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이재명 당선인, 불교 인연은?

기독교인으로 “어머니 따라 사찰-고시공부도”
탄핵후 치러진 19대 대선 때 불교계 '첫인사'
이번 대선 김 여사가 전국 돌며 불심 잡기 나서

올해 5월 5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현대불교 자료사진.
올해 5월 5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현대불교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불교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지난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통령선거부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3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하며 사실상 불교계에 첫인사를 했다. 이어 대선 직후인 2017년 7월에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주최한 제54회 미래복지포럼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이후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 주요 불교계 행사에 참석하거나 SNS에 봉축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의 활동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다만 경기도가 나눔의집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임원에 대한 직무 정지 및 해임 조치를 하면서 불교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언론보도와 달리 경찰 및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됐기 때문이다. 

다시 조계종을 공식 방문한 건 2021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월 8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하고 정청래 의원이 사찰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통행세’로 비하하고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불교문화는 한국문화의 뿌리이며, 불교계가 법률로 재산권 등에 제약과 규제를 받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규제와 제약에 상응하는 정책적 지원과 예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교계는 대선 직전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승려대회’를 개최했고, 이재명 후보는 선거 결과 0.73%P라는 역대 최소 격차로 낙선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전통사찰과 사찰 소유 토지에 대한 규제 개선 △세제 부담 완화 △문화재관람료 점진적 폐지 △사찰림 지원체계 강화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연등회·영산재 전승관건립 △불교문화유산 관리 조직 확대 △남북불교 및 국제불교 교류 지원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불교·전통문화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이는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불교·전통문화 공약의 골간이 됐다.

올해 2월 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현대불교 자료사진.
올해 2월 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현대불교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식에 참석하고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의료대란 등 정치 현안에 대한 불교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올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불교계를 잇달아 방문하며 소통에 나섰다. 그는 2월 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을 예방하고 사회 혼란 수습에 종교계의 역할을 요청했다.

부처님오신날인 5월 5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것이 후보자로서는 불교계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그는 이날 봉축메시지와 불교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봉축메시지에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나로 화합하는 화쟁, 다양한 사상, 철학까지 각기 다른 특성과 가치를 인정하며 하나로 아우르는 원융회통 정신으로 공존 상생하라는 부처님 말씀을 등불 삼겠다”고 밝혔다.

불교 정책으로는 △전통문화 및 불교문화 전승·보존 토대 마련 △전통문화 가치 제고 및 전승·보존 정책 강화 △전통문화유산 관리 제도 개선 △종교적 역할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확대 등을 제시했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불교 인연에 대해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구례 화엄사와 김천 청암사에서 고시공부를 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불교계와 인연을 넓혀왔지만, 이번 대선에선 짧은 선거 일정 탓인지 불교계를 직접 방문하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올해 5월 5일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태고종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김혜경 여사. 현대불교 자료사진.
올해 5월 5일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태고종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김혜경 여사. 현대불교 자료사진.

대신 부인 김혜경 여사가 광폭 행보에 나섰다. 기독교인인 김 여사는 이번 대선 기간 “전국 교구본사와 지역 주요 사찰을 순례하며 불교계와 소통했다”고 말할 만큼 불심(佛心) 잡기에 힘썼다.

김 여사는 부처님오신날인 5월 5일 양주 청련사에서 열린 태고종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불교계 행사에 공식 참석하고 전국 사찰을 비공개 방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5월 12일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행사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여사와 함께 참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은 5월 30일 천안 각원사를 방문해 천안불교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과 차담을 하며 나눈 대화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여사는 당시 “요즘 여러 사찰을 방문하면서 불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닌 우리 문화의 정신적 기반임을 느낀다. 나라가 어려울 때 앞장서 희생하신 스님들에 관한 역사도 깊이 배우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불교의 귀중한 문화유산은 불교만이 아닌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유산”이라며 “후보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고, 불교계의 고견에 깊이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하루 전인 6월 2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는 의미를 처음에는 알지 못했으나, 한 번 두 번 이어지며 그 의미를 몸소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5월 30일 천안 각원사에서 천안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과 차담을 나눈 김혜경 여사. 현대불교 자료사진.
5월 30일 천안 각원사에서 천안사암연합회 소속 스님들과 차담을 나눈 김혜경 여사. 현대불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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