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속·종교·나이 떠난 ‘無差’ 정신 알리다

21일간 동고동락한 순례단이 봉은사에서 자비순례 회향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20여일간 착용한 마스크를 잠시 벗은 대중들의 얼굴에 환희심이 비친다. 상월결사에 함께 참여한 모든 대중들은 차별없는 도반으로 결사정신의 발현을 위해 매진했다.

상월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결사란 평가를 받고 있다. 출재가가 함께하는 사부대중결사였고 세속을 멀리한 산중이 아니라 도심, 그리고 세간의 한 중심에서 생겨난 야단법석이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상월결사를 여러 가지 키워드를 통해 조명해 보았다. 

 이판사판 ‘한판’ 결사 

상월결사는 불교 내부적으로는 유례없는 사판 스님들과 이판 스님들의 이른바 ‘한판’ 결사로 진행됐다.

먼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는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성곡, 무연, 호산, 재현, 심우, 진각, 도림, 인산 스님 등 9명의 대중 스님들이 무문관 정진에 들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사판 스님인 자승 스님이 제방선원의 스님들과 함께 정진하는 것 만으로도 불교계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여기에 총도감 혜일 스님을 비롯해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등 많은 스님들이 천막결사 당시에 외호대중으로 참여했다. 이는 그동안 산중 수행으로만 평가받던 안거수행을 일선 사찰행정을 담당하는 스님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포교전법으로도 이어지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태화산 예비순례와 만행결사 자비순례로도 이어졌다. 전국의 스님들이 사판 이판을 불문하고 신청을 했으며 많은 지원으로 이른바 인도 만행결사를 앞둔 ‘선발’ 성격을 띠기도 했다. 호계원장 무상 스님은 사판승으로 젊어서 지녔던 이판승으로서의 꿈을 이루는 계기였다고도 했다.

 사부대중 ‘무차’ 결사 

태화산 예비순례와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함께 정진하는 사부대중의 ‘무차’ 결사로 이어졌다. 상월선원 천막결사 당시 무문관 옆 일일체험 공간에서 재가불자들이 함께 수행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는 스님들의 정진이었다. 하지만 태화산 순례와 자비순례에서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똑같이 풍찬노숙하며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펼쳐졌다. 비록 복장과 모습은 달랐지만 순례단에서 대우는 같았으며, 모두가 하나의 수행자였다. 가톨릭 신자부터 70세가 넘는 고령자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까지 한마음으로 순례에 동참했다. 길을 걷다 힘들 때면 재가불자들은 앞선 스님들을 보고 힘을 내고, 스님들은 또 재가불자들의 모습을 보며 힘을 냈다. 무더위 속에서 진행된 태화산 순례와 추위 속에서 진행된 자비순례 모두 승속과 나이, 종교까지도 떠난 차별없는 대중의 ‘한마음’이 있었기에 모두가 순례를 성료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 ‘함께’ 결사 

흔히들 결사라고 하면 결사에 참여한 이들만 수행하고 정진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상월결사는 결사 외호대중의 역할과 정진 또한 지속적으로 주목받은 결사다. 천막결사 당시 추운 겨울 스님들의 정진을 돕고 야단법석을 열어 신심증장의 기회를 제공한 외호대중은 태화산 예비순례와 자비순례에서 지원단으로 정식 구성돼 활동했다. 박기련 지원단장을 중심으로 운영팀(팀장 이상종)과 상황팀(팀장 윤승헌), 자원봉사·공양팀(팀장 장영욱), 의료팀(팀장 김명숙) 등 총 4개 팀으로 나뉘었고, 순례단의 안전과 순례 관련 전반적인 지원 등을 체계적으로 맡았다. 비록 순례에 직접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뒷바라지를 통해 순례 동참보다 더한 공덕을 쌓았다. 이러한 외호대중의 역할은 순례 과정에서 십시일반 순례를 지원한 이들로 확장됐다. 공양물을 보내온 일선사찰부터 길안내 등 노력봉사로 결사에 동참한 포교사단과 경찰불자회 등의 모습은 단순히 수행만이 결사 참여가 아니란 것을 보여줬다.

 좌선·행선 ‘행주좌와’ 결사 

상월결사는 앉아서 참구하는 선수행이 걷고 자고 먹는 등 행주좌와 모든 순간으로 전환되는 결사임을 알리는 계기였다. 그동안 수행정진이라고 하면 선방에서의 화두참구라는 인식은 상월결사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함을 알게 했다.

결사에 참여한 순례대중은 걸으며 염불하고, 누워서 화두를 참구하며, 저잣거리에 나서 만행을, 삶의 현장을 돌아보며 자비실천을 행했다.

특히 자비순례 때는 순례단의 손에는 모두 단주가 들려있었다.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하나씩 단주알을 돌리며 각자 생각한 화두에 빠져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천막결사 이후 아홉 스님들은 코로나 기간 급감한 헌혈 상황을 감안해 헌혈에 동참하고, 회향에 답도한 보시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복지관에 기부해 결사에서 수행정진과 자비실천이 둘이 아님을 직접 보였다.

 유튜브 ‘디지털’ 결사 

21세기에 펼쳐지는 결사답게 상월결사는 포교와 전법에까지 영향이 미치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유튜브와 네이버 밴드를 통한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이다. 유튜브 채널인 ‘상월선원’은 실시간으로 순례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창구가 됐다.

홍보담당인 정오 스님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가 하면 각 언론사들의 다큐 등 유튜브 영상도 상월선원 채널에서 공유됐다. 천막결사 당시 300여명 수준이었던 상월선원 유튜브 채널은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3000명이 넘는 구독자와 콘텐츠 당 2000~1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했다.

여기에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영화 ‘아홉스님’으로도 제작돼 5월 27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국내 유수언론 또한 상월결사의 여러 면모를 보도하고 관심을 보였다. 디지털, 미디어 결사는 스님들의 수행정진에 의한 감동이 그 현장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도 확장됨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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