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융섭 야단법석… 新결사운동 제시

자승 스님 “천막·만행결사 불교중흥 토대 구축” 발원 
함께 먹고 자며 ‘일상=수행’ ‘모두가 평등함’을 깨달아
유튜브 등 미디어 플랫폼들 적극 활용해 新포교 ‘눈길’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10월 18일 불보종찰 통도사서 회향했다. 회향에는 500여 불자대중이 참여해 순례 회향을 축하했다. 이날 순례 대중은 ‘중생으로 다가가는 불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10월 18일 불보종찰 통도사서 회향했다. 회향에는 500여 불자대중이 참여해 순례 회향을 축하했다. 이날 순례 대중은 ‘중생으로 다가가는 불교가 되겠다’고 서원했다.

2019년 11월 11일 아홉 스님이 위례신도시 법당 건립 부지에 마련된 천막법당 상월선원에서 90일 간의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상월선원의 결사는 한국불교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에 대한 화두를 보여줬다. 

불교중흥  나부터 변화를
천막부터 국토 종단·횡단 순례까지 2년간의 여정은 ‘불교 중흥’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이는 상월선원 만행결사를 이끌고 있는 회주 자승 스님(조계종 前 총무원장)의 발언들을 살피면 알 수 있다. 

2020년 7월 28일 인도 만행을 대비해 이뤄진 태화산 예비순례의 첫 일정을 소화한 자승 스님은 “상월선원 결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내적으로는 어려운 역경을 수행으로 이겨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외적으로는 언론들이 침체된 불교의 새로운 신심과 바람을 불러일으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술회하며 “천막결사도 만행결사도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조그만 토대라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7월 30일 예비순례 회향을 겸한 자자회에서도 자승 스님은 “포교하는 사람이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 법을 전하지 않으면 차라리 길에서 죽겠다 하면 중흥 불사라는 말을 꺼낼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이런 원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우리 각자 위치에서 목숨을 걸고 임하면 중흥이라는 말이 굳이 왜 필요하겠는가. 선방 수좌가 엉덩이가 썩어 문드러져도 도를 깨치겠단 원력이 있고, 기도하는 스님이 목젖이 터져도 내 기도를 듣는 이가 기도성취를 하게 해주겠다는 원력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은 2년 동안 이뤄진 천막정진과 순례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결사’라는 무거운 단어가 있었지만, 무겁지만은 않았다. 2019년 겨울 위례종교부지의 비닐하우스 천막서 아홉 스님들이 무문관 동안거 정진을 했고, 사부대중은 이곳을 찾아 절과 기도를 하고 음성공양을 올렸다. 정(靜)을 바탕으로 했지만, 동(動)도 함께했다. 서릿발 같은 날선 정진의 공간에 뜨거운 사부대중의 신심이 어우러졌다. 

2020년 10월 7~27일 이뤄진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에는 62명이 ‘불교중흥·국난극복’의 원력으로 511km 국토 종주 순례를 완주했으며, 올해 10월 1~18일 진행된 삼보사찰 천리순례에서는 108명이 참여해 423km를 걸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엄격한 방역 지침 아래 마스크까지 쓴 악조건 속에서도 순례단은 원력을 되새기며 걷고 걸었다. 이 같은 대장정은 ‘불교 중흥’이라는 원력이 기반됐기에 가능했다. 

무차 사부대중은 평등하다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상월선원 결사들은 사부대중이 평등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불교가 중생과 함께 있음을 보여준 선언이었다. 천막법당에서 정진한 아홉 스님의 정진이 주요했지만, 재가불자들도 현장을 찾아 함께 기도하며 정진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상월결사에 대해 “앉은 불교에서 움직이는 불교로, 침체된 불교에서 활기찬 불교로, 소극적불교에서 적극적 불교로 변화시켰다”며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라는 상월결사의 신념은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불교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변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황 교수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대해 “승가와 재가가 상호보완적 구조를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불교 재가자는 큰 사찰의 선원에는 접근할 수 없었고, 출가자는 수행을 위해 안거 기간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으나,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이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숲속에서 고립된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모두가 함께하며 수행하는 야단법석을 지향한 것 자체가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이며, 모두가 함께하고 모두가 함께 즐기는 수행이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지향하는 밝고 건강한 수행문”라고 평가했다.

만행결사 자비순례과 삼보사찰 천리순례에서는 ‘함께하는 불교’로서의 모습이 더욱 짙어졌다. 순례에서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똑같이 풍찬노숙하며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펼쳐졌다. 

