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력 모아 불교중흥… 차별없는 세상 이끌자”

간절함서 나오는 원력이
한국불교 중흥을 이끌어
차별없는 세상과 불교가
미래불교가 지향할 지점
‘차별없음’ 결사 시작 이유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은 10월 26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서 자자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상월결사는 차별없는 불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임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노덕현 기자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종단 종무행정을 진두지휘했던 자승 스님은 이제는 ‘상월선원 회주’로서 상월선원 천막결사·만행결사의 중심에 있다. 자승 스님은 총무원장 퇴임 후 공식 발언들은 최대한 자제해왔다. 다만, 상월선원 만행결사 예비·자비순례의 자자회에서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들을 대중에게 전했다. 

상월결사가 시작된 이래 자승 스님이 공식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중과 함께 이야기한 것은 지난 7월 28일 공주 태화산 예비순례 첫 일정을 소화한 직후 가진 대중과의 만남이 처음이다. 이날 자승 스님은 “불교중흥을 위해 걷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스님은 “상월선원 결사를 통해 내적으로는 어려운 역경을 수행으로 이겨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외적으로는 침체된 불교의 새로운 신심과 바람을 불러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조그만 토대라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결사라는 인식을 함께 가져주길 바란다. 신심과 원력으로 걷자”고 당부했다. 

예비순례 회향을 앞둔 7월 30일 진행된 자자회에서는 자승 스님은 불교중흥에 대한 간절함과 원력 결집을 역설했다.

자승 스님은 “자자를 시작하기 전 조계사에서 피자 대중공양을 올렸다. 이 피자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8개월 전 상월선원 안에서 먹었던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때는 피자가 정말 맛있어서 퍽퍽한 끝 부분의 밀가루가 단맛이 날 때까지 꼭꼭 씹었다. 오늘 보니 파자 토핑이 올려진 부분만 먹는 것을 봤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면 피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다 먹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간절하지 않으면 원력과 신심이 나오지 않는다”고 마음가짐에 대해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불교중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면 된다. 다른 일을 하니 중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각자 위치에서 목숨을 걸고 임하면 중흥이라는 말이 굳이 왜 필요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며 “선방 수좌가 엉덩이가 썩어 문드러져도 도를 깨치겠단 원력이 있고, 기도하는 스님이 목젖이 터져도 내 기도를 듣는 이가 기도성취를 하게 해주겠다는 원력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승 스님은 불교가 살기 위해서는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포교하는 사람이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 법을 전하지 않으면 차라리 길에서 죽겠다 하면 중흥 불사라는 말을 꺼낼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이런 원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0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진행된 자비순례에서는 인도에서 이뤄질 만행결사 순례와 같이 풍찬노숙으로 엄격하게 진행됐다. 

회향을 하루 앞둔 10월 26일 서울 봉은사에 입성한 자승 스님은 자자회에서 ‘차별없음’을 화두로 내놨다. 먼저, 자승 스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두두물물 개유불성(頭頭物物 皆有佛性)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등 3가지 키워드를 순례 대중에게 제시하며, 공통어를 찾아볼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중들은 ‘무차 평등’, ‘모든 존재는 존귀하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등의 답을 내놨다. 하지만, 모두 정답은 아니었다. 자승 스님이 내놓은 정답은 ‘차별 없음’이었다.

자승 스님에 따르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개개인 모두 존귀하며 차별이 있어서는 안됨을 말하고 있으며, ‘두두물물 개유불성’은 모든 생명에는 차별없이 불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적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승 스님은 “불교의 모든 가르침과 화두는 ‘차별 없음’에서 출발하고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불교의 미래는 차별없는 세상을 사부대중이 만들어 나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는 사부대중이 ‘차별 없음’을 보여주려 했다”면서 “천막 안팎으로 차별없이 수행하고 기도했다. 만행에 올라서는 사부대중이 같은 곳에서 자고 같은 것을 먹었으며,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차별없는 사부대중’은 불교 발전의 초석임을 강조했다.

“인도의 불교는 이제 흔적만 남았다. 방일하면 한국불교도 역사로만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 스님은 “종단이 해코지를 당할 때 이를 지키는 동력은 ‘차별없는 사부대중’에 있다. 사부대중이 차별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종단을 외호하고 불교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월결사를 진행했다”며 “21일 동안 이어진 원력의 장정이 한국불교 미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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