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PetCare & 불교] 펫케어 포교 제언

동물권 보호·학대방지…실천영역도 관심을

‘애완’서 ‘반려’ 개념으로 변화해
반려동물 가구 증가, 세계적 추세
佛經 속 동물 우화들 비유적 교훈

‘펫로스’ 고통 치유, 불교가 나서야
동물천도 관련 가이드 라인 마련을
동물권 보호 불교헌장 제정 어떨까

삽화=김상규
삽화=김상규

‘펫(pet)’은 ‘애완동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애완동물은 개와 고양이가 일반적이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파충류부터 곤충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애완동물의 사육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고, 거의 모든 문명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애완동물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은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움에서 동물행동학자이며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 1903~1989)가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움에서 제안하였다.

이 심포지움에서 콘라드 로렌츠는 “인간이 반려동물을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고 불안감, 스트레스, 맥박, 혈압 등에서 현저한 개선효과를 보였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반려동물의 체온이 사람보다 1~2도 높고, 털이 있기 때문에 안았을 때 따뜻하고 행복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후부터 애완동물은 반려동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각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발전, 생활수준의 향상, 1인 가구 및 2인 가구의 증가, 고령인구와 미혼인구의 증가 등이 나타나면서 더욱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2년도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602만 가구, 전체인구 중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4%로 나타났다. 그리고 양육 인구수는 약 1300여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반려동물이 죽으면 함께 슬퍼하며 우울증이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상실감 등을 경험하는 이른 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는 새로운 정신적 장애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을 못 이기고 자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대지도론〉 제12권에는 코끼리, 원숭이, 새 등이 누가 어른인지를 상의하였는데 코끼리가 등에 원숭이를 태우고, 원숭이 머리 위에 새가 앉아 숲속을 돌아다니면서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른 새와 짐승들을 감화시키는 비유적 설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새와 짐승들이 감화를 받아 모두가 예절을 지키고 민가의 밭을 침범하거나 다른 동물들의 목숨을 해치지 않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동물들이 선행을 닦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새와 짐승들조차 어질어지고 있음은 세상이 태평해지려고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코끼리, 원숭이, 새 등이 하는 것을 사람들이 본받아서 예의와 공경을 다하게 되었다고 설하면서 이 동물들이 바로 법신 보살이라고 하였다.

이 비유적 설법에서는 사람들이 가까이 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 예의와 공경을 배울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는 보살로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애완동물보다는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반려동물에 가까운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요경〉 제23권에서는 선정에 들어 그 뜻을 얻는 것은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동물이 그 껍질을 버리고 거기에서 몸이 나오는 것”과 같다고 설하고 있다. 이 가르침은 선정을 통해 훈습된 행을 버리고 번뇌 없는 행으로 나아가는 것은 “마치 알이 그 막을 깨뜨리는 것 같다”라고 비유로 설한 것이다. 이러한 비유는 수행자들이 동물의 행을 관찰함으로써 선정과 지혜를 체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오계의 불살생계에서는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라고 강조함으로써 불교에서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 있는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한 행동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자비심의 실천을 중요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나 고통을 당하는 동물들에 대해 배려하고 섭수하는 것은 불교적 관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여진다.

강릉 만월산 현덕사(주지 현종 스님)에서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약 25년 동안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해 왔다. 이 절에서는 어느 약사의 요청으로 실험용으로 희생된 쥐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고, 각종 질병으로 살처분 된 가축들을 위한 천도재, 야생동물들을 위한 천도재 등을 지내기도 했다. 천도재를 지내는 이유에 대해 주지 현종 스님은 “모든 사람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영천 천룡정사에서는 축생법당을 건립하고 동물 천도재를 봉행하기도 하였고,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에서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개장했고, 부산 홍법사에서는 반려동물 템플스테이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찰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재의식을 봉행함으로써 불교계에서는 발 빠르게 반려동물 양육인구 1300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반려동물 천도재 및 관련 활동과 관련하여 그 필요성을 인정되나 종단의 종법적 근거나 행동지침 없이 각 사찰이나 스님들이 임의로 수용하고 활동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불교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논란이나 시비곡직에 휘말릴 경우 이를 평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각 사찰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펫케어 및 이와 관련된 재의식이나 포교활동은 단순히 시대적 요청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서서 전법교화를 위한 중요한 방편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펫케어 관련 불교적 활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정신적 고통에 대해 섭수해 주면서 이들이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고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상실로 인해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상실감을 극복하고 지혜롭고 여여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천도재 등을 통해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규범을 제시하고 동참하도록 촉진하는 일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려동물별로 관련 단체 등을 통해 그들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을 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둘째는 반려동물의 입장에 서서 동물권을 보호하고, 학대당하거나 버려지지 않고 잘 돌볼 수 있도록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일이다.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을 기르던 사람들이 변심하여 학대하거나 살해하고, 살아 있는 동물들을 유기하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캠페인을 전개하고, 관련 법률이 제정되도록 앞장설 수 있다.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 그리고 가축 등과 같이 인간의 삶에 친숙한 동물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한식구로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이 자연적으로 융화되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도록 지켜주는 것은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끼거나 거부감이 형성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물천도재의 방법과 장소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기준을 설정하고 각 사찰에서 여법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동물권 보호를 위한 불교 헌장의 제정, 행동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구촌에서 함께 공생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자유롭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더불어 더 낳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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