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호계위원 종헌개정 부결
“신뢰·도덕성 문제…반복 안돼”
정법회·선우회 적극 의견 개진
“종도 다양한 의견 반영에 노력”
조계종 중앙종회 제236회 정기회는 15일 회기 중 단 3일만 개회해 입법‧감사기구로서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지만,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보다 치열한 질의와 토론이 이어지며 종회의 변화된 흐름을 드러냈다. 정법회와 선우회 등 새롭게 출범한 종책모임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종회 내 긴장감을 한층 높였다. 다만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개정안이 단 한 표 차로 부결되면서 책임 있는 표결과 신뢰 문제를 둘러싼 아쉬움도 남겼다.
주경 스님 "역할 최선…생산적 논의 기대"
정기회는 초반부터 변수가 이어졌다. 최대 종책모임 불교광장이 당론으로 정했던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 종헌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다, 내년도 중앙종무기관 예산안을 둘러싼 격론도 이어졌다.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11월 7일과 10일에는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두 차례나 유회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이번 정기회에 대해 “종회가 두 차례 유회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종회의원들이 끝까지 역할과 직무를 다해 줬다”고 평가했다.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이 회기 마지막 날(11월 19일)로 집중되면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주경 스님은 “회기 초반부터 집중해 논의했더라면 더 큰 성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종책질의 등을 통해 의정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의원 스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운 스님 "표결 아쉽지만 재논의 노력"
정기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 종헌 개정안은 앞서 제235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스님들을 포함한 70명이 공동 발의했던 안건이다. 의견 수렴과 자구 등의 이유로 이월됐지만, 이번 정기회에서도 59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찬성 53표, 반대 22표로 가결 정족수에 단 한 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이에 항의해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본회의장을 이석하며 종회 불참을 선언했으나, 정기회 마지막 날 회의에 참석해 “종회의원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경 스님은 표결 과정에서 드러난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스님은 “법안에 동의해 놓고 본회의에서 반대 발언을 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입법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 일”이라며 “차라리 반대 의견을 당당히 밝혔으면 좋겠다. 이런 신뢰와 도덕성의 문제는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비구니 종회의원 정운 스님은 “사회적 흐름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럼에도 함께 지지해 주신 스님들께 감사하다. 비구니 스님들의 참종권 확대를 위해 내년 3월 임시회에서는 법안이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진 스님 "건강한 견제-균형 자리잡게"
이번 정기회에서는 정법회와 선우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종회 내 논의 지형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정법회 소속 대진 스님은 “중앙종회는 종단 운영의 한 축으로서 종헌·종법을 기반으로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종단발전으로 연결하는 입법기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회의 과정에서 몇몇 의견이 충분히 소통되지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이런 논의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수록 종단 발전을 위한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진 스님은 “관행에 머무르면 조직이 발전하기 어렵다”며 “정법회는 회의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의 역할을 점검하고, 진지한 연구와 토론으로 중앙종회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종도들의 다양성이 고르게 반영되는 종회를 만들도록 남은 임기동안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원 간 소통-회의문화 개선 '기대'
주경 스님 역시 종책모임 움직임에 주목했다. 스님은 “종책모임이 의견을 조직적으로 다듬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종단 발전을 위한 깊이 있는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대립이 아닌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펼치는 종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앞으로 중앙종회가 성숙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회의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주경 스님은 “의원 스님들이 의사진행 발언이나 신상발언의 의미와 취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발언 시간과 절차가 잘 지켜지고, 다선 의원들이 초·재선 의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보다 화합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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