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선운사 11월 28일 본말사 걷기순례 거행

본말사 불자대중 50여명 참석
상월결사 대중도 함께 참여해
도솔암서 코로나 극복 기도와
참당암서 선원 수행정진 응원
지역사회 애환 함께 어루만져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선운사 본말사 스님들과 불자대중들이 선운사와 도솔암을 잇는 산길을 걷고 있다. 선운사 측은 선운사의 대표적인 꽃인 동백꽃으로 장식된 '자비순례 선운사' 모자를 준비해 이번 본말사 순례가 국난극복을 염원하는 자비순례의 연장선임을 밝혔다.  

“사부대중의 서원은 더 없이 선명하기에 불은으로 열어주신 길을 따라 힘차게 걷고자 합니다. 우리가 내딛는 걸음걸음을 고행이라 여기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이 행원의 과정이요, 의지의 실천으로 삼겠나이다. 국민들이 편안하여 화합이 이뤄지고,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여 화목하며, 한국불교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도록 일심으로 정진하겠나이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가 회향한지 한 달이 지난 11월 28일. 만행결사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불자들의 노력이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국불교 주요기도처 중 하나인 도솔암 내원궁에서 코로나 극복과 불교 중흥을 발원하며 기도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가 11월 28일 본·말사 걷기명상 성지순례를 개최한 것이다. 제22교구본사 대흥사가 동안거 후 걷기순례, 상월선원 결사대중이 내년 10월 경 삼보사찰 순례에 나서기로 하는 등 코로나 극복과 국민 화합에 대한 불자들의 바람이 걷기순례란 새 문화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선운사가 28일 개최한 걷기순례에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과 함께 만행결사 총도감 호산 스님, 지객 원명 스님 등 상월선원결사대중들과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 송광사 주지 자공 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 등 호남사찰 본사 주지 스님들과 중앙종회 부의장 만당 스님 등 스님들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선운사 신도회, 정충래 동국대 이사 등 불자대중 50여 명도 함께했다.

순례 대중들은 도솔암 내원궁 참배 전 도솔암 마애불 앞에서 주지 경우 스님으로부터 마애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우 스님은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이 마애불에서의 발원에서 부터였음을 밝히고, 불자들의 원력과 민초들의 애환을 어루만진 가피로 코로나 극복이 하루빨리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당초 선운사 측은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 정신을 이어 본사차원서 매월 1회 걷기명상 순례를 진행하기로 결의하고 11월 순창 강천사에서 만일사까지 70여 스님들이 걷기순례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선운사 측은 10월 준비모임 성격으로 내소사서 월명암까지 걸으며 이번 순례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운사 산내암자인 도솔암과 참당암을 순례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내원궁 108계단을 오르는 순례대중들의 모습.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힘을 내 올랐다.

순례에 앞서 인사말에서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계획된 일정이 취소되는 등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하지만 2600년 전 부처님께서 그러셨듯이 오늘 자비순례는 도량내 머물던 수행과 포교가 밖으로 나가는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라며 “1600여년을 이어온 우리 한국불교는 오늘날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일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채 산중에 머무르는 불교가 되지 않았나 되짚어 본다”고 자성의 발언을 이어갔다.

경우 스님은 “우리는 산중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지역민의 삶속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도량에서만 이뤄졌던 나를 위한 기도와 수행을 이웃과 사회를 위한 기도와 수행으로 바꾸고자한다”며 “오늘 여정이 지난 겨울 상월선원 결사와 자비순례가 각 지역으로 널리 퍼져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발원했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도솔암으로 향하는 순례대중의 모습

순례 대중들은 발원문 낭독을 마치고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선운사 주차장에서 도솔암까지 산길을 나섰다. 총 거리 10여 km의 짧은 거리지만 추운 날씨와 산길임을 감안해 자비순례와 달리 비교적 느린 속도로 순례는 진행됐다.

3km를 걸었을까. 도솔암 미륵불로 일컬어지는 선운사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이 순례단을 맞이했다. 거대한 마애불 앞에서 참배한 순례대중은 막간 휴식시간 동안 주지 경우 스님의 마애불에 대한 설명과 동국대 부총장 종호 스님의 결사의 불교사적 의미를 경청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순례대중들은 마애불 위에 자리한 도솔암 내원궁을 참배했다. 한국불교 기도처 중 하나인 도솔암 내원궁. 내원궁으로 향하는 가파른 108계단도 코로나 사태로 시름하는 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거뜬히 올랐다. 순례대중은 내원궁에서 코로나 극복을 바라는 일심으로 참배하고 선운사 선방이 위치한 참당암을 거쳐 선운사 공양간에서 함께 대중공양을 했다.

이날 순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순례에서도 거리두기를 행하며 진행됐다.

이날 걷기 순례에 참여한 조계종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은 상월선원 결사대중에 동안거 해제 후 해남 걷기순례를 함께 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은 “수행은 행주좌와 어묵동정 이어져야 한다. 걷는 수행을 통해 승풍을 진작하고 수행문화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종단에 25개 교구본사가 있기에 상월선원 결사대중과의 순례로 사찰순례의 새로운 전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표했다.

순례대중들이 참당암에서 전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으로부터 참당암 연사에 대해 듣고 있다.

순례에 참여한 대중들은 앞으로 진행될 사찰에서의 걷기순례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박정숙 선운사 신도회장 대행은 “추운 날씨였지만 각자 서원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가 자주 있어 불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이땅을 불국토로 장엄하는데 한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선 고창시니어클럽 시설장도 “코로나로 인해 어르신들의 생계수단이었던 일자리도 없어지고 지역민들의 삶이 너무나도 어렵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불자들의 순례로 부처님 가피가 내려 하루 빨리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국대 부총장 종호 스님은 “상월결사는 시간이 지나면 봉암사결사, 정혜결사, 백련결사와 같이 시대를 관통한 불교의 움직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대중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이 것이 한국 수행문화를 변화시키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진 역사의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대중들이 선운사에 도착해 본말사 순례를 회향하는 모습.
상월선원 결사대중은 장군죽비와 대중공양비를 선운사 측에 전달했으며, 선운사 측은 고창 특산품을 결사대중에게 전달했다.
순례대중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발열점검과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철저한 방역 속에 순례를 진행했다. 기념촬영을 위해 모인 순례대중들이 촬영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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