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문화, 불교를 입다- 전시] 체험·감성에 중점…전시, 진화하다

반가사유상 전용 ‘사유의 방’
개관 후 25만명 관람 ‘인기’

지난해 ‘조선 승려 장인展’
韓미술사 이정표 새로 세워
미디어아트 등 활용도 눈길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전경.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으로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조성됐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 전경.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으로 건축가와의 협업으로 조성됐다.

박물관 전시가 진화했다. 진화한 전시의 면모는 국보 반가사유상(78·83호) 전용 전시공간으로 지난해 11월 12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올해 3월 6일까지 진행된 ‘조선 승려장인’ 특별전을 통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모두 불교 관련 전시다. 

‘사유의 여정’ 담아낸 전시 공간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전시실을 보러 프랑스 파리를 가듯 국립중앙박물관의 두 국보 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브랜드화 하겠다.”

2021년 2월 3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밝힌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존 관람 동선에서 과감히 벗어나 상설전시관 2층에 439㎡ 규모의 새 전시실을 조성하고, 명칭도 ‘사유의 방’으로 변경했다. ‘사유’는 새로운 관람 경험을 위한 키워드였다.

과거의 반가사유상 전시 방식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꾸민 전시실은 건축가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실을 조성하며 건축가와 협업한 것은 ‘사유의 방’이 처음이다.

최욱 대표는 소극장 크기의 전시 공간에 어둠을 통과하는 진입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전시실 바닥과 벽, 아스라한 반짝임을 주는 천정 등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현재를 벗어나 다른 차원에 있는 듯 한 추상적이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반가사유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 입구와 출구의 미디어 아트는 프랑스 다큐멘터리 감독 장 줄리앙 푸스가 맡았다. 물의 이미지를 통해 ‘순환’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공과 연기의 가르침을 곰곰이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물관에서 흔히 보이는 문화재 정보를 적은 설명문은 최소화했다. 대신 QR코드를 통해 자세한 전시 설명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관람객 스스로 직관적으로 감상과 사유에 몰입할 있도록 돕는다. 전시 입구에서 반가사유상을 친견하고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문화재 관람이라기보다는 ‘사유의 여정’에 가깝다. 

이 같은 ‘사유의 방’의 감성은 대중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개관 6개월여 만에 25만 명이 다녀갔다.  

신소연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전 박물관은 학습의 공간이었다. 가족들이 와서 문화재나 미술품을 보고 수첩에 적기 바빴다”면서 “MZ세대들은 자신의 체험과 경험을 중요시 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들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6일까지 열린 조선 승려 장인전에서 소개된 용문사 목조아미타여래설법상.
올해 3월 6일까지 열린 조선 승려 장인전에서 소개된 용문사 목조아미타여래설법상.

주제부터 전시 구성까지 완벽한 ‘승장전’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3월 6일까지 진행됐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은 ‘한국미술사 이정표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시 주제부터 전시 구성까지 완벽했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 조성됐던 불화와 불상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 중후기에 불상과 불화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제작됐다. 현재 전국 사찰에 전해지는 적지 않는 불상과 불화는 이 시기 작품들이다. 조선 중후기, 활발한 불사들이 이뤄질 수 있던 것은 승려 장인들의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미술사에서 변두리에 있던 조선 중후기 불교미술을, 그보다도 더 변방에 있던 ‘승려 장인’을 다시 현대로 불러와 그 가치를 조명한 것이 ‘조선의 승려 장인전’의 매력이었다. 

전시 구성도 눈길을 끌었다.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초에 활동한 조각승 단응(端應)이 1684년(숙종 10)에 불상과 불화를 결합하여 만든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왔다. 크기가 3m에 달하는 대작인 만큼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공간 하나를 활용해 오롯이 설법상을 친견할 수 있도록 했다.  

유수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승려 장인이 어떤 스님인지,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위치에 계셨던 스님들인지를 조명하기 위해 전시를 구성했다. 이를 위해서 미디어아트, 설치미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서 “종교를 넘어서 문화예술이 줄 수 있는 공감과 위안을 전시를 통해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 과정에서 중요한 승장(僧匠)들 중 한명정도는 관람객들이 알고 갔으면 했고, 이 의도가 반영된 것이 단응의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 전시공간이었다”며 “불자들은 300여 년전 선조들이 느꼈던 감정과 동일한, 혹은 더 신실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고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불교의 이상향 세계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확인하도록 전시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서 보이는 미디어 아트 괘불탱.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서 보이는 미디어 아트 괘불탱.

메타버스·유튜브… ‘박물관 멀티버스’
전국 13곳의 국립박물관은 전시만으로 관람객들을 모으지 않는다. 메타버스·미디어아트·유튜브 등 가용한 모든 매체들을 활용하고 있다. 국립박물관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보존에서 활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문화재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또한 변화한 대중들의 니즈들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적용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1년 2월 불교회화실 괘불 전시공간에 높이 12m, 폭 6m의 6K 초대형 괘불 미디어아트를 처음 선보였다. 

또한 불교회화실 휴게공간에는 과거 고승과 현재 관람객이 영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실시간 인식 센서로 관람객이 다가오면 화면 속 고승 진영이 반응하며 관람객에게 대화를 건네고, 영상 속 고승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진귀한 풍경이 펼쳐진다. 2010년 10월에는 K-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국립중앙박물관 가상박물관을 구축하고 월드맵 ‘힐링동산(feat.국립중앙박물관 반가사유상)’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개관 4일만에 95만명이 ‘힐링동산’에 방문했고, 이중 93%가 해외 유저였다.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 ‘사유의 방’, 메타버스 ‘힐링동산’, 반가사유상 굿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브랜딩 사업의 일환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소연 학예연구사는 “전시 1년 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은 ‘반가사유상을 어떻게 브랜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메타버스와 연계한 콘텐츠나 관련 굿즈들도 반가사유상을 통한 브랜딩과 연계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페토에 구현한 메타버스 힐링동산. 반가사유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페토에 구현한 메타버스 힐링동산. 반가사유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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