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편액은 하나의 불국정토 상징‘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라는 문장이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글이다. 글과 학문을 깊이 익힌 사람에게서 저절로 묻어나는 내면의 향기를 이른다. 18세기 프랑스 박물학자 뷔퐁이 말했다. “글이 곧 사람이다” 이때의 글의 의미는 문장이다. 사람이 쓰는 글씨 속에도 저마다의 개성과 삶의 태도가 밴다. 글씨에 미묘한 기운이 있고, 표정이 있다. 글도 생명력이 있어 살아 꿈틀거린다. 당대 최고 수준의 글은 명필의 글을 모은 법첩(法帖)이나 금석문의 비첩(碑帖)에 전해진다. 법첩과 비첩은 서예 교과서로
〈원문〉아난이 가사를 정돈하고 절을 하고 부처님께 솨뢰었다.“대비하는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가 되는 법문을 깨달아서 의혹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항상 여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자신이 제도 받지 못했어도 먼저 남을 제도하려는 것이 보살의 발심이요, 자기의 깨달음이 이미 원만해지고 다른 이를 깨닫게 하는 것은 여래가 세상에 응하는 일’이라 하셨습니다. 저는 비록 제도되지 못했으나 말겁의 일체중생을 제도하려 합니다. 세존이시여, 말겁의 중생들이 부처님 계실 때와 점점 멀어져 그릇된 스승들의 설법이 갠지스강 모
6신통을 갖춘 진여보살은 생멸문 전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어디든지 마음대로 오고 갈 수도 있다. 9지 보살은 천이통을 활용해서 모든 중생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숙명통과 타심통을 활용해서 중생들의 업보와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역무육입진을 통해 모든 반연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는 것이 6신통의 권능 때문이다. 10지 법운지에서 행해지는 보시바라밀은 생멸문의 본원인 원초신을 제도하는 것이다. 진여보살이 생성해내는 밝은성품으로 생멸문 전체를 덮으면 법운지에 들었다고 말한다. 그 상태에서 역무명색진(亦無名色盡), 역무식진(
알면 너무 쉽고, 모르면 너무 어렵다.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이해와 해석만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그 단어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작곡가가 하나의 음표를 이용하여 다양한 음률을 표현하는 것처럼 하나의 단어도 아주 다양한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사전적인 하나의 의미로만 알고 있다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음률을 듣지 못한다. 음표가 위치에 따라 춤을 추듯, 단어도 음률을 가지며 춤을 출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단어 혼자만으로는 춤을 출 수가 없다. 어떻게 사용되어지느냐에 따라 다양한 표현력을 가지게 된다. 그
민요 ‘도라지’의 가사인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의 백도라지…”는 동양철학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도라지’는 ‘도(道)라지’이고, ‘백도라지’는 ‘백(白)도라지’로 흰 백(白)은 손괘(巽卦)로 하늘의 신도(神道)를 나타낸다. 또 ‘백(百)도라지’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는 진리는 100의 수리(數理)로 표상된다는 것이다. ‘심심산천’은 ‘심심산천(深深山川)’으로 깊고 깊은 마음의 산과 샘물을 의미한다.도라지는 초롱꽃과 도라지속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하늘색 또는 백색으로 7~8월에 핀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여름산의 수목(樹木)들을 보고 있으면 생명력 넘치는 짙은 녹음 때문인지 식물성을 버리고 동물성에 귀속된 것만 같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필자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사진)의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책장에서 꺼내서 읽는다. 〈금오신화〉가 중국의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금오신화〉가 〈전등신화〉보다 심원하다고 할 수 있다. 가령, 같은 명혼(冥婚)이라는 소재를 차용해도 〈전등신화〉는 흥미를 유발하는 데 그치는 반면 〈금오신화〉는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다.
