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조계사 안심당서 속개
의원 81명 중 63명 참석해 ‘성원’
가톨릭 특별법 철회 성명서 채택
은적사특위, 찬성13·반대22 부결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는 11월 19일 서울 조계사 안심당에서 제236회 정기회를 속개하고 집행부를 향한 강도 높은 종책질의를 쏟아냈다. 종회의원 스님들은 중앙종무기관의 행정·운영 전반에 대한 집행부의 원론적 답변을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총무원장 선거 직선체 추진 여론’, ‘승적관련특별조치법’ 등 총무원장 선거와 관련한 주요 쟁점들을 질의했다.
이날 정기회에는 ‘비구니 초심호계위원 신설’ 종헌 개정안 부결 이후 종회 불참을 선언했던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모두 참석해 재적의원 81명 중 63명으로 성원됐다.
종책질의에 앞서 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종단 발전과 한국불교의 사활이 걸린 주요 안건을 다루기 위한 정기회에 참석해 준 의원 스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비구니종회의원 모임 대표 정운 스님은 신상발언으로 참회의 뜻을 전했다. 정운 스님은 “종헌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자리를 이석하고 서운함을 표현한 것은 시대정신에 응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절대로 의원 스님들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회 유회 등 의원 스님들께 불편함을 줘 죄송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오늘 종회의원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리했다. 각 계파 간 진영 논리를 떠나 건강한 종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오늘부터 다시 한 분 한 분 의원 스님들 찾아다니면서 '비구니 호계위원 신설' 종헌 개정안 동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종책질의는 총무원 총무부와 기획실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다른 질의는 문건으로 대체됐다. 종회의원 스님들은 현장에서 추가 질의를 통해 집행부의 실효성 있는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총무원장 직선제 여론 수렴
대진 스님은 내년 치러질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직선제를 요구하는 종도들의 의견 수렴 방안을 총무부에 물었다. 대진 스님은 “우리 종단은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간선제로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종도들은 직접민주주의 방식의 직선제를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며 “선거제도는 종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종헌종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당연하기에 종도들의 의견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에 대한 공감대를 폭넓게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총무부장 성웅 스님은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는 인지하고 있다. 다만 여론 수렴과 종헌종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어려운 점이 있다”며 “선거제도 개선과 관한 논의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 공론의 장을 마련해 종단적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답했다.
승적관련특별조치법 문제 제기
종단이 2013년 제정한 승적관련특별조치법의 법률적 쟁점에 관한 질의도 제기됐다. 대진 스님은 “이 법은 실제 수계 여부 등 실질적 요건을 따지지 않고, 법률 제정 시점의 ‘승적관리 프로그램에 입력돼 있는 사항’ 자체를 기준으로 삼아, 과거 허위로 입력된 경우까지 법적으로 승적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종단 내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들이 출몰하고 있어 이런 소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종단의 적극적인 문제 검토와 사전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총무부장 성웅 스님은 “승적관련특별조치법은 2013년 제193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숙의와 합의를 거쳐 제정된 입법적 결단이었다”며 “아울러 법적 안정성과 승가의 화합을 저해하려는 시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종단의 근간을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다수 의원 스님들은 “원론적인 답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정 스님은 “지난해부터 총무원장을 비방하는 문건들이 돌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면 사회적으로도 조롱거리만 될 뿐이다”며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삼조 스님도 “선거철만 되면 이런 참담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번을 본보기 삼아 일벌백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광 스님은 “고소·고발이 남발되면 침소봉대될 우려가 있다”며 신중 대응을 주문했다.
