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7. 삼조 승찬 대사의 오도송

분별하는 마음만 버리면 깨달음 얻는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至道無難)
오직 이것저것을 차별하고 분별하는 마음만 버릴 일이네(唯嫌揀擇)
단지 좋아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但莫憎愛)
명백히 도가 드러나네(洞然明白)

삼조 승찬(僧璨, ?~606) 선사는 중국 수나라 때 스님으로 중국 선종의 3대 조사이다. 이 선시는 〈신심명(信心銘〉에 나오는 승찬 선사의 오도송이다. 〈신심명〉은 4언 146구 584자의 운문체로 된 깨달음을 노래한 게송으로 훗날 오도송의 모델이 되었고, 선어록 가운데 최고의 언어로 평가받는다. 위의 게송은 146구 게송 중 전체의 내용을 요약 압축한 첫 번째 게송이다. 따라서 승찬 선사를 대표하는 오도송이라고 해도 잘못됨이 없다.

수나라 문제 12년(592년), 14세 된 동자승 도신(道信)이 찾아와 해탈 법문을 청하였다. “제 마음이 답답합니다. 저에게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 법문을 일러 주십시오.” 

승찬 선사가 말했다. “누가 너를 속박했더냐?” “아무도 결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해탈을 구하느냐?” 이 말을 듣고 도신은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인간들은 어리석어 스스로 번뇌 망상을 일으켜서 자승자박하며 괴로워한다. 누가 내 인생을 작정하고 간섭하며 괴롭히지 않는다. 그런데 스스로 몽유병 환자가 되어 자기 생각이 꽂히면 거기에 집착해서 목숨을 걸고 불나방이 된다.

비교해서 가치가 있는 대상에 대해 집착하는 마음이 모든 고통의 근원된다. 집착하는 마음은 애착에서 생긴다. 애착은 좋아하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다른 것과 비교해서 더 좋은 것을 선택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홀로 존재해 비교할 대상이 없으면 좋고 나쁘고, 예쁘고 미운 것에 대한 가치를 규정하거나 구별할 수 없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능력, 그리고 가치를 확인한다. 좋은 것을 더 많이 소유하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여기서 행복과 불행, 성공과 패배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현실 세계는 남보다 비교와 선택을 잘해야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평가를 하고, 남보다 뒤처지면 열등의식과 패배감으로 고통이 따른다. 결국 끝없이 경쟁하면 1등만 남고, 그 외는 열패자가 되고 만다. 

그래서 깨달음을 얻은 선사들은 비교하고 차별하지 말라고 설법한다. 고통의 씨앗인 사랑도 미움도 하지 말라고 설법한다. 비교 경쟁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가피한 현실이나 너무 집착하지 말고 초연하라는 가르침이다.

상대방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럽다. 세상사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고 대범하게 생각하면 이기면 좋고 져도 괜찮다. 이기는 승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노력하면 자신도 발전한다.

승찬 선사는 1·2구에서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이것저것을 차별하고 분별하는 마음만 버릴 일이네”라고 하였다. ‘지극한 도(至道)’는 불도(佛道)이고, 깨달음 즉,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뜻한다. 3·4구에서는 구체적으로 강조해서 “단지 좋아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명백하게 도가 드러나네”라고 읊었다. 중생은 애증심(愛憎心)으로 살고, 도인은 무심(無心)하게 산다. 집착과 애착이 없기 때문에 세상사에 오염되지 않는다. 마치 연꽃이 더러운 연못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의 양 극단으로 나뉘어져 죽기 살기로 싸우며 갈등과 대립을 하고 있다. 안타깝다. 서로 잘한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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