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삶을 바꾸다

2019년 11월 11일 아홉 스님의 무문정진에서 시작된 상월결사는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생활 곳곳에서 상월결사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무문관 천막결사와 자비순례, 삼보순례가 따로 없었다. 삶 속에서 상월결사 정진을 발현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힘 닿는 대로 전법·실천행을”

고창 마하사 주지 정혜 스님

자비·삼보순례에 모두 동참한 정혜 스님은 중앙승가대에 재입학해 새롭게 변화하는 전법포교에 대해 익히고 있다. 상월결사 삼보순례 대중공사로 열린 포교토크콘서트에서도 이러한 시대 흐름에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스님의 열정은 상월선원 천막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혜 스님은 “상월선원 천막결사 당시 토요일 철야정진을 하면서 감동하고 느낀 점도 많았고 참회하고 부끄러운 것도 많았다”며 “어느 추운 날 상월선원 천막결사 대중과 천막법당 안팎을 가득 메운 수천 명의 신도들을 위해 어느 멋진 분이 품바타령을 공연했다. 걸쭉한 입담과 행동에 수많은 신도들은 하나가 되어 배꼽을 잡고 호탕하게 웃는데, 정작 나는 웃지 못하고 당황하고 불편해 하는 마음을 보았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스님은 마하사에 돌아와서도 품바타령에 불편해 하던 모습과 공연이 끝나자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석가모니불을 우렁차게 정진하던 신도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스님은 “생사 열반의 경계가 서로 섞여 상즉(相卽)하고 이치와 현실이 하나가 되어 분별함이 없다는 법문을 천막법당을 가득 메운 재가불자들이 하고 있었다”며 “각계각층의 준비된 전문 인력과 신심 충만한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밀려들어와 천막법당을 부다가야로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 스님은 참회했다. 대중의 눈높이도 적절히 맞추지 못하고, 사회와 불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불교가 보인 것이다.

1년에 각자 10명씩만이라도 불교와 인연을 맺게 하자는 회주 자승 스님의 말에 힘입어 행복숲마하사를 창건해 종단에 등록하는 전도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70에 이른 세납에도 다시 행자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간 스님은 만행결사에 동참했다. 스님은 처음 상좌들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행선순례에 참여했다.

순례길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스님에 따르면 단 한 시간, 단 하루만 참여해도 참여한 만큼 가피력이 있었다. 비구 스님들에 비해 보폭이 작은 터라 한순간이라도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걸음이 뒤쳐지고 넘어졌다.

스님은 “내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쉬고 멈추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사부대중과 하나 되는 기쁨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지축을 울리는 순례단의 그 장엄한 행렬과 신심 있는 분들의 지극한 공양은 내가 부처님 제자인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결국 스님은 순례단으로 천리를 걸었다.

“부처님께서 전도하셨던 그 길을 순례단과 이렇게 걸어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부처님께서 ‘그래 착하다’ 하실 때까지 정성스럽게 곳곳에서 힘닿는 대로 불교중흥을 실천하고 부처님 친견하러 인도에도 가고 싶네요.”


“나를 찾는 순례, 계속 할 것”

정충래 동국대 이사

정충래 동국대 이사는 종립학교에서 평교사로 출발해 40여 년간 봉직한 불제자다. 수십 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전법 포교를 해왔음에도 상월결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정 이사는 “우리가 가까이 생각할 수 있는 지난 한 세기 불교를 요약하면 1900년 초 만해 스님의 개혁중심 불교, 중반 성철 스님의 수행 중심 불교, 얼마 전까지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청빈 불교라 할 수 있다”며 “불교의 침체기가 가속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할 불교계의 노력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불교중흥을 기치로 도심지 한복판에서 현장 불교의 장을 마련하였으니 이 결사 정신을 어떻게든 살리고 키워야 한다는 절박감이 전국 신도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하나로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평교사로 출발해 동대부여고와 동대부고 등 동국대 재단 부속 학교를 모두 거쳤다. 특히 동국대 사범대 부속고로 편입된 의정부 영석고에서 사상 첫 내부공모로 교장이 되며 경기도 최우수 등급 학교 등 반석 위에 올려놨다. 여기에 청소년 문화축제인 나란다축제를 교리경시대회부터 기획해 불교계 대표 문화축제로 확산시켰다.

