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찰 놀이터서 맘껏 뛰어논다개~”
2021년 4월 협약·개장식 개최
사찰 토지 통영시에 무상 임대
市 시설 투자 및 운영 책임져
전국 견주들 몰려 주말엔 북적
온 김에 사찰 참배…포교 도움
“사찰 문턱 낮춰주는 효과 있어”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에는 다른 사찰들과는 차별화된 공공시설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 놀이터’다. 지난 4월 27일 통영지원을 찾았을 때에도 상당수의 견주와 반려견들이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입구에서 만난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장 혜연 스님은 이 정도의 수는 평소보다 적은 것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송화가루가 많이 날릴 시기라 견주와 반려견들이 사찰 놀이터에 많이 오지는 않아요. 잘못하면 아이(반려견)들이 눈병이나 피부병 등이 생길 수 있거든요.”
자리를 옮겨 혜연 스님에게 사찰에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스님에 따르면 ‘공공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은 민선 7기 강석주 전 통영시장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알게 된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이 10년 동안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키로 했다.
부지 문제가 해결되자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통영시는 통영지원 부지에 2020년 10월부터 공사에 들어갔으며, 2021년 4월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반려동물 놀이터’는 부지 2000㎡에, 중·소형견(846㎡)과 대형견(902㎡)을 구분하는 시설이 조성됐다. 견종의 크기를 나눈 것은 혹시 있을 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놀이터에는 관리실(24㎡)과 음수대 놀이기구, 소변기, 목줄거치대 등의 부대 편의시설을 함께 갖췄다.
이용요금은 무료고, 이용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월요일에만 휴장한다. 동절기나 우천으로 이용이 어려울 경우에도 개장하지 않는다. 놀이터는 통영시에 등록절차를 거친 반려동물만 가능하며, 견주는 반드시 항상 반려견 옆에서 직접 관리해야 한다.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이 사찰 공간을 무상 제공해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한 것은 모두 ‘포교’ 때문이다.
혜연 스님은 “한마음선원은 무엇보다 ‘전법포교’를 중요시 한다. 이를 고민하던 중 반려동물 놀이터 사업이 추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이어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하니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며 “주말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온다. 평일에는 일반 애견유치원, 애견 호텔의 반려견들이 놀이터를 많이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수행에 방해되지 않냐”는 질문에 혜연 스님은 “개장하고 코로나 팬데믹이 왔는데, 강아지들 짖는 소리도 반가웠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안내를 따라 다시 찾은 반려동물 놀이터에는 앞선 시간대보다 더 많은 견주와 반려견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놀이터 곳곳에 대행 선사의 법어가 담긴 현수막들도 인상 깊었다. 짖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반려견들은 마음대로 짖으며 놀이터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목줄 없이, 입마개 없이 뛰어노는 반려견들도, 이를 지켜보는 견주들도 행복해 보였다. 통영에서 반려동물호텔 ‘댕다방’을 운영하는 김민우(37) 대표는 반려견 사모에트 ‘마늘’을 데리고 이날 놀이터를 찾았다.
김민우 대표는 “2년 전부터 마늘이를 데리고 주말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 통영에는 이정도 규모의 놀이터가 한마음선원 통영지원밖에 없다”면서 “썰매견이다보니 활동성이 좋은데, 이곳에서 뛰어놀면 마늘이도 행복해 하는 것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어린이법회 자모회장 서지선(44) 씨는 반려견 ‘오월(크림푸들)’을 데리고 놀이터를 자주 찾는다. 서지선 자모회장은 “소형견의 경우 대부분 아파트에서 키우는 경우 많다. 그러다보니 목줄을 항상 하고 다니고, 짖는 것도 못하게 제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 모두가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라며 “선원의 놀이터에서는 목줄을 안하고 짖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반려견들에게는 힐링의 공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찰 토지를 무상 제공해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할 수 있게 한 통영지원스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반려견주들께서는 놀이터가 청결하게 유지·운영될 수 있도록 반려견의 배변을 수거해 가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임태걸(34), 김아라(33) 씨 부부는 아들 임로운(2), 반려견 오뎅·볶음(보더콜리 믹스)과 함께 놀이터를 찾았다. 임태걸 씨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사찰에 반려동물 놀이터가 있다고 해서 알게 됐다”면서 “애견 카페에 가도 실내라서 행동에 제약이 많다. 통영지원의 놀이터는 실외라 자유롭게 뛰놀 수 있고, 다른 반려견들과 친해지며 사교성도 길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마산 삼학사 등 사찰에 자주 참배하러 간다”면서 “사찰에 가족과 반려견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놀이터에서 만난 젤리·테리(비숑)의 견주 채선임(50) 씨는 교회에 다니는 개신교인이었다. 이날도 주일예배를 마치고 놀이터를 찾은 듯 했다. “혹시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에 채 씨는 “별 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다”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견주 입장에서는 목줄 없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이곳 놀이터는 서로 생활, 교육 등 여러 정보들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의 반려동물 놀이터는 견주와 반려견의 힐링 공간이자 지역민의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통영지원장 혜연 스님은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하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은 사람들이 사찰을 꾸준히 찾아오게 됐다는 점이다. 지원 신도 역시 꾸준히 증가 추세”라며 “사찰을 찾아 반려견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만으로도 불교와 사찰이라는 문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한마음선원만 홍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찰을 홍보하는 것과 같다. 이곳에서 쌓였던 좋은 기억들로 인해 다시 사찰을 찾게 됐을 때, 친숙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