가 ‘깨달음의 문’이 된다는 것이다. 스님은 “불교의 수행이란 결핍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완전한 본성을 환기하는 혁명”이라며 “이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행복을 배우고 그 자체로 행복이 되는 영원한 자유로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의 여덟 번째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된 책이라 읽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책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실을 떠나 이상을 찾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완전함을 자각하라.”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한방’이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는 번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깨닫는 삶의 전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