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마음산책] 공부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황수경 동국대 겸임교수
  • 승인 2019.07.0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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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부모들은 경쟁적으로 자녀교육에 열심이다. 아마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운 말은 공부해라일 것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강의에서 부모님 마음을 공감하는 연습 시간이 있다. 이때 과제를 하나 낸다. 질문 하나를 직접 부모님께 여쭤보라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부모님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요.”

부모님들은 보통 5~60대인데, 현재의 대학생들이 경험해본 어린 시절과는 너무도 다른 경우가 많다. 종종 학생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 새롭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어느 날 한 학생은 과제내용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 엄마가 어린 시절에 제일 많이 들으신 말은 공부하지 마라였다고 합니다.”

학생의 어머니는 5남매 중 장녀였다. 농사가 생업인 부모님을 대신해 5, 6세 무렵부터 동생들을 업어 키웠다. 아이 보기와 집안일, 설거지도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머니는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집안에 일이 생기면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숙제를 하고 싶었지만, 집안일에 동생들을 돌보면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밤늦게 자지 않고 책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책을 보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하지 마라! 여자가 공부는 해서 뭐해. 그저 집안 일만 잘 하면된다고 꾸중했다. 어머니는 야속했다.

이후 학교를 자주 빠졌지만 중학교에는 진학했다. 그러나 1학년부터 할아버지는 단언했다. “너도 알겠지만 우리 형편은 어렵다. 넌 중학교까지는 다녀도 고등학교는 절대 못 간다. 남동생 공부시켜야지.”

어머니는 그 말이 참 서럽고 슬프게 다가왔다고 한다. 남동생에게는 공부 열심히 해라고 격려하는 아버지가 자신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다니.

그래도 어머니는 틈이 나면 책을 보았다. 한번은 막내 동생을 업고 책을 읽고 있는데 아버지에게 들켰다. 아버지는 책을 확 잡아채며 넌 제발 공부 좀 그만해라고 나무랬다.

바로 밑의 남동생은 고등학교에 갔지만 대학에 갈 성적은 안됐다. 그날 밤 아버지가 동생을 야단쳤다. “네 누나는 중학교 때까지 공부도 잘했지만 너 공부시키느라고 학교도 안 보내고 돈 벌게 했다. 그런데 너는 주는 돈 받아가며 공부하고도 대학을 못 들어가!” 그 말에 가슴이 미어져서 어머니는 엉엉 울어버렸다.

학생이 말했다. “저의 어머니가 50세가 넘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요즘 학원 다니면서 어려워 하셔서 이제 와서 고등학교 졸업장은 무엇을 하려고 따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힘들면 공부 안하셔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공부해야 돼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도 우리는 맨날 공부하라고 해서 너무 힘든데, 공부하고 싶은데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생각도 못해봤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서, 공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공감한다. 학생들과 함께 감사명상을 진행한다.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시험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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