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1주년] 公心·願力의 1년… ‘불교’ 바꾸다
[상월결사 1주년] 公心·願力의 1년… ‘불교’ 바꾸다
  • 신성민 기자
  • 승인 2020.11.10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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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변화 여정, 상월결사의 1년

“치열하게 정진하자” 원력 세우고
지난해 11월 11일 천막 결사 입재
9명 스님 정진에 대중 응원 고조
인도 만행결사, 코로나로 한국서
예비 순례 거쳐 10월에 자비순례
함께 걸으며 공감한 ‘無遮의 공간’

공심(公心)이 담긴 하나의 원력(願力)이었다. 지난 2019년 2월 백담사 무문관 동안거를 마친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만나는 대중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가장 낮은 곳에서도, 다 놓아버린 곳에서도,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도 틀림없이 공부가 있을 것이니, 승가 본연의 모습으로 차별없이 정진해보자.”

한 명의 원력으로 시작된 상월선원 결사는 천막결사를 거쳐 만행결사까지 장장 1년 동안 이뤄졌다. 

‘결사’라는 무거운 단어가 있었지만, 무겁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겨울 위례종교부지의 비닐하우스 천막서 아홉 스님들이 무문관 동안거 정진을 했고, 사부대중은 이곳을 찾아 절과 기도하고 음성공양을 올렸다. 정(靜)을 바탕으로 했지만, 동(動)도 함께했다. 서릿발 같은 날선 정진의 공간에 뜨거운 사부대중의 신심이 어우러졌다. 

이듬해 봄 상월선원은 만행결사를 준비했다. 만행의 장소는 인도였다. 인도 부처님 성지 1080km를 걷는 대장정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고, 한국 순례로 우회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7월 태화산서 예비순례를 진행하며 10월 자비순례를 준비했다. 10월 7~27일 21일간 이뤄진 자비순례에는 69명이 ‘불교중흥·국난극복’의 원력으로 511km 국토 종주 순례를 완주했다. 코로나19로 엄격한 방역 지침 아래 마스크까지 쓴 악조건 속에서도 순례단은 원력을 되새기며 걷고 걸었다. 

상월결사는 수사로 가득한 번지레한 접촉이 아니었다. “중생에게 차별없이 다가가겠다”는 전환의 선언이었다. 결사의 원력에 대중들은 공감했고, 이에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공심과 원력으로 시작된 상월결사의 1년은 미래불교로의 변화를 화두로 던진 시간이었다.

변화는 시작됐다.

부다가야 꿈꾸며 중생에게 나아가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부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지도에도 보이지 않은 황량한 벌판에 9명 스님들의 결연한 서원이 울려 퍼졌다.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달을 벗 삼아 정진하겠다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천막결사에는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상월선원 회주)을 비롯해 무연 스님(선원장), 진각 스님(입승), 성곡 스님(한주), 호산 스님(지객), 재현 스님(지전), 심우 스님(정통), 도림 스님(시자), 인산 스님(다각) 등이 참여했다. 

90일, 치열했던 수행 여정
‘천막결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퇴임 이후 2차례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정진을 했던 자승 스님의 “승가 본연의 자세로 안거 한철이라도 치열하게 정진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본래 자승 스님의 처음 계획은 서울역에서 혼자 노숙 정진을 하며, 그곳을 배회하는 노숙인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로 대중들이 꾸려졌고, 장소도 다시 논의됐다. 결국, 최종적으로 위례신도시 법당 건립 부지에서 정진하기로 결정됐다. 

9명의 스님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하고, 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골자로 한 청규를 정하고 스스로를 가둔 채 수행에 매진했다.

극한 환경에서의 수행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진 대중의 정진력은 날카로워져 갔다. 한 끼 공양마저 마다하고 곡기를 끊고, 두부 4쪽·방울토마토 3쪽·나물무침 2젓가락만 섭취하는 스님도 있었다. 

70여 일이 지날 즈음에는 대중 스님 중 한 명이 의식을 잃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 의료진이 출동했지만, 정신을 차린 스님은 “수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다시 정진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부대중 함께 기도·외호
이 같은 아홉 대중 스님들의 정진력은 결사의 원동력이었고, 이는 대중들을 감화시켰다. 지난해 11월 11일 입재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여 사부대중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결사에 동참했다. 회향까지 10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험관에서 무문관 수행을 한 불자들도 110명에 달했다.

자원봉사와 보시도 위례천막결사를 이끌었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은 매일 자비로 다과 물품을 구입해 선원을 찾은 대중에게 보시했고, 봉은사 사찰음식팀은 봉국사 공양간을 빌려 대중공양을 준비했다. 화장실·법당 청소 봉사자들도 매일 줄을 이었다.

‘상월선원’ 유튜브 채널과 밴드 개설·운영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결사 모습이었으며, 이는 1년 간 이어지는 결사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가 됐다.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회향 후에도 그 잔향은 오래 이어졌다. 상월선원 천막결사 정진대중은 회향 당시 받은 공양금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외계층을 위해 마스크 1만장과 손세정제 1000개를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치열한 결사 일정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스님’으로 만들어져 5월 27일부터 한달여 간 전국 극장서 상영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극장가가 셧다운되는 상황이었지만, 2만2000여 명이 ‘아홉스님’을 극장서 만났다. 

