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붓다는 믿으라 하지 않았다”

‘절집 숨은 고수’의 40년 탐구 
귀의·윤회 등 새롭게 풀이
“불교는 인생 사용 설명서”

'불교 도장 깨기'를 펴낸 고광 스님. 사진 제공=불광출판사
'불교 도장 깨기'를 펴낸 고광 스님. 사진 제공=불광출판사

당연하게도,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깨달음의 길, 즉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수행의 종교다.

그렇다면 이런 믿음은 어떨까? “삼매에 빠져야 깨달을 수 있다.” “괴로움은 운명이다.” “해탈은 죽은 뒤에야 가능하다.”〈불교 도장 깨기〉는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경전에 근거해 하나씩 깨부수는 책이다.

먼저 저자의 이력에 눈길이 간다. 고광 스님은 고등학교 재학 중 법주사로 출가해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인생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미국과 미얀마 등에서 수행했다. 하지만 17년간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며 그간의 수행이 ‘분노와 탐욕에 너무나 무기력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전에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스님은 빨리어 니까야와 한역 〈아함경〉을 대조하며 번역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을 거쳐 붓다의 깨달음을 ‘믿음이 아닌 이해의 길’로 복원했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에서 ‘어원으로 본 불교’를 주제로 강의했고, 이를 다듬어 엮어 낸 책이 〈불교 도장 깨기〉다.

“붓다는 믿으라 한 적이 없다. 확인하라, 검증하라, 스스로 알아차리라 했다.”

고광 스님은 ‘불교’에서 추상적 믿음과 신비한 체험을 걷어 내고, 삶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설명서’로 읽어 낸다. 8정도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생활 방식이고, 12연기는 괴로움 소멸의 설계도이며, 4념처는 몸느낌마음법을 관찰하는 현실적 도구로 풀이하는 식이다.

책은 불자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귀의(歸依)’의 정확한 뜻을 새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돌아가 귀의한다’고 번역하는 이 단어를 스님은 ‘붓다에게 투항하고 의지한다, 순종하며 의지한다’로 해석했다.

‘붓다’라는 단어에 대해선 “중생이 깨달아 알았을 때 그를 붓다라고 부르지, 붓다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일체가 법’이라는 분명한 깨달음이 생기면 그를 우리는 붓다라고 부르고, 그런 깨달음이 없으면 중생이라고 부를 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계를 지키고, 선정을 닦으며, 지혜를 얻는다’는 식의 막연한 설명 대신 “계율도 배워야 하고, 선정도 배워야 하고, 지혜도 배워야만 비로소 해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8정도의 정견(正見)은 ‘보는 법이 달라져야 길이 열린다’는 말로, 정사유(正思惟)는 ‘생각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는 표현으로, 정어(正語)는 ‘말이 곧 현실을 만든다’는 문장으로 정리함으로써 ‘붓다의 말’을 곧장 나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익숙한 불교 용어를 하나하나 다시 짚으며 “불교는 지금 나를 깨우는 새로운 언어”임을 역설하는 스님은 “붓다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배워서 귀의한다면 오래지 않아 붓다와 같은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고광 스님의 불교 도장 깨기 / 고광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만4000원
고광 스님의 불교 도장 깨기 / 고광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만4000원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