청와대 불자회장 논란
최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불자회장으로 내정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진 스님은 “강 비서실장이 가톨릭 신자임을 밝힌 만큼 불자회장을 맡는 것에 대한 종도들의 의구심이 크다”며 “종도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제정 스님은 “조선시대에도 불교를 담당하는 대신이 없었지만, 불교는 민중과 함께하며 5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며 “종교가 불자도 아닌데 불자회장을 맡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차라리 공석으로 두는 것이 났다”고 비판했다. 보화 스님도 “지난해부터 가톨릭에서는 ‘2027 세계청년대회’와 관련해 이를 지원하는 입법 발의를 진행 중이다. 그런 와중에 가톨릭 신자가 청와대 불자회장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진각 스님은 “강훈식 비서실장의 부모님도 불자고, 결혼 전까지는 본인도 불자였다”며 “불교계가 먼저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오히려 불자로 다시 돌아올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실장 묘장 스님은 “현재 (강훈식 비서실장의 청와대 불자회장 임명이)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묘장 스님은 “강 비서실장은 불교계에 도움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며 “다음 주까지 의견을 조정해서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해외특별교구 소속 사찰의 실질적 지원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정범 스님)” “불교 발전에 혁혁한 공로가 있는 재가불자의 사후에 예우 차원에서 추모법회를 열어야 한다(선광 스님)” “주지 미임명 상태의 사찰에 대한 종단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철우 스님)” “국가지정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임에도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찰은 운영과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보인 스님)” “총무원 일원 체제 전환 이후 포교부·교육부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해야 하며, 체육·문화 행사를 지원할 포교 예산을 갖춰야 한다(원경 스님)” “해외사찰의 종단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통을 확대해 달라(보화 스님)” 등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다.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반대 성명 채택
이와 함께 중앙종회는 특별위원회 활동 보고를 받고, 종정감사특별위원회 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된 4개 사찰에 대한 종단 특별감사 실시를 요청했다.
또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의가 제출한 ‘2027 제41차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 제정 반대’ 성명서를 채택하고 법안 철회를 위한 강력 대응을 결정했다. 중앙종회는 성명서에서 “국가는 특정 종교를 지지할 수 없고, 종교단체도 정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며 “정교 유착의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즉각 특별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은적사비리진상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장시간 논의 끝에 거수 표결을 진행, 의원 56명 찬성 13표, 반대 22표로 부결됐다. 도성·제정·보인·성행 스님 등은 “현재 총무원 호법부 조사를 거쳐 초심호계원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고 있고, 경찰에서도 조사 진행 중이다”며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그 이후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선광 스님이 동화사 주지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종헌및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와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직 선출은 의장단에 위임하기로 했다. 중앙종회는 회기 마지막 날인 이날(11월 19일) 모든 안건을 처리하고 정기회를 폐회했다.
김내영 기자
이하 ‘2027 제41차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 제정 반대’ 성명서 전문.
“2027 제41차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 철회하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10박 11일간 열릴 예정인 서울세계청년대회(WYD)를 지원하는 특별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천주교 측은 “교황 레오 14세가 방한하는 서울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100만 명 대상 교통안전 보안 통합 관제 시스템, 임시 숙박 시설과 교통망 확충, 190개국 대응 다국어 행정 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이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3건의 특별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서울시의회가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서울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들은 명백히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됩니다. 헌법 제20조에는 “국교는 인정하지 아니하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르면, 국가(정부)는 특정 종교를 지지할 수 없고, 종교단체도 정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세부적으로는 국·공립학교의 특정 종교교육과 종교행사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금지됩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안에 명시돼 있다시피 서울세계청년대회의 목적은 ‘전 세계 천주교 청년들의 순례와 친교’에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세계청년대회는 한국사회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국제행사가 아닌 천주교의 선교를 위한 종교행사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특별법안에는 △시설 신축비를 지원한다 △수익사업을 허용한다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 등 불법적인 독소 조항이 수두룩합니다. 특별법안의 세부내용을 보면 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종교행사를 위해 법률에서 정한 부담금을 감면해야 하는지, 왜 국민 세금으로 특정 종교의 시설 신축을 지원해야 하는지, 왜 특정 종교가 주관하는 행사의 위원장과 위원을 국무위원들이 맡아야 하는지 의문만 듭니다. 헌정사상 범정부 차원에서 특정 종교행사에 행정적, 재정정 지원을 한 사례는 없습니다. 정교 유착의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즉각 특별법안들을 철회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다종교 사회에서의 종교 화합을 중시하는바 서울세계청년대회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특정 종교행사에 행정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국민의 혈세가 쓰이는 것입니다.
꽃과 꽃이 어우러져 꽃밭을 이루는 것을 화엄세계(華嚴世界)라고 합니다. 다름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문화 사회는 화엄세계와 같습니다. 만약 한 꽃에만 햇빛과 물을 준다면 그 꽃은 웃자라 그늘을 만들어 꽃밭의 다른 꽃들을 말라 죽게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천주교 신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서울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불기 2569(2025)년 11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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