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을 어긴 비구라도
수호·공경해야 할 것 설해
십종의 수승공덕(十種殊勝功德)은 실제로는 여덟 가지가 열거돼 있으며, 그 주축을 이루는 것은 육바라밀입니다. 이 부분은 계율을 깨트린 비구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보는 유정들이 열 가지 훌륭한 생각을 내며 그로 인해 크나큰 공덕보배의 이익을 얻는다는 말씀을 구체적으로 설하시는 부분입니다.
“내 법 안에서 출가한 이가 비록 계율을 깨트렸다 하더라도, 그 형상을 보는 저 유정들은 부처를 생각하며 간절하게 존중하고 믿으며 공경하는 훌륭한 생각을 내나니,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끝내 외도 스승의 글 내지 주장이나 그 제자들에게 귀의하지 않고 두려움을 떠나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혹은 그를 보는 유정들은 거룩한 계율과 훌륭한 생각을 내나니,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이간질, 음주 방탕과 두려움을 떠나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또 그를 보는 유정들은 보시를 생각하며 훌륭한 생각을 내나니, 큰 재산과 지위를 얻어 바른 선정에 들고, 바른 행을 하는 이를 친근하며 두려움을 떠나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또는 그를 보는 유정들은 인욕을 생각해 부드럽고 훌륭한 생각을 내나니, 이로써 추악한 말, 잡되고 더러운 말과 성냄을 버리고 두려움을 떠나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또는 그를 보는 유정들은 출가를 생각해 부지런히 수행하고자 하는 훌륭한 생각을 내나니, 이로써 속세 법을 버리고 출가 정진하며 훌륭한 행을 닦아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또 그를 보는 유정은 산란한 마음을 버리고 정려·등지(等持) 등 훌륭한 생각을 냄으로써 산림과 수행하는 곳을 좋아하고 부지런히 선정을 닦으며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또한 그를 보는 유정은 지혜를 생각하는 뛰어난 사유(思惟)를 내어, 이로 말미암아 그는 법문 듣기를 즐기고 바른 법을 읽고 외우며, 두려움을 떠나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혹은 그를 보는 유정들은 전생에 출가하여 심은 선근을 생각하는 훌륭한 사유를 하고 부드러운 말로 위문하며 그 발에 예배하나니, 이 인연으로 장차 존귀하고 세력이 있는 집에 태어나고, 무량한 유정들이 우러러보게 되며, 모든 두려움을 떠나 큰 열반의 성에 들어가느니라.
선남자야, 내 법안에서 출가한 사람이 비록 계율을 깨트렸다 해도, 그 형상을 보는 유정들은 이렇게 뛰어나고 훌륭한 생각을 내어 무량한 공덕의 보배 무더기를 얻는다. 그러므로 일체의 왕이나 대신, 재상 등이 그를 곤장으로 때리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꾸짖거나 사지를 찢거나 혹은 목숨을 끊는 일은 옳지 못하느니라. … 이 같은 비구가 비록 법기는 아니더라도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행동하는 그 위의는 모든 성현과 같으며, 그를 봄으로써 무량한 유정들의 갖가지 선근이 다 성장하게 되며, 선(善)으로 나아가 하늘에 나게 하고 열반의 바른 길을 열어 보이느니라. … 목숨을 끊는 것을 허락하지 않느니 하물며 비법에 의함이겠느냐.
대범천아, 이렇게 계율을 깨트리고 악을 행하는 비구를 나의 법인 율장(律藏)에서는 그를 송장이라 하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출가한 계덕(戒德)의 남은 힘이 있느니라. 비유하면, 소와 사향노루는 신명을 마친 뒤에는 우황과 사향이 각각 있어서, 무량한 유정들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것처럼 계율을 깨트린 비구에게도 그와 같이 계덕의 힘이 있어, 무량한 유정들에게 큰 이익이 있느니라. … 계율을 깨트린 비구도 그와 같아 나의 법인 율장에서는 그를 송장이라 하지만, 출가한 위의와 형상이 있어 무량한 유정들이 잠깐만 모아도 청정한 지혜의 법안을 얻게 한다. 하물며 남을 위해 바른 법을 널리 설함이겠느냐. … 그러므로 대범천아, 이렇게 계율을 깨트리고 나쁜 행을 하는 비구일지라도, 모든 속인들은 다 그를 수호 공경하고 공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끝내 재가자가 곤장으로 그를 때리거나 옥에 가두거나 그 목숨을 끊는 것을 허락하지 않느니라.”
그리고 게송으로 외우셨다.
“첨박가 꽃이 비록 시들었어도 다른 여러 꽃보다는 나은 것처럼, 계율을 깨고 악을 행하는 비구일지라도 외도의 무리들보다는 나으니라.”
이처럼 부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아무리 계율을 깨트리고 악행을 저지른 비구라도 외도들보다는 나으니, 그 비구가 지니고 있는 계덕의 힘이 남아 있기에 그를 수호 공경해야 함을 두둔하시며, 더욱이 그를 해치지 않아야 함을 단호히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