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최악 산불에 천년고찰이 무너졌다[산불 종합] 

화마에 고운사 연수전 등 전소
전각 30동 중 21동 소실 확인
청송 보광사 만세루 등도 소실
절 지키던 법성사 주지 입적해
성보 이운으로 추가 피해 막아
진우스님 현장 방문, 지원 약속

의성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모습. 고운사는 산불로 인해 전각 30동 중 21동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있는 범종의 모습이 안타깝다.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의성 고운사 산불 피해 현장 모습. 고운사는 산불로 인해 전각 30동 중 21동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있는 범종의 모습이 안타깝다.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최악 산불로 기록될 영남 산불에 천년고찰들이 무너졌다. 조계종 제16교구본사 천년고찰 고운사가 화마로 인해 잿더미로 변했고, 의성·청송·안동 지역의 고찰도 피해를 입었다. 

조계종 총무원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3월 27일 현재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찰은 의성 고운사·운람사·만장사, 청송 수정사·보광사, 안동 용담사이다. 

의성 고운사는 3월 25일 오후 4시 50분경 강한 바람을 타고 넘어온 비화(飛火)로 인해 30동의 건물 가운데 21동이 전소됐다. 소실된 전각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포함됐다. 

의성 고운사는 화마가 덮치기 전인 3월 24일 이동이 가능한 불상, 불화, 고서 등 비지정 유형문화유산을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으로 이운했다. 소장 중이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도 3월 25일 오후 3시 30분 경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옮겨 피해를 막았다.

앞서 의성 운람사는 3월 23일 확산된 산불로 모든 전각들이 소실됐다. 이번 화재로 전각과 부속 건물 7개동이 모두 불에 탔고, 주변 산림도 큰 피해를 입었다.

영남 산불로 인해 전소된 의성 운람사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영남 산불로 인해 전소된 의성 운람사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운람사 대중스님과 신도들은 불길이 운람사를 덮치기 전 아미타삼존불, 탄생불, 신중탱화 등 불교유산을 조문국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해 옮겨 추가 피해를 막았다.

비구니 사찰 청송 보광사는 경내 전각인 만세루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보광사 만세루는 조선 세종이 부사 하담(河澹)에게 명해 건립한 청송 심씨 시조인 심홍부의 묘재각(墓齋閣)이다. 월막리에 15세기 건립된 찬경루와 같이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다행히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보광사 극락전은 화마를 피했다. 

보광사 주지 무구 스님은 “불길은 10km 정도 떨어진 안동 길안면에서 40분 만에 청송지역을 덮었다. 이번 산불이 청송지역 8개면을 다 휩쓸고 가면서 지역의 피해도 큰 상황”이라며 “보광사는 총 9개동 가운데 만세루와 요사채 등 2개 동이 소실됐지만 만세루와 세 걸음 떨어진 보물 ‘극락전’은 다행히 온전한 상태로 남았다. 부처님의 가피”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사찰 내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뒷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구니 사찰 청송 보광사 만세루가 산불로 인해 전소됐다. 사진제공=국가유산청
비구니 사찰 청송 보광사 만세루가 산불로 인해 전소됐다. 사진제공=국가유산청

의성 만장사는 3월 26일 전각 7동 중 5동이 전소됐으며, 나머지 두 동의 건물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유형문화유산인 석조여래좌상은 방염포로 포장해 일부만 훼손됐으며, 소장 불상 2점은 군청 관할 박물관으로 이운됐다. 

안동 용담사의 무량전(경북도문화유산자료)과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경북도문화유산자료)은 소실됐으며, 통일신라 석불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던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경북유형문화유산) 또한 전소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계종은 화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의성 산불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성보 이운 현장 지휘를 위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장명 스님, 중앙종회 문화분과위원회 오심 스님, 문화부장 혜공 스님, 이길수 대한불교청년회장, 장정화 전 대한불교청년회장과 함께 3월 26일 7시 30분 의성 고운사를 방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장명 스님, 중앙종회 문화분과위원회 오심 스님, 문화부장 혜공 스님, 이길수 대한불교청년회장, 장정화 전 대한불교청년회장과 함께 3월 26일 7시 30분 의성 고운사를 방문했다.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제8교구본사 직지사 주지 장명 스님, 중앙종회 문화분과위원회 오심 스님, 문화부장 혜공 스님, 이길수 대한불교청년회장, 장정화 전 대한불교청년회장과 함께 3월 26일 7시 30분 의성 고운사를 방문했다. 사진제공=조계종 기획실

현장에서 진우 스님은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만나 고운사의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산불 진화에 노력 중인 유관기관과 사찰의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진우 스님은 “화마로 인하여 희생된 분들에 애도를 표하며 정부와 국가에서도 비상사태에 대하여 엄중히 대응하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전했다.

이어 “산불로 망실된 사찰과 문화유산이 복구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뿐 아니라 종단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산불에 사찰을 지키던 스님이 화마에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졌다. 법화종 등에 따르면 경북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 주지 선정 스님이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3월 25일 오후 5시 40분쯤 산불이 석보면으로 확산됐고, 영양군은 주민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다. 하지만 선정 스님은 법성사 대웅전 옆 건물에서 입적해 있었다. 

이번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2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산불의 영향 구역은 3만3204㏊로,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2만3794㏊)을 넘어섰다. 3월 27일 오후 2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됐다.

군위 지보사 석탑에 방염포 포장이 돼 있다. 사진제공=국가유산청
군위 지보사 석탑에 방염포 포장이 돼 있다. 사진제공=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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