필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능한 1년에 2번 정도는 5일 이상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묵언수행 프로그램을 참여하려고 한다. 올해는 8월 중순 제주도에서 진행된 5박6일 묵언안거 집중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반도를 가로질러 북상한 태풍 ‘카눈’ 때문에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되어서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태풍 세력이 일찍 약화되면서 늦게나마 합류할 수 있었다.제주공항에 내려 서둘러 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수행처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기세트와 홍차였다. 나무로 된
‘간화선은 최상승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화두 참선이 깨달음에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다. 깨달음을 수행하는 불자라면 누구나 빠른 깨달음으로 생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하고자 한다. 어째서 화두선은 생사 해탈의 가장 빠른 길이라 하는가? 오늘은 이 이야기를 살펴보자. 중도에 근거한 수행법은 다 좋다불교 경전에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바로 깨달음을 성취하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나온다. 또 깨치는 방법도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불교에서 깨달음은 중도(中道)이다. 부처님은 깨치고 첫 설법에서 당신이 중도를 깨쳤다는 중도대선언을 하였
삭발과 입방을 거쳐 스님들은 출가 이후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행자(行者) 시절을 꼽는다. 그 무엇보다 대중과 함께하는 초심시절의 마음공부가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행자 때 지은 복으로 평생 승려노릇 한다”는 말도, 대중을 위한 하소임을 수행으로 여기며 살아온 행자의 삶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행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은 삭발이다. ‘머리를 깎는다’는 말이 출가를 뜻하듯이, 삭발은 속가와 단절된 출세간의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징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막 바로 행자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사찰 일꾼들과 함께 기거하
식사나 하자며 다섯이 인근 식당을 찾았다. 허름한 간이음식점이었다. 차와 자빠디를 시켜 먹으며 좀 전에 오오스마 기자와 나누던 말을 곱씹었다. 생각할수록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렉스와 말을 나누게 되었다. 먼저 알렉스에게 입을 연 것은 오오스마 기자였다. 그도 나와 나누던 말을 곱씹고 있었던 모양이었다.-이곳이 이슬람 문화권이긴 한데 그보다 먼저 불교 문화권이라는 것은 모르시지는 않으셨을 텐데…?오오스마 기자의 말에 알렉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맞습니다. 알고 있어서 더 이상했습니다. 이곳으로 와보니 이곳
〈원문〉여래가 문수사리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그대가 지금 여기 25무학인, 대보살들과 아라한들을 보라. 각각 처음에 도를 이룬 방편을 말하여 다 진실한 원통을 닦아 익혔다고 말하니 저들의 수행에 실로 우열과 전후의 차별이 없겠으나 내가 지금 아난으로 하여금 깨닫게 하려면 25행에서 어느 것이 아난의 근성에 적당하겠는가? 겸하여 내가 멸도한 뒤 이 세계 중생들이 보살승에 들어가 무상도를 구하려면 어느 방편으로 쉽게 성취할 수 있겠는가?”문수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발에 절을 하고 게송을 설해 부처님께 아뢰었다.“깨달음의 바다 그 성품
보살이 현전지에 들어가면 분리시켰던 자기 생멸심도 중간 반야해탈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보살의 보살핌이 없어도 생멸심 스스로가 대적정과 대자비를 행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멸진정을 성취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보살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현전지에서 행해지는 보시 바라밀은 암마라식을 돈독하게 갖추는 것이다. 암마라식으로 이루어진 육근을 정비해서 보살의 눈, 귀, 코, 입, 몸, 생각이 원만하게 갖추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이때에 행해지는 보시 바라밀이다. 진여보살이 멸진정의 과정에서 분리시킨 생멸심은 두 가지 성향의 존재 양태를
