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고 듣고서, 읽고 외우며, 공양케 하겠습니다.

〈무량의경(無量義經)〉

〈금강경〉의 마지막

▲ 그림 박구원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당신의 말씀을 마무리하고 계실까? 경전의 말미(末尾)를 한번은 눈여겨 볼 일이다. 어떤 형식으로 끝나는지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금강경〉의 경우에는 “일체 무든 유위법은 꿈·허깨비·물거품·그림자·이슬·번개 같으니, 이렇게 관찰할지라”(표준 금강경)라고 하는 결론적 말씀으로 끝난다. 아무래도 〈금강경〉의 경우에는,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을 많은 중생들을 위하여 널리 전하겠다”는 뜻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앞에서 인용한 게송에 뒤이어서, 경전 편찬자는 다음과 같이 말할 뿐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시고 나니, 수보리 장로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습니다.”

“믿고 받들어 행하였습니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한문으로는 ‘신수봉행(信受奉行)’이라 한 그 말씀 말이다. 지금까지 들어온 부처님 말씀에 대해서 “매우 기뻐하였으며”, 그 부처님 가르침대로 실천수행하였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 실천수행의 내용 중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른 중생들에게 전한다고 하는 내용이 안 들어간다고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분명히 그러한 해석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우 약한 것만은 사실이다. 어쩌면 그보다는 “일체 모든 가르침을 공(空)이라”고 관찰하는 중도(中道) 내지 공관(空觀)을 통해서 해탈에 이르렀다는 뉘앙스가 더욱 강한 것같다. 그 점은 숨길 수 없다.

 

 

〈무량의경〉의 마지막

〈금강경〉의 마지막 장면과는 현저히 다른 경전의 사례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무량의경〉과 같은 경우이다. 자, 한번 확인해 보기로 하자. 〈무량의경〉의 마지막 장면 역시 부처님의 당부말씀이 제시된다.

“그대들은 마땅히 이 경전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내고 가르침과 같이 수행을 하며,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여서 은근한 마음으로 유포하며 …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고 듣게 하며, 읽고 외우게 하고, 베끼게 하며, 공양케 하라.”

이러한 정도만 해도, 〈무량의경〉의 마지막은 〈금강경〉의 그것과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의 놀라움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더욱 증폭된다.

“오직 세존께 원하옵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원력을 세워서 널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고 듣고서, 읽고 외우며, 공양케 하여 이 경전의 위대한 힘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법을 들은 자들의 다짐이다. 부처님께서 설해주신 가르침에 대해서 나 스스로만 기뻐하며 수행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겠다는 약속이다. 널리 모든 중생에게 다시 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가르침대로 수행케 하여 부처님 말씀의 위대한 힘을 실증(實證)케 하겠다는 서원이다.

일방적인 당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부와 다짐의 쌍방통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특별히 나는 법을 듣는 자의 다짐 속으로 들어가 본다. “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다짐하더라”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들(팔만명의 보살마하살)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 들어보기로 한다. “아, 〈무량의경〉의 이 말씀은 다만 나 한 사람을 위해서 설해진 말씀이다”라고 느끼고자 한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강요(强要)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부처님 말씀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권유해 달라”고 말이다. 부처님은 아니지만, 부처님을 대신해서 팔만보살이 행했던 그 다짐을 다짐해 주고 실천해 주기를 강하게 요청한다. 〈무량의경〉의 마지막은 나의 강요에 ‘작은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