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후 폐쇄된 청사 공개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눈 닿는 곳 어디나 검은 분진이 내려앉았다. 전기가 차단된 실내는 한낮임에도 어둠 속에서 적막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조계종 총무원 청사) 국제회의장 화재 발생 나흘째인 6월 13일, 피해 현장이 언론에 공식 공개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13일 오후 3시 화재 발생 후 폐쇄된 청사 내부를 일부 공개하고 피해 수습 상황을 공유했다.
기획실장 법오 스님은 기자들에게 화재가 발생한 국제회의장 입구와 청사 2층 사무실 등 일부 공간을 안내하며 피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길이 시작된 국제회의장 천장은 전소돼 골재가 그대로 드러났다. 바닥에는 검은 분진과 깨진 유리, 건물 잔해가 쌓여 있고 곳곳에 소방수가 고여 있었다. 방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매운 냄새와 연기로 숨쉬기가 힘들었다.
임시 사무공간 마련해 행정 공백 최소화
국제회의장에서 청사 본관으로 이어지는 2층도 피해가 심했다. 미래본부와 사회부, 기획실 등의 사무공간은 화재 당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였다. 책상 위에는 펼쳐둔 각종 서류와 마시다 만 커피, 꽃망울을 피운 화분이 분진을 뒤집어쓴 채 놓여 있어 급박했던 피신 당시를 짐작할 수 있었다.
법오 스님은 “조금만 진화가 늦었더라도 본관으로 불길이 덮쳤을 것”이라며 “종무원들의 빠른 대처와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총무원은 화재 다음 날부터 종무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진행했다. 조계사 맞은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3층에 임시 상황실을 설치하고 통합 안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조계사 경내 템플스테이체험관 담소에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집무실과 접견실을 마련해 대내 일정도 차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안전진단-청소 등 2개월 이상 소요 예상
총무원 각 부서는 전법회관과 가사원 등 인근 8곳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번 주말 내에 임시 사무공간 구성도 완료될 예정이다.
사고 현장 조사와 복구를 위한 절차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12일에는 보험사의 손해 사정 조사가 이뤄졌고, 13일 오전에는 경찰과 소방 등 관련 기관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주말 비 예보와 장마를 앞두고 파손된 유리창을 깨끗이 정리하고 다시 막는 작업도 이뤄졌다.
법오 스님은 “다음 주 중 합동 감식 결과가 나오면 추가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그에 따라 단순 리모델링을 진행할지 아니면 구조적 문제로 인한 재건이 필요할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재 전문 청소 업체에 의뢰해 기념관 전체에 대한 청소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청사 재입주에는 최소 2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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