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동행, 산불 직후 모금…21억원 모연해
고운사 등 6개 피해 사찰에 6억 5000만원 지원
진우 스님, 5월 26일 경북도청서 가전제품 후원
영남지역 산불 피해 복구와 문화유산 보존을 염원하며 조계종이 자비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조계종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은 3월 25일 발생한 대형 산불 직후 ‘산불재난 및 문화유산 복지지원기금’ 모연을 실시하고 현재까지 2차에 걸친 긴급 지원을 단행했다. 향후 지속적인 복구와 보호 활동을 위한 계획도 수립 중이다.
지난 3월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수많은 생명과 소중한 문화유산에 큰 피해를 남겼다. 먼저 조계종 제16교구본사 고운사가 화마에 잿더미로 변했다. 고운사는 강한 바람을 타고 넘어온 비화(飛火)로 인해 30동의 건물 가운데 21동이 전소됐다. 소실된 전각 중에는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가운루와 연수전이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의성 운람사는 전각과 부속건물 8개동 중 해우소와 삼성각을 제외한 6개동이 소실됐고 주변 산림도 큰 피해를 입었다. 비구니사찰 청송 보광사는 만세루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의성 만장사는 전각 7동 중 5동이 전소됐으며 나머지 두 동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 용담사의 무량전(경북도문화유산자료)과 용담사 금정암 화엄강당(경북도문화유산자료)이 소실됐으며, 통일신라 석불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던 의성 관덕동 석조보살좌상(경북유형문화유산) 또한 전소됐다.
전통 사찰들과 주변 마을이 갑작스러운 화마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자 조계종은 산불 발생 다음날 바로 아름다운동행을 중심으로 산불 재난 복구를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조계종 총무원을 비롯해 전국 교구본사와 말사, 교계 언론사, 포교·신도단체, 그리고 일반 불자들이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졌고 5월 15일 현재 21억원 상당이 모연됐다.
아름다운동행은 모연을 바탕으로 피해가 심각한 사찰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2차에 걸쳐 고운사에 5억원을, 운람사와 만장사, 용담사 등 5개 사찰에는 피해규모에 따라 3~4000만원씩 1억 5000만원을 지원했다.
5월 26일에는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에 나선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안동에 위치한 경북도청에 직접 방문,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나 현재 임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에게 12억 상당의 가전제품을 전달한다. 이날 전달될 가전제품은 냉장고 800대와 텔레비전 1200대다. 가전제품은 전달식 이후 바로 영남지역 미분양 아파트에 거주 중인 이재민 중 시군구에서 추천받은 2000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조계종은 추후 사찰 피해 현황 조사를 비롯해 이재민들의 규모와 내용을 면밀하게 파악해 꾸준한 지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단순 복구와 지원을 넘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장기 대응 계획도 구축해 나간다는 것. 또한 이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굴 수 있도록 지역복지와 연계한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일화 스님은 “전국 사찰과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해 준 덕분에 발 빠르게 1~2차 지원을 무사히 마치고 가전제품 지원도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 지원은 단순한 재난지원이 아니라 사찰과 마을, 문화와 공동체를 함께 되살리는 작업”이라면서 “앞으로도 문화유산과 이웃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로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구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