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 화합 이끄는 규정
몇 주 전부터 우리는 ‘의지함이 없는 행(무의행품)’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부처님께서 제1·제2의 십종 무의행법과 출가공덕으로 인한 십종의 출가공덕, 5무간지옥과 4종 근 오간대죄 및 악업의 근본지죄, 4종의 근본 무간 죄의 분별과 3종 무의행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우리 인간의 죄상에 대한 철저한 참회를 요구하고 계십니다.
이처럼 죄상의 종류를 분석하고 엄중하게 훈계하셨음에도 인간의 죄근은 그렇게 간단하게 뿌리 뽑히는 것이 아닌지라, 함께 수행하는 집단에서도 그러한 파계의 비구를 가려내어 쫓아내는 ‘빈출법’을 거론하시며 열 가지 비법(非法)을 말씀하십니다. 쫓아내는 법에서도 정중하고 예의와 격식을 갖추라고 하며, 특히 파계 비구라 할지라도 함부로 꾸짖으면 큰 죄를 얻는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을 다음과 같이 당부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파리야, 상좌 비구로서 삼장(三藏)을 지닌 사람은 스님네를 화합시키고 사자(使者)를 국왕과 대신에게 보내 알리며 그 위력의 도움을 받은 후에 여실히 법에 의하여 다스려야 하느니라.”
우파리는 다시 부처님께 여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 악행 비구가 재보와 지식과 변재 내지 갖가지 교묘한 방편의 힘으로 국왕, 대신을 기쁘게 하여 계율을 파한 비법의 무리 편에 들어서, 악행 비구의 죄를 용서하여 법에 의하여 다스림을 들어주지 않을 때는 그들을 어찌해야 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파리야, 만일 그 비구가 바른 법에 의지하지 않았을 때 무거운 죄상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면, 스님네는 우선은 그대로 두지만 대중 가운데 이미 드러났다면 화합하여 불법 밖으로 그를 물리쳐야 하느니라. 우파리야, 귀리가 보리밭에 나서 그 싹과 줄기와 가지와 잎이 보리와 섞여 있어 아직 귀리의 이삭이 나오지 않았을 때 농부는 그대로 내버려두지만, 그 이삭이 나왔을 때는 귀리가 보리를 못 쓰게 될까 두려워 뿌리째 뽑아 밖으로 던지는 것과 같다. 무의행을 파계한 비구도 그와 같아 청정한 스님네에 섞이고 선신(善神)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그대로 두지만, 선신이 이미 발견하여 무거운 죄상이 발견돼 대중 가운데 드러났을 때는 스님네는 화합하여 법에 의하여 그를 물리쳐 불법에서 쫓아내야 하느니라. 우파리야, 비유하면 저 큰 바다가 송장을 그대로 두지 아니하는 것처럼 나의 성문승인 제자들도 똑같아 파계한 악행 비구의 송장과는 함께 살지 않느니라.”
그때 다시 우파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파계한 악행 비구를 스님네가 화합해 몰아낸 후 그 악행 비구가 재보나 지식, 변재, 혹은 갖가지 교묘한 방편의 힘으로 국왕과 대신을 기쁘게 해 그들이 모두 파계한 비법의 무리 편에 들게 하고 함께 살면서 그 위세의 힘으로 스님네를 핍박하고 다시 그 악행 비구를 스님네와 함께 살게 한다면, 그때 스님네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파리야, 그때에는 그 스님네 가운데서 뉘우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계율을 지키는 비구는 그 계율을 호지(護持)하기 위해, 그 악행 비구에 대하여 성을 내어 꾸짖어서는 안 된다. 다만 국왕이나 대신에게 알려야겠지만, 혹 도리어 그 핍박을 받을까 두려워 알릴 수 없게 되면 거기서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느니라.”
이렇게 같이 정진하는 비구 중에 악행 비구가 자신의 죄를 참회하지 않고 자신의 세력과 국왕 등의 힘과 합심하여 대중을 번뇌스럽게 할 때는 그곳을 떠나라는 말씀을 하여, ‘묵빈대처(默賓對處)’로 상대하지 말라는 말씀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승니(僧尼)의 범계(犯戒) 등에 관한 쟁의를 재판하는 ‘칠멸쟁법’의 제정은 불교 교단에 있어서도 승단의 화합을 이끄는 적합한 규정으로 일곱 가지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①현전비니=면전지쟁율(面前止諍律): 직접 범인에 대하여 죄상 등을 신문, 청취해 죄를 단죄.
②억념비니=억지쟁율(憶止諍律): 죄과를 쟁론 시, 범인의 기억 유무를 증명하게 해 단죄.
③불치비니=불치지쟁율(不痴止諍律): 정신 이상 시, 병의 쾌차 후 갈마를 주어 뉘우치게 함.
④자언(自言)비니=자발로지쟁율(自發露止諍律): 죄를 자백시키게 해 쟁론을 종식시킴.
⑤본언치비니=거지쟁율(居止諍律): 범인 진술이 모순될 때, 주(籌)를 행하여 다수결로 결정함.
⑥다멱(多覓)비니=전전지쟁율(展轉止諍律): 쟁론 미결정 시, 유덕승(有德僧)의 수로 결정함.
⑦초부지비니=여기분소지쟁율(如棄糞掃止諍律): 양편 비구가 쟁론 시, 투쟁자의 서로가 참회함.
이 같은 내용은 사분승계본(四分僧戒本)에서 “제대덕(諸大德)이여, 이 칠멸쟁법은 반월반월계경(半月半月戒經) 중에 설했다”라고 하여 보름, 보름마다 설하여졌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