그런 그에게도 2019년 11월 상월선원 천막결사에서 느낀 감회는 새로웠다. 그는 “우리 사회를 이끌 리더도 없고, 불교계의 어려움을 타개할 희망도 없는 현실에서 홀연히 목숨을 건 결기로 나타난 분들이 회주 스님을 비롯한 아홉 스님”이라며 “그 수행 모습에 감화를 받고 마음이 움직여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야간호법을 책임지는 봉사단을 운영했다. 이는 저에게 방관자가 아닌 주체적 참여의 계기가 됐고, 그 이후 만행결사에도 불교중흥을 염원하는 재가신도의 한사람으로 함께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정신 하에 불교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불교는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개혁하면서 스스로 생명력을 만들어 왔다. 임제 선사의 ‘수처작주’는 어느 시대이든 그에 맞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새로운 불교 수행문화를 통해 불교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100% 공감하며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이어 다른 불자들에게도 상월결사에 대한 신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정 이사는 “제 삶에서 평생을 함께한 부처님 말씀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고 가치가 있고, 또 미래를 열어주는 혜안(慧眼)을 담고 있다는 신념이 틀림없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확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찰 신도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걷기순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인도 성지순례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된 나를 찾는 진지한 여정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순례는 내 건강이, 내 의지가 허락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삶의 터닝포인트, 더 많이 알려야”

윤재웅 동국대 교수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2년 전 천막결사 당시 칠판에 남긴 글귀 ‘어쩌라구’를 화두로 60편의 시를 써낸 이가 있다.

바로 윤재웅 동국대 교수다. 제1회 만해백일장에서 ‘대상’을 받고 시인이 되기 위해 동국대 국문학과에 입학했던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인 윤 교수. 그에게 상월결사는 하나의 인생 ‘터닝포인트’다.

“상월결사에서 스님들께서 수행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시며 직접 몸으로 보여주셨어요. 그럼 스님이 아닌 일반 불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업 현장에서 스님들처럼 할 순 없잖아요? 그것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 회주 스님의 ‘불교 중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란 가르침이에요.”

국문학자로서 윤 교수는 열심히 시를 썼다. 매일 매일 열정을 다하다보니 사찰에서 스님들이 예불하는 새벽 3시면 일어나 자연스럽게 펜을 잡는다.

윤 교수는 “천막 정진 기간 스님들이 정진하듯 저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교육하자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꼼꼼히 잘 지도하고 연구물을 내고 하다 보니 이 교육 현장이 수행 현장처럼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상월결사 전에는 삶에서 ‘대충’, ‘적당히’란 것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교수는 “‘그냥 이정도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스님들의 엄동설한 정진을 보고 순례에서 치열하게 걷는 것을 함께 경험하다보니 싹 사라졌다. 교수면 교수답게 제가 임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은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이 바뀌고 새벽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면서 개인시간이 많아졌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일과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여유가 사람을 대할 때도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스님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나부터 잘해야 다른 사람한테도 열심히 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죠. 스스로 깨우치고, 실천하고, 솔선수범 하는 모습에서 감화를 일으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안하면서 하라고 하라고 했다면 이젠 하라고 하지 않고, 그냥 제가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주변에서도 함께 하고 있더라구요.”

윤 교수는 상월결사가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들의 삶을 바꿀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 교수는 “결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함께 동참을 하기만 한다면 어떤 방향에서든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그게 바로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월결사가 만든 청년불자”

이제준 상월청년회장

재가불자들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이웃종교인들에 비해 생업 현장에서 당당하게 ‘불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불자로서의 자부심을 지니고 있냐는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다.

이제준 상월청년회장에게도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

이 청년회장은 해외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다. 불교와는 먼 생활환경 속에 할머니가 불자지만 누군가 물어보면 “가족은 불교에요”라고 답할 뿐이었다.