어디에도 없는 세상과 어디에도 없는 나를 만들어 놓으면 본질에 대해 궁구하더라도 끝내 그 본질에 대해서는 알 수도 없고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 기본적인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진리를 탐구하는 것은 세상에서 배우는 방식처럼 앞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배우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객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배우는 자가 살아온 나이와 경험은 진리와는 아무 연관성이 없음을 알고, 출발하는 순간부터 마음으로 일으키는 분별을 쉬고,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장마에다 높은 습도와 온도 그리고 정치, 사회, 문화 등 어느 부분에 속 시원한 것이 없이 답답한 요즘. 초발심이란 단어로 여러분의 마음과 내 마음 하나 되어 부처님 뜻 이루는 시간되기를 기대하며 붓을 잡아 봅니다.‘초발심’의 사전적 의미는 “불도를 구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일으킴”이라는 말로 신발의(新發意-보리심을 처음 일으킴) 또는 금도심(今道心-전에는 속인이었지만 지금은 불도를 믿는 마음)이란 단어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요.초발심, 발심 없이 수행이 있을 수 없고 수행이 따르지 않으면 발심은 헛된 망상이라고들 합니다. 스스
한 뼘의 희망 / 정용숙경주 불국사 말이지 뒤꼍에 대숲이 있고, 검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있는데 뒤란으로 돌아가면 무수히도 많은 돌무덤이 있어, 큰 것이야 고작 한 뼘 반쯤, 작은 것은 새끼손가락만할까고 고만고만한 것들이 짊어진 희망은 크기가 다 같아누가 뒤란을 돌다 무심히 던져 놓은 돌멩이가 먼저 것에 가 앉았을 게야그것은 자꾸만 쌓이면서 돌탑이 되고, 바라는 게 많았던 눈에 돌부처로 보였던 게지이제는 단순히 돌무더기가 아닌 한 구 한 구 부처로 서서 다시 찾은 나를 지켜보고,눅눅하고 어둔 뒤란에서 어깨 가득 가난한 자들이 자꾸
우리는 5가지의 몸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석가모니 붓다는 5온(五蘊)이라 했다. 다섯 가지의 덩어리 또는 무더기란 뜻으로 ‘색(色)·수(受)·상(相)·행(行)·식(識)’이다. 우선 물질로서의 색신(色身)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몸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본래 용어는 색온(色蘊)이나, 보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색신이라는 용어를 본 글에서 쓰기로 한다.) 색신이라는 물질로서의 몸체(물질체) 이외에도 수신(受身), 즉 감각 또는 감정의 몸체(감정체)가 있다. 감정의 몸체는 긍정적인 면모보다 대부분 부정적인 면모로 형성되어 있어
후풍도(候風島), 제주의 첫 관문인 추자도의 옛 이름이다. 바람의 길 위의 섬이다. 조선 최고 표해록 중의 하나인 최부의 〈금남표해록〉도 추자도에서 태풍을 만나면서 시작된다.추자도는 사람이 최초로 거주한 연대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주도와 한반도를 잇는 뱃길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한다. 〈고려사〉에 삼별초를 진압하기 위한 여몽연합군과 목호의 난을 진압하기 위한 최영의 병력도 이곳에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후로 주민들은 최영의 사당을 세워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바람의 섬은 격변의 역사를 겪었다. 고려말에는 왜구의 침입이 극심하
요즘 생활에 여러 가지로 여유가 있으시고 두루 평안하시온지요. 삼가 그리워하는 마음 그지 없습니다. 저는 예전 같이 지내고 있어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집의 동생 혼사의 연길(혼사 날짜)을 드리오니, 신랑의 옷 치수를 적어 주시길 삼가 바랍니다. 예를 갖추지 못하고 줄이니 헤아려 주십시오. 혼사 택일은 29일입니다. 사문 경허 재배.伏維際玆靜履起居 候萬裕伏溯 區區無任之至記下故依, 昔將餘何足煩 舍帝家親事 涓吉仰呈 衣製錄視, 伏望耳 不備伏惟 念九日 沙門 鏡虛 再拜(경허연구소 홍현지 박사 제공) 경허(鏡虛, 本名 宋東郁, 184
그렇게 말하고 오오스마 기자가 관리인을 향해 다가갔다.그들은 잠시 무슨 말인가를 나누었는데 고개를 끄덕이던 관리인이 앞장서서 어디인가로 갔다. 그들이 모퉁이로 사라지고 한 십여 분 되었을까. 키가 작고 몸집이 뚱뚱한 사내와 함께 오오스마 기자가 나타났다. 키가 작은 사내는 이제 오십이나 되었을까? 오오스마 기자의 신문사 편집장 형이 분명해 보였다. 그가 허리춤에 찬 열쇠로 문을 땄다. 푸른색의 나무문이었는데 자파티처럼 넓적한 쇠 장식 열쇠였다.문이 열리자 오오스마 기자가 우리를 불렀다. 한걸음에 다가갔는데 키가 작은 사내는 이미 안
업경대는 거울, 업칭대는 저울중생은 무명의 무지로부터 온갖 갈애를 일으킨다. 몸과 입과 뜻으로 업을 짓고 쌓는다. 업은 범어로 ‘카르마(Karma)’라고 하고, 한자로는 ‘갈마(哲磨)’라 한다. 행하다, 짓는다는 뜻이다. 몸과 입, 마음으로 행한 모든 것이 업의 종자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업의 종자는 성장하고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한 과보가 뒤따른다. 선한 행은 선업으로, 악한 행은 악업으로 작동하여 업의 차별에 따라 지옥, 인간, 천(天) 등의 삼계육도를 윤회한다. 불교의 업에는 자신이 짓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자업자득, 혹은 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