인도 만행결사, 한국 순례 우회
안거를 마쳤으면 만행이 따르는 법. 상월선원은 지난 5월 21일 ‘만행결사’의 계획을 언론에 공개했다. 11월 17부터 12월 31일까지 45일 간 인도와 네팔의 부처님 성지 녹야원·부다가야·룸비니 등을 1080km에 달하는 거리를 도보 순례하는 대장정이었다. 

45일 간 하루에 평균 30km를 걸어서 이동하는 강행군으로 하루 10시간 가량을 오롯이 걸으며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체현하는 것이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불교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도와 날씨가 비슷했던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공주 태화산 일대에서 예비순례도 진행됐다. 장마철 폭우에도 대중들은 불교중흥의 원력으로 함께 걷고 걸었다. ‘사부대중이 함께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다가왔다.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이 됐고, 인도로의 출국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은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불교중흥·국난극복’을 발원하며 자비순례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 동화사에서 출발해 서울 봉은사에 도착하는 자비순례도 총 511km의 대장정이었다. 

만행결사 자비순례에도 청규는 제정·적용됐다. 대중은 △행선시 스님은 승복과 대가사 수한다 △행선시 묵언한다 △참가자는 염송, 화두, 진언, 염불 등 수행을 한다 △마스크를 항상 착용한다 △행선시 휴대전화 금지, 야영지는 무음 또는 진동으로 한다 등을 청규 조항으로 만들고 이를 지키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발생을 막기 위해 아침 출발 전과 점심공양, 저녁 도착 후 총 3차례 걸쳐 발열체크를 하고 각각의 온도를 기재하기로 했다. 체온 기준도 37.5도인 정부방역 지침보다 엄격하게 적용하여 37도 이상시 의료팀이 즉각 격리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또한 1인 1텐트와 함께 매일 텐트 소독도 진행하며 공양도 도시락으로 해결하여 대중운집을 최대한 막기로 했다.

국난극복 발원하며 한걸음
“사회의 평온과 화합을 환희 밝히는 서원이 선명하기에 불은으로 열어주신 길을 따라 힘차게 걷고자 합니다. 우리의 한 걸음이 행원의 과정이요, 한 걸음마다 의지의 실천으로 삼겠나이다.”

국난 극복과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대중이 순례 여정을 시작하며 부처님께 올린 서원이다. 순례 대중은 10월 7일 동화사서 입재법회를 열고 대장정의 첫발을 디뎠다. 이날 조계종 종정 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는 직접 증명법사로 참여해 “자비순례에 동참하는 모든 대중이 일거수 일투족에 화두가 가득하길 바란다. 깨달음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라”고 당부했다.

순례단은 대구 동화사 입재식 후 132km를 걸어 10월 11일 구미 신라불교초전지에서 아도화상 전에 헌향하고 고구려에서 신라로 불교를 전래한 아도화상과 같이 불교중흥을 위한 걸음을 계속 할 것임을 다짐했으며, 10월 12일에는 불교 성보지킴과 환경운동의 상징이 된 의성 낙단보 마애불에서 법회를 갖기도 했다. 

11일차인 10월 17일에는 문경새재를 넘어 반살림을 고했다. 문경새재는 입재식 후 총 368km를 걸은 구간으로 순례의 반환점이자 가장 고된 길이기도 했다. 해발 548m의 고갯길을 넘으며 순례단은 하나가 됐다.

14일차인 10월 20일 순례단은 국토의 중앙인 충주 구간을 지났으며, 10월 26일 순례단은 구리토평 가족캠핑장을 출발해 구리한강공원을 지나 서울로 진입해 봉은사에서 자자의 시간을 가졌다. 27일에는 봉은사와 상월선원를 왕복하며, 회향했다. 

순례단은 매일 수십km를 걷느라 힘든 와중에도 한국불교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도 가졌다. 10월 15일에는 문경 STX리조트에서 ‘상월결사의 시대적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교계 안팎의 학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대중공사를 진행했다. 10월 23일에는 양평 소노문리조트에서 2차 대중공사가 열렸다.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함께 먹고 걸으며 소통·공감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82명의 순례단 뿐만 아니라 공양팀, 운영팀, 상황팀, 자원봉사팀, 의료팀 등 지원단을 구성해 운영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원욱 국회 정각회장, 주호영 前 국회 정각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각계 인사들과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 등 학계 인사, 불자들과 지역민들의 동참도 이어졌다.

또 지역사찰들의 순례단을 향한 봉사는 한국불교가 큰 원력 하에 결집할 수 있는 힘을 느끼는 계기였다. 서울 조계사와 봉은사, 대구 동화사를 비롯한 지역 교구본사 대사찰 뿐만 아니라 작은 말사에서도 십시일반 할 수 있는대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해원 동국대 일산병원장을 비롯해 동국대 병원 연우회 등은 의료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장기간의 노숙을 동반한 순례인 만큼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이들도 있었고, 부상자도 나왔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는 이는 없었다. 걷지 못하는 이는 차량을 타고, 뛰어야만 하는 진행과 취재팀들은 자전거를 타고 순례에 함께했다.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봉은사에서 이뤄진 자자회에서 “‘차별없음’이 상월결사를 시작한 이유”라고 했다. 함께 먹고, 자고, 걸으며 같은 원력을 공유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무차(無遮)의 공간’으로 상월결사는 거듭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불교는 상월결사 전과 후로 그 모습이 변화할 것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비순례는 회향했지만, 인도로의 만행은 남았다. 상월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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