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면 할아버님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보시가 무엇인지 알려주신 분이죠.” 이 거사의 조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이 거사의 조부는 자수성가해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6.25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있었다. 군인들이 저녁에 갑자기 들이닥쳐 그를 경찰서로 연행해 갔다. 이 씨는 밤새 유치장 안에서 절망에 빠져 있었다. “나도 이제 죽었구나. 내일이면 전쟁터로 끌려가든지, 재산을 빼앗기겠구나. 큰일이다하며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한밤중이 되었을 때, 완장을 찬 청년 하나가 철창에 나타났다. 그는 ○○!”하고 이 씨의 이름을 불렀다. “○○씨는 나오시오라고 했다. 그를 따라 사무실에 들어가니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청년은 낮은 목소리로 ○○회사의 회장님이시죠하고 확인했다. “, 그렇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청년은 이 씨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회장님이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다니라며 청년은 눈물을 글썽였다. 청년은 가난했지만 죽을 힘을 다해 공부했고, 대학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입학금을 낼 돈이 없다. 백방으로 알아봐도 그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은 전무했다.

속을 태우다가 청년은 우연히 이 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전단지를 보고, 무조건 이 씨를 만나기 위해 회사로 찾아갔다.

청년은 회장인 이 씨를 만나자 마자 이렇게 호소했다. “저는 꼭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학에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 갈 수가 없습니다. 저를 도와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저 좀 살려 주세요!”

청년은 입학금을 마련 못해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그냥 삶을 포기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청년의 호소를 들은 이 회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입학금을 내주었다. 그리고 비서에게 청년이 대학을 다닐 동안 등록금을 도와주라고 지시했고, 청년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청년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며 이 씨에게 이 같이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회장님께서는 어려운 학생들 부탁이라면 무조건 도와주셨다고 하더군요. 회장님 같은 분은 꼭 사셔야 합니다. 이런 곳에 계시면 안 됩니다. 제가 몰래 문을 열어드릴 테니 어서 빠져 나가십시오.”

청년의 도움으로 이 씨는 밤새 서울을 빠져나왔고 살아남았다. 이에 대해 손자 이 거사는 조부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조부님은 위기를 겪고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그 청년이 나를 살렸다. 나는 덤으로 살고있다며 불교에 귀의했습니다. 조부님은 평생 많이 베푸는 삶을 사셨습니다.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 집안은 불자 가문이 됐습니다.”

조부의 뜻을 이어, 이 거사의 아버지도 이 거사도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을 꾸준히 도와주고 있다. 돈이 많다고 저절로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고 바라는 바 없이, 조건없이 남을 도와준 마음이 자신의 생명을 살리게 되었고 자손들에게 지침이 되었다. 금수저보다 귀한, 대승보살의 마음이다. 이렇게 아무 상이 없이, 보시바라밀을 소리없이 행하시는 관세음보살의 화신들 덕분에 불법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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