비록 복장과 모습은 달랐지만 순례단에서 대우는 같았으며, 모두가 하나의 수행자였다. 가톨릭 신자부터 70세가 넘는 고령자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까지 한마음으로 순례에 동참했다. 길을 걷다 힘들 때면 재가불자들은 앞선 스님들을 보고 힘을 내고, 스님들은 또 재가불자들의 모습을 보며 힘을 냈다. 자비순례와 삼보순례 모두 승속과 나이, 종교까지도 떠난 차별없는 대중의 ‘한마음’이 있었기에 모두가 순례를 성료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결사의 특징은 2020년 10월 26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서 이뤄진 자비순례 자자회에서 나온 자승 스님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날 자승 스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두두물물 개유불성(頭頭物物 皆有佛性)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등 3가지 키워드를 순례 대중에게 제시하며, 공통어를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중들은 ‘무차 평등’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등의 답을 내놨다. 하지만, 모두 정답은 아니었다. 자승 스님이 내놓은 정답은 ‘차별 없음’이었다.

자승 스님은 “이번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는 사부대중이 ‘차별 없음’을 보여주려 했다”면서 “천막 안팎으로 차별없이 수행하고 기도했다. 만행에 올라서는 사부대중이 같은 곳에서 자고 같은 것을 먹었으며,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고 강조했다.

전환 모든 순간이 수행임을 알라
상월결사는 앉아서 참구하는 일반적 선수행에서 벗어나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의 모든 순간이 수행임을 알게 했다. 결사에 참여한 순례대중은 걸으며 염불하고, 누워서 화두를 참구하며, 저잣거리에 나서 만행을, 삶의 현장을 돌아보며 자비실천을 행했다. 이는 일상의 모든 행위가 선(禪)이 아님이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는 자비실천행으로도 이어졌다. 천막결사 이후 아홉 스님들은 코로나 기간 급감한 헌혈 상황을 감안해 헌혈에 동참하고, 회향에 답도한 보시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복지관에 기부해 결사에서 수행정진과 자비실천이 둘이 아님을 직접 보였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혜명 스님은 소논문 ‘국난극복의 길로써 상월결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을 모색하다’를 통해 새로운 불교로의 젼환을 선포한 일종의 선언이라고 했다. 스님은 “상월결사는 위례신도시 건설 현장 가운데 비닐 천막으로 지어진 선원에서 외호대중이 시끌벅적한 야단법석 가운데서 진행된 동중정(動中靜)의 새로운 결사방식을 제시했다”면서 “이는 중생과 유리된 불교가 아니라 중생에게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서는 불교가 되겠다는 서원을 표출한 것이며, ‘중생을 찾아가는 불교’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월결사의 두 번째 행보인 ‘불교중흥·국난극복 자비순례’는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교 진로를 모색하며, 동시에 국가와 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순례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근대화 이후 교통과 숙박시설이 발전하면서 현대의 성지순례는 관광과 결합된 일종의 상품이었다. 교통의 발달이 신도들을 성지까지 데려다 줬다면 성지에서의 숙박의 해결은 신도들이 그만큼 쉽게 순례를 다닐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자비순례와 삼보순례는 ‘길을 걸으며 수행하고 전법하는’ 순례의 기본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 순례 관광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지난해 발표한 ‘수행과 전법의 길로서 상월결사’를 통해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부처님이 강조한 순례의 정신이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자현 스님은 자비순례가 〈유행경〉 등 8종의 열반 문헌에서 그 기원이 있음을 강조하고 “현대사회에 들어와 걷기 문화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이는 중요한 포교 수단으로서 가능성을 내포한다”면서 “당나라의 현장 스님은 유식학의 수학과 천제도수의 성지를 참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상월결사의 대상이 인도이며, 하루 30km의 순례와 더불어 매일같이 1~2시간의 교육 및 토론이 진행되는 구조는 진정한 구도의 길을 상기시킨다. 이는 21세기의 진정한 구법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순례마다 한국불교의 산적 과제와 현안들을 살필 수 있는 대중공사가 진행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수행과 전법, 실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사부대중이 공히 고민하고 고찰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융섭 디지털·문화와 조우하다
상월결사를 21세기 새로운 결사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디지털’과의 융섭이다. 산중에서 이뤄졌던 이전 결사들과는 달리 상월결사는 현대사회의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해 포교와 전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튜브와 네이버 밴드를 통한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이다. 유튜브 채널인 ‘상월선원’은 실시간으로 순례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창구가 됐다.

홍보 담당자가 직접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고, 각 언론사들의 다큐멘터리 등 유튜브 영상도 상월선원 채널에서 공유됐다. 상월선원 유튜브 채널은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3800여 명이 넘는 구독자와 콘텐츠 당 2000~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보였다. 11월 5일 현재 누적 조회수는 40여 만 건에 달한다. 

여기에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으로도 제작돼 2020년 5월 27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국내 유수 언론 또한 상월결사의 여러 면모를 보도하고 관심을 보였다. 디지털·미디어와의 융섭은 스님들의 수행정진에 의한 감동이 그 현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도 확장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상월결사는 수사로 가득한 번지레한 접촉이 아니었다. “중생에게 차별없이 다가가겠다”는 전환의 선언이었다. 결사의 원력에 대중들은 공감했고, 이에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공심과 원력으로 시작된 상월결사의 2년은 미래불교로의 변화를 화두로 던진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