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비구니회, 5월 16일 피해 지역 방문
의성 등 4개 마을 방문해 성금 4000만원 전달
회장 광용 스님 격려에 주민들 “큰 힘 주셔서 감사”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 이하 비구니회)가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찾아 위로를 전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산불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검게 그을린 산자락 곳곳에서 다시 연초록 새순이 돋아나듯, 아픔을 딛고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길 간절히 기원했다.
비구니회는 5월 16일 경북 의성 구계1리와 구계2리, 안동 일직면, 영덕 따개비마을 등 산불 피해가 큰 지역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고, 성금 4000여 만원을 전달했다. 성금은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5000여 비구니 스님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한 것이다. 기금 전달 현장에는 비구니회장 광용 스님과 운영위원장 진명 스님, 수석부회장 수경 스님, 부회장 일양 스님, 수석부운영위원장 정관 스님, 부위원장 지효 스님 등 주요 임원 스님들과 지역 지회장 스님들이 함께했다.
가장 먼저 스님들이 향한 곳은 의성 고운사 인근 의성 구계1리 마을. 산불로 마을 전체에 해당하는 23가구가 전소된 이곳은 여전히 잿더미가 남아 있어 그날의 참상을 짐작케 했다. 스님들은 마을회관에서 집을 잃고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성금과 함께 미리 준비한 떡과 음료를 선물했다.
비구니회장 광용 스님은 “산불 진화 후 위로차 고운사를 비롯한 사찰들을 찾았을 때, 스님들께서는 사찰보다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더 걱정하셨다”며 “5000여 비구니 스님들께서 모아준 성금이 조금이나마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세월 살아온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그래도 부디 기운 내시고,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산불 피해 이재민들은 현재 군에서 지정한 숙소나 마을회관 등에서 생활 중이며, 임시주택 건립이 마무리되는 대로 거처를 옮길 계획이다. 권웅기 구계1리 이장은 “불이 났을 때 아무것도 챙기지 못하고 나왔는데 스님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스님들은 구계2리 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전체 44가구 중 28가구가 불에 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2주 전부터는 약 4평 남짓한 임시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스님들은 임시주택 단지를 돌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특히 성금 전달 동참을 위해 대전에서 온 덕수암 주지 명은 스님은 주민 한 명 한 명의 손을 맞잡으며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하나다. 아프지 말고 힘내시라”고 진심을 담아 축원했다.
비구니회 운영위원장 진명 스님은 “산불 직후 의성을 방문했을 땐 마을이 삭막했는데, 이번에는 풀도 파릇파릇 올라오고 임시주택도 마련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며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스님과 불자들의 ‘십시일반의 힘’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을 때까지 꾸준히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스님들의 방문은 주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류시국 구계2리 이장은 “불이 마을 앞까지 닥쳤을 때 급히 어르신들을 트럭에 태우고 의성체육관으로 대피했는데, 길 양 옆에 불길이 치솟아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부처님 말씀에 따라 주민들과 화합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권하순 어르신도 “스님들이 직접 찾아와주셔서 큰 힘이 된다. 잊지 않고 도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동으로 이동해 일직면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스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화재로 18가구가 전소된 이곳 주민들은 노인회관에서 생활하며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몇몇 어르신들은 스님들은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김태분 노인회장은 “이렇게 먼 길 찾아와줘서 감사하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고, 오선자 할머니도 “화재가 나고 지금까지 화도 한 번 안 내고 웃으면서 견뎠는데 스님들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비구니 스님들도 주민들이 남은 상처를 잘 이겨내고 희망을 얻길 발원했다.
수석부회장 수경 스님은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러지만, 올 여름이 무척 더울 거라는 예보에 걱정도 크다”며 “작은 정성이지만 생활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수석부운영위원장 정관 스님도 “직접 주민들을 만나 손잡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현장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의 어려움에 늘 공감하고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비구니회는 58가구가 전소된 영덕 따개비마을 방문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비구니회는 산불 발생 직후 복구를 위한 모금 활동에 나섰으며 산불로 피해 입은 고운사와 영남 지역 7곳 사찰을 찾아 복구 기금을 전달했다. 또 산불 발생 당시 최전선에서 진화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힘쓴 소방청, 산림청, 국가유산청 등을 잇따라 방문해 격려 성금과 깊은 감사를 전한 바 있다.
경북 의성, 안동=김내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