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집은 난장판이다. 아들의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벌써 몇 박스가 지인의 집으로 갔지만 여전히 책들은 넘쳐난다. 옷 정리도 돌입했다. 아들의 옷은 거의 대부분이 아는 형들에게 받아 입었는데 그 옷들은 여전히 새 옷처럼 말끔하다. 그 옷들은 또 아는 동생에게로 다시 전해졌다. 다음은 장난감 차례. 아들의 장난감은 많기도 많다. 정리한다고 꺼내 놓으니 아들은 먼지를 다 털어내기도 전에 가지고 노는 재미에 쏙 빠져 버린다. 추억의 물건이라며 버리기를 거부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어디에 있는 줄 몰랐던 물건들은 애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해결과 성장을 조력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상담자 자신을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상담은 오묘한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상담자는 전문성과 성숙된 의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한 인성을 갖춰야 한다.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명상을 만나며 삶이 안정되고 기쁨이 깊어지면서 내면이 밝아졌다. 그러면서 부처님의 말씀은 곧 상담이요 불교가 바로 명상임이 명료해졌다. 상담과 명상은 내면의 세계라는 같은 곳을 향하지만 상담은 자기를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개인주의의 경향이 강
얼마 전, 초등 5학년인 아들은 압력솥으로 밥 짓기에 도전했다. 쌀을 씻고 밥물을 맞추고 불 조절을 해 가며 뜸을 들이는 밥 짓는 과정에서 우리 집의 경우 하나가 더해진다. 그것은 쌀뜨물을 받아 EM발효액을 만드는 것이다. 쌀을 씻을 때 첫 물과 두 번째 쌀뜨물을 패트병 두 개에 나눠 받은 후 EM 원액을 넣고 설탕과 소금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 발효액이 완성되면 청소, 화초 가꾸기, 과일, 야채 씻기, 도마, 행주 살균,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구 냄새 제거 등의 용도로 널리 쓰인다. 아들의 첫 밥하기는 매우 성공적이라 자신의 입맛
봉사활동을 하는 김씨의 모임은 10년이 넘었다. 얼마 전, 김씨는 모임에 일찍 가서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도반이 “노보살님 아들이 많이 아프대요. 그래서 이번에 아들 이름으로 간식 보시금을 올리신 모양이에요” 한다. 70대인 노보살님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넉넉지 않게 사시면서도 항상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을 들었었다. 김씨는 문득, 아들 이름으로 간식 보시금을 올렸다니 ‘안 그래도 형편이 힘드실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본인 무릎도 불편한데 봉사를 다니시는 노보살님을
지난해 여름, 인도 콜카타에 며칠 머물다 왔다. 그곳에 머무는 며칠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노 플라스틱(No plastic)’이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그 말을 외친 주인공은 나의 인도인 친구 밀라였다. 밀라와의 인연은 조선소 기술자로 일하는 남편을 따라 부산에서 살던 밀라가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을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각별한 우정을 나누다 인도로 돌아간 뒤 부산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연락을 해왔던 밀라의 간절한 요청에 못 이겨 방글라데시 방문길에 아들과 함께 콜카타로 날아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들었던 두 마디 외침! “
얼마 전, 신문사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본지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특집호 기획기사인 ‘유기동물과 불교’를 잘 읽었다는 독자였다. 나이가 지긋할 것 같은 목소리의 독자께서는 비구니 청솔 스님이 홀로 운영하는 경남 사천의 견공선원(청솔아토유기견묘쉼터) 연락처를 물어봤다. 기사를 읽고 강아지를 입양하고픈 마음에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독자 덕분에 견공선원을 취재한지 약 두 달 정도 지나 다시 청솔 스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님에게 입양을 문의한 독자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보도 이후 견공선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묻자
나는 한 때 자전거에 미쳤었다. 매일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로 산을 넘었다. 자전거를 배운 지 몇 달 만에 경주 안강읍에서 통일전망대까지 400km 가까운 거리를 내 몸을 엔진 삼아 달려가기도 했다. 모두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자전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 ‘자전거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수단이지만 지구를 살리는 가장 큰 수단’이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사상가 이반 일리치도 세상을 구원할 세 가지로 시(詩), 도서관, 자전거를 꼽지 않았던가! 내 두 다리로 페달을 굴려 세상을 구원하고 지구 환
한국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들은 경쟁적으로 자녀교육에 열심이다. 아마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운 말은 “공부해라”일 것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강의에서 부모님 마음을 공감하는 연습 시간이 있다. 이때 과제를 하나 낸다. 질문 하나를 직접 부모님께 여쭤보라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부모님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부모님들은 보통 5~60대인데, 현재의 대학생들이 경험해본 어린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경우가 많다. 종종 학생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몇 해 전, 일곱 살이었던 아들이 바닷가재를 사온 적이 있었다. 그릇에 옮겨 놓으니 기포를 만들며 숨을 쉬었고, 손으로 잡기라도 할라치면 꼬리를 거세게 파닥거리며 버둥거렸다. 집게발은 1cm 너비의 빨간 고무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아들이 바닷가재를 사온 이유는 단순했다.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바닷가재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아이다운 호기심이 전부였다. 그러나 바닷가재의 움직임이 약해지면서 아이의 관찰이나 관심이 시들해질 무렵이면 그 바닷가재는 내 차지가 되었다. 살아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지켜 본 그 녀석을 수돗물로 헹
‘Save Our Planet.(우리 별을 구하자)’ SF영화에 나옴직한 이 문구를 만난 건 몇 년 전 미국 여행에서였다. 아들과 함께 뉴욕에 도착했던 날, 호텔 숙소 테이블 위에 그 팻말은 놓여 있었다. 그 팻말에는 침대 시트를 세탁하는데 들어가는 세제·물·전기 등을 아껴 우리의 지구를 구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2박 이상의 경우 시트를 갈지 않아도 된다면 그 신호로 팻말을 침대 위에 올려놓아 달라고 적혀 있었다. 그 팻말을 읽으며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내내 들었던 불편한 마음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더운 미국 서부의
“6월이 되면 할아버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보시가 무엇인지 알려주신 분이죠.” 이 거사의 조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 거사의 조부는 자수성가해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6.25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있었다. 군인들이 저녁에 갑자기 들이닥쳐 그를 경찰서로 연행해 갔다. 이 씨는 밤새 유치장 안에서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도 이제 죽었구나. 내일이면 전쟁터로 끌려가든지, 재산을 빼앗기겠구나. 큰일이다”하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한밤중이 되었을 때, 완장을 찬 청년 하나가 철창에 나타났다. 그는
‘Face to Fish’라는 캠페인이 있다. ‘물고기와 대면하다’는 뜻의 이 캠페인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은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화장품과 플라스틱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해양 생물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을 지원하는 연구를 했던 남편 덕에 오래 전부터 천연 성분을 이용한 화장품을 사용해 왔다. 좋지 않은 성분이 든 화장품은 ‘독’과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기에 인공적인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이 독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해 왔다. 그러나 그건 사람에게,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