스스로 종교가 없다고 여겼던 그는 동국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학우들과 함께 참석한 상월선원 철야정진에서 강렬했던 그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 청년회장은 “추위 속에 저는 처음으로 불교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홉 분의 스님들께서 맹렬한 강추위가 계속되는 와중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며 고행을 이어가시는 이유가 무엇일까’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 청년회장은 결론을 내렸다. ‘아홉 스님들께서 대중들에게 불법(佛法)을 알리고자 죽음을 불사하시는 것이 아닐까’는 것이었다.

타인을 위한 숭고한 자기희생이란 판단에 청년의 열정이 싹텄다. 이 청년회장은 “기꺼이 배움을 청하고자 불자가 되었다. 상월결사는 제 인생에 부처님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철야정진이 끝나고 이 청년회장은 학생회장으로서 대중들에게 인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숨어있는 청년불자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청년회장은 그날 이후 그 발언에 책임을 지고자 했다. 동국대 학생들 대상으로 ‘Put Your Dream(부처드림)’ 행사를 기획해 코로나19 상황으로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1080개의 서원지를 대신 달기도 하고, 각종 불교 행사를 기획 및 참여하여 공식 계정들에 게시 했다.

이런 열정은 상월선원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과 인연으로 이어졌다. 코로나로 지친 학생들을 위해 수국사에서 템플스테이 협약도 맺고, 수국사를 자주 오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상월청년회 회장도 맡게 됐다.

“상월선원 천막결사 철야정진에 동참한 그 날부터 저는 매일 매일 청년불자를 발굴해 아홉 스님들의 뜻을 이어가는데 모든 원력을 쌓고 있습니다.”

이 청년회장은 “상월결사가 흩어져 있던 불자들을 모아주고 있다. 스님들께서 분골쇄신하시는 만큼 상월청년회는 꼭 뜻을 이어 청년불자 발굴의 중심지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수로서 후회 없는 노력을”

스노보드 국가대표 정해림 선수

“순례 참여는 단순한 체험이 아닌 선수생활과 삶의 방향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운동선수로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불자의 한명이 될 것입니다.”

알파인 스노보드 국가대표 정해림 선수는 11월 5일 오스트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2019년 한국 여자선수로 처음으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 오른 국내 여성 스노보드계 대표선수 정해림 선수는 2020년 자비순례부터 2021년 삼보순례까지 순례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고 있다.

훈련과 실전을 반복하는 선수생활이지만 코로나19는 그녀에게 수행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총도감 호산 스님의 권유로 순례에 참여한 정 선수는 순례는 동기부여와 목표설정의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정 선수는 “멘탈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명상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 순례에서는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하나의 화두로 잡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했다”고 밝혔다.

순례에서 순례단은 추위, 더위와 싸울 뿐만 아니라 매일 2~30여 km를 걷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운동선수인 정 선수에게도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어 잠시 근육통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정 선수는 행선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

생활 스포츠로 영역을 확장 중인 스노보드 분야는 스포츠 포교가 활발히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스노보드 선수로서 정 선수는 선수생활 이후에도 또 다른 원력을 세우고 있다. 정 선수는 아직 많은 상금이 걸리지 않은 스노보드계에서 달마배 스노보드대회를 통해 불교를 알리고 있는 호산 스님처럼 적극적인 전법 포교도 이어갈 계획이다.

정 선수는 “순례에서 걷기를 하며 많은 일반인들이 불교를 접하고 신심을 내는 것처럼, 스노보드 분야에서도 일반인들이 불교를 접하고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로서의 당면 과제도 있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서 8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는 것과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이다.

정 선수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생활이 끝났을 때 정말 후회 없이 임했다고 스스로 느끼고 싶다”며 “스님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집착을 내려놓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상월결사에 함께 하게 된 것은 금생의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월결사 순례 과정에서 얻은 가르침을 소중히 간직하고, 선수로서, 불자로서 끊임없이 정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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