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인도 콜카타에 며칠 머물다 왔다. 그곳에 머무는 며칠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노 플라스틱(No plastic)’이었다. 하루에도 수없이 그 말을 외친 주인공은 나의 인도인 친구 밀라였다. 밀라와의 인연은 조선소 기술자로 일하는 남편을 따라 부산에서 살던 밀라가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을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각별한 우정을 나누다 인도로 돌아간 뒤 부산에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연락을 해왔던 밀라의 간절한 요청에 못 이겨 방글라데시 방문길에 아들과 함께 콜카타로 날아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들었던 두 마디 외침! “No plastic!”

짧은 체류기간이어서 다른 곳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콜카타에만 머물며 현지인처럼 살았다. 가까운 공원을 거닐고 재리시장에서 장을 보았다. 그렇게 밀라와 일상을 함께 하니 그녀의 삶이 그대로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디를 가든지 들고 다니는 그녀의 낡은 천 가방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천 가방 두 개는 어딜 가나 그녀 손에 쥐어져 있었고 어디서 무엇을 사든 거의 기계적으로 비닐봉지를 꺼내드는 사람들을 향해 그녀는 외쳤다. “No plastic!”

그리고 천 가방 입구를 커다랗게 벌리고 물건들을 넣었다. 재래시장에 갔을 때는 저러다 목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수없이 그 말을 반복해야만 했다. 줄 지어 선 노점들을 따라 걸으며 모든 상인들에게 같은 말을 외친 후 콩, 바나나 꽃, 오이, 당근, 토마토 등을 모두 천 가방에 받아 들었다. 어느새 묵직해진 밀라의 천가방 중 하나를 받아 메고 걸으며 내심 그녀의 철저한 실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실천을 부끄러움과 함께 돌아보게 되었고 이렇게 철저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지구 한편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와 안도를 느꼈다. 밀라가 내가 머무는 동안 쓴 비닐봉지는 단 한 장. 젖어 있는 진흙을 장바구니에 그냥 넣을 수 없어 난처해하며 쓴 게 유일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나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도 나름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그건 턱없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했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에서 유학 중인 밀라의 딸을 만났다. 딸은 엄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엄마한테 비닐봉지에 무언가를 담아주면 우리 엄마는 거의 울어요라고. 그러고 보니 나는 내 친구 밀라가 울 일을 참 많이도 하고 살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나의 비닐봉지 소비량은 급격하게 줄었다.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내미는 게 나에게도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를 사용하기 전, 내 친구 밀라를 기억할 수 있길 바란다. 그녀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외쳤던 지구를 위한 진실한 말, “No plastic”을 함께 외치고 싶다.

패션의 완성은 가방에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성립하는지는 확신이 없다. 패션에 관심이 많지 않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구를 구하는 패션의 완성은 장바구니에 있다는 것이다. 낡은 장바구니를 들고 있던 밀라가 그토록 아름다웠으니 지구를 위한 장바구니 패션, 우리의 패션 코드로 손색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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