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ish’라는 캠페인이 있다. ‘물고기와 대면하다는 뜻의 이 캠페인은 여성환경연대에서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은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화장품과 플라스틱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해양 생물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기업을 지원하는 연구를 했던 남편 덕에 오래 전부터 천연 성분을 이용한 화장품을 사용해 왔다. 좋지 않은 성분이 든 화장품은 과 같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기에 인공적인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이 독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해 왔다. 그러나 그건 사람에게, 사람의 피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바다나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는 생각지는 못했다.

그런데 물고기와 얼굴을 맞댄 그림이 그려진 ‘Face to fish’ 캠페인은 화장품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중에서도 스크럽제라는 미세 알갱이의 영향은 무시무시했다. 스크럽제는 세안제, 치약 등에 쓰이는 미세한 알갱이로 플라스틱 성분이 대부분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10분의 1 정도 크기인 미세 알갱이들은 화장품 한 개에 35만개 정도가 들어간다.

그런데 그 양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워낙 미세하다 보니 하수 처리장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침전해 하수 슬러지 같은 유기질 비료로 많이 쓰여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들어가 독성을 흡수한 채로 해양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미국의 조사에 의하면 하루 평균 8조 개 정도, 즉 테니스장 300개 정도를 뒤덮을 수 있는 알갱이가 쏟아져 하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 정도라니 당장 화장을 멈추고 싶을 지경이다. “엄마 화장하지 마세요. 안 한 게 더 이뻐요.” 내가 얼굴에 뭐라도 바를라치면 늘 잔소리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하는 초등학생 아들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을 지경이다.

여름이 오고 있으니 화장은 그만두고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고 말까? 그러나 자외선 차단제도 결코 바다나 물고기에 안전하지 않다. 하와이 주 정부는 2021년부터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이 들어간 차단제가 금지 대상인데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70%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 화학성분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산호를 죽이고 어류의 내분비 교란을 일으켜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화장도 못하고 자외선 차단제도 바르지 말아야 할까? 오존층 파괴로 자외선에 무방비인 지금 그러기는 어렵다. 결국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가 포함되지 않은 자외선 차단제나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없는 화장품을 꼼꼼히 살피고 고르는 게 필요하다. 성분을 살펴보고 이산화티타늄, 산화아연 같은 광물질 성분이면 그나마 안심해도 된다. 또한 모자와 긴 소매 옷을 입는 것도 이 여름을 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실천을 될 것이다.

나를 꾸미고 보호하는 일이 지구를 아프게 만들지 않도록 화장품의 선택과 사용에서 신중해져야겠다. 화장품을 바르는 짧은 시간, 거울 속에서 지구와 지구 안의 모든 생명을 마주하며 모두가 아름다워지는 진정한 화장법을 찾게 되길 마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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