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찰조차 부처님 인연 존중하다
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또 선남자야, 과거에 ‘반차라(般遮羅)’라는 나라에 승군(勝軍)이란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그때 나라에는 ‘걸람바(귀신들의 거처)’라는 무덤 구덩이가 있었는데, 매우 무서운 야차와 나찰들이 안에 살고 있었으므로, 누구나 거기 들어가는 이는 놀라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때 나라 안에는 죽음을 기다리는 죄인이 있었다.
왕은 전옥(典獄)에게 명하여, 죄인의 몸 다섯 군데를 묶어 ‘걸람바’ 구덩이로 보내 악귀들로 하여금 죽이게 했다. 죄인은 이 말을 듣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찾다가 우연히 한 조각의 천을 얻어 목에 매었다. 전옥은 왕의 명령대로 죄인의 다섯 군데를 묶어 구덩이로 들여보내고 돌아왔다. 밤이 되어 ‘도검안(刀劍眼)’이란 큰 나찰 어미는 5천 권속을 데리고 구덩이로 들어왔다. 죄인은 그것을 보고 몸과 마음을 몹시 떨었다.
그때 나찰 어미는 다섯 군데를 묶이고 머리를 깎고 붉은 가사 조각을 목에 매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서, 곧 오른쪽으로 돌고 존중히 예배하면서 합장 공경하면서 말했다.
‘당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으리. 나는 결코 해치지 않으리. 머리 깎고 가사를 걸친 당신을 보매, 불현듯 부처님이 생각나네.’ 그러자 나찰의 아들은 어미에게 말했다. ‘어머니, 나는 주리고 목말라, 몸과 마음이 핍박을 받고 있소. 원컨대 저 사람을 잡아먹게 하여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하소서.’ 나찰 어미는 곧 아들에게 말했다. ‘저 사람은 항하의 모래 수같이 수많은 부처님의 해탈 당기의 가사를 입었으니, 저 사람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면, 무간지옥에 떨어지리.’ 그러자 나찰의 아들은 그 권속들과 함께 이 사람을 오른쪽으로 돌며 예배하고 합장 공경하며 말했다. ‘가사 입은 이에게 참회하나니, 나는 차라리 내 부모에게 몸과 말과 뜻의 악업을 지을지언정 결코 당신을 해치지 않으리라.’
그때 다시 ‘려라치’라는 큰 나찰 어미가 있었는데, 그도 5천 권속에게 둘러싸여 무덤 구덩이로 들어왔다. 그도 죄인이 묶인 채로 머리를 깎고 가사를 목에 맨 것을 보고, 곧 오른쪽으로 돌며 예배하며 말했다. ‘당신은 두려워 마라. 당신 목에 매인 가사는 부처님의 당기 모양의 옷이기에 나는 예배하고 공양하네.’ 그러자 나찰 아들은 어미에게 말했다. ‘사람의 피와 살은 맛이 있나니, 원컨대 어머니는 내가 먹게 하여 몸과 마음의 힘을 증진해 용맹하고 두려움이 없게 하시오.’ 나찰 어미는 말했다. ‘머리 깎고 가사 입은 사람에게 나는 지금 공경하고 예배하나니, 원컨대 오는 세상에서 항상 부처님 뵈옵고, 깊은 신심 내어지이다.’
그때 또 ‘쟁녕발’이라는 큰 나찰 어미가 있었는데, 그도 5천의 권속을 데리고 무덤 구덩이로 들어왔다. 그도 죄인이 다섯 군데로 묶인 채, 머리를 깎고 붉은 가사 조각을 목에 맨 것을 보고는, 곧 오른쪽으로 돌고 예배하고 합장 공경하면서 말했다. ‘부처님 당기 모양의 가사를 지혜로운 사람은 받들어 찬탄하라. 누구나 (그에게) 공양하면 필히 온갖 생존의 결박을 끊으리.’
그때 나찰 아들은 그 어미에게 말했다. ‘이 사람 몸의 피와 살은 이 나라 왕이 주신 것이네. 원컨대 먹고 마시게 하여 힘을 얻어 어머니를 섬기게 하소서.’ 나찰 어미는 아들에게 말했다. ‘가사를 입은 이런 사람은 네가 취할 것이 아니니라. 그에 대해 악한 마음을 일으키면, 반드시 큰 고통의 그릇이 되리라.’ 나찰의 아들은 여러 권속과 같이 이 사람을 오른쪽으로 돌며, 합장 공경하며 말했다. ‘당신은 바로 부처님의 종자로서 좋은 복밭이 되기에 넉넉하네. 그러므로 나는 공양하나니, 원컨대 모든 생존의 결박을 끊게 하소서.’
그때 또 ‘도검구’라는 나찰의 어미가 있었는데, 그도 5천의 권속과 함께 무덤 구덩이로 들어와 … 위와 같이 죄인을 돌고 존중하며 게송으로 말했다. ‘우리들은 지옥을 두려워하나니, 당신의 목숨을 해치지 않으리. 마땅히 결박을 풀어 주리니, 지옥의 고통을 벗어나지이다.’ 그리하여 나찰의 권속들은 자비심을 일으켜, 이 사람을 풀어 주고 위로하며 돌려보냈다. 이때 전옥은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렸고, 승군 왕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희유한 일이라고 하며, 곧 법령을 만들어 전국에 반포했다. ‘지금부터 이 나라에 사는 부처님 제자로서 계율을 지키거나 깨뜨리거나, 혹시 아주 계율이 없더라도, 다만 머리를 깎고 가사만 입었어도 그를 능욕하거나 해치지를 못한다. 이를 어기는 자는 마땅히 죽을 죄로 다스릴 것이다.’ 이로써 백성들은 모두 왕의 덕을 사모해 그를 남섬부주의 왕으로 삼았고 성심으로 삼보에 귀경했느니라.
선남자야, 과거의 나찰들은 … 머리를 깎고 가사 조각을 걸친 것만을 보고서도 공경 찬탄하며 조금도 해칠 마음이 없었느니라. 그런데도 미래 세상의 포악한 왕과 재관·바라문 등은 악독한 마음을 품고 죄를 짓는 것이 저 야차나 나찰보다 더하며, … 나의 제자들에 대해 공경하지 않고 곤장을 때리고 고문하며 감옥에 가두고 그 목숨을 끊는다. 이것은 삼세의 부처님께 큰 죄를 짓는 것이며, 선근을 불태우는 것이며, 지혜로운 이의 모든 배척을 받을 뿐 아니라, 결단코 무간지옥에 떨어지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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