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문화, 불교를 입다-굿즈] GOOD한 ‘불교 굿즈’, MZ세대 ‘취향저격’  

‘반가사유상 피규어’ 완판 행진
국립중앙博 ‘굿즈 맛집’ 입소문

불교굿즈 작가들 온라인 활동도
“종교 색채 줄이고 대중 접근을”
문화사업단 ‘본디나’도 호응 UP

국립중앙박물관을 ‘굿즈 맛집’으로 만든 국보 반가사유상 피규어 시리즈. 특히 MZ세대의 호응이 컸다.
국립중앙박물관을 ‘굿즈 맛집’으로 만든 국보 반가사유상 피규어 시리즈. 특히 MZ세대의 호응이 컸다.

“박물관에 전시 보러 가요? 우린 쇼핑하러 갑니다.”

박물관은 문화재를 보며 학습을 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요즘 박물관은 MZ세대에게는 일종의 소비공간이자 놀이공간이 됐다. 어렵고 딱딱했던 박물관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꿔준 힘은 바로 ‘굿즈(Goods)’에 있다.

‘연예인이나 기관, 단체, 기업의 파생상품’으로 정의되던 굿즈는 일종의 기념품 정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 고유의 특성을 살린 굿즈들이 제작·출시되며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RM도 반한 반가사유상 피규어
현재 굿즈 열풍의 중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2020년 10월 처음 출시된 ‘국보 반가사유상(83호) 피규어’는 출시되자마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온라인 판매를 위한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반가사유상 피규어를 직접 구매한 것이 알려져 인기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사유의 방’ 개관을 맞아서는 굿즈를 리뉴얼했다. 기존 반가사유상 피규어는 강렬한 원색이었지만 리뉴얼하며 우아한 파스텔톤으로 색상이 바뀌었고, 기존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반가사유상 방향제(스탠드형·차량형), 반가사유상 인센스 홀더(향꽃이), 반가사유상 만다라 리버서블 에코백으로 제품군을 확장시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반가사유상 피규어 이후에도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굿즈로 흥행을 이어가며 ‘굿즈 맛집’으로서 면모를 확고히 했다. 

고려청자 문양을 넣은 에어팟 케이스는 “내 손 안의 고려청자”라는 호평을 받았고, 자개소반 무선 충전기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전통 디자인의 스카프 등 패션·생활 소품들도 인기다.  

올해에는 국립박물관 상품들을 통합 브랜드화 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지난해 박물관 상품 브랜드 명칭 공모전을 통해 후보를 선발했고, 최종적으로 ‘뮷즈(MU:DS)’가 선정됐다. ‘뮷즈(MU:DS)’는 박물관 상품을 의미하는 ‘뮤지엄 굿즈’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국 13개 국립박물관 굿즈를 통칭하는 브랜드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부터 ‘굿즈 맛집’이었던 것은 아니다. 관내 뮤지업샵은 전시도록이나 마그넷, 문구류 같은 가벼운 기념품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2016년 출시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새겨진 유리컵이 많은 인기를 끌며 전략도 수정했다.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장은 “당시 젊은 세대들은 유리컵 구매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기념품 같았던 상품들을 생활 소품 위주로 변화시켰고,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들로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반가사유상 피규어나 인센스 홀더 등에 대해서는 “종교적 색채를 조금 지우고 대중들의 성향과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불교 전문 굿즈 브랜드 '붓띠'의 온라인 스토어 메인 화면. 불교미술을 전공한 정아현 대표가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불교 전문 굿즈 브랜드 '붓띠'의 온라인 스토어 메인 화면. 불교미술을 전공한 정아현 대표가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 ‘불교 굿즈’ 만들다
‘불교 굿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힙(Hip)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찾는 MZ세대에게 불교 소재 굿즈는 이를 충족시켜줄 중요한 아이템이다. 젊은 작가들도 직접 ‘불교 굿즈’를 제작·판매하기도 한다. 

네이버스토어에서 ‘붓띠’라는 브랜드로 불교 굿즈를 제작하는 정아현 붓띠 대표는 2020년부터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해왔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며 박사학위까지 수료한 정 대표는 꾸준히 약사여래 도상을 그려왔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며 약사여래 도상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자연스럽게 굿즈를 제작하게 됐다. 초반에는 본인이 디자인한 약사여래 도상을 활용한 액자·인테리어 시계·차량용 걸이·수면등이 주력 상품이었으나 최근에는 상품군을 더욱 확장했다. 

정 대표는 “최근에는 약사여래부처님과 약사여래 12대원이 각인된 머그컵과 2줄 부엉이·코끼리·거북이 염주 팔찌, MZ세대 감성의 경전·염주 파우치가 인기”라면서 “어린이용 합장주를 만드는 DIY키트도 호응이 좋다. 파스텔톤 오색 염주알과 코끼리, 연꽃들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찰에 가면 불교용품점이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곳에 있는 상품들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는다. 디자인도 10년째 똑같다”면서 “제 작품들은 대중성에 주안점을 두고 너무 불교적이지 않게 디자인한다. 그러면서도 불교적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전통문화상품 브랜드 ‘본디나’가 출시했던 합장주USB.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전통문화상품 브랜드 ‘본디나’가 출시했던 합장주USB.

불교계에는 ‘본디나’가 있다
불교계도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상품 개발에는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전통문화상품 브랜드 ‘본디나(VONDI NA)’다. 

2014년 5월 론칭된 ‘본디나’는 ‘본디 나로 돌아가다’는 의미를 가졌다. 한국 사찰의 문살과 단청들을 패턴화해 독창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관련된 굿즈들을 개발해왔다. 관련 상품들도 △본디나 단청, 꽃살문 트래블백 세트 12종 △본디나 단청, 꽃살문 다이어리, 수첩 30종 △본디나 꽃살문 우산 △본디나 단청, 꽃살문 여권케이스 9종 △본디나 단청, 꽃살문 네임택 8종 △본디나 꽃살문 명함집권 케이스·네임택·소프트 노트 등 다양하다. 

또한 불교문화상품 공모전 수상작인 합장주 USB와 사천왕 페이퍼토이는 교계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정미자 문화사업단 문화콘텐츠팀장은 “합장주 USB에 이어 출시된 목어 USB도 인기가 많다. 필함·메모패드·명참케이스는 인기 상품”이라며 “본디나의 상품들은 전국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기념품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는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8차에 걸쳐 한국 사찰의 꽃살문, 단청, 각종 지물을 통한 디자인들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어떤 상품을 제작하는가가 관건”이라며 “상품의 수요와 시대 트렌드를 분석하며 굿즈들을 개발하려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