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한국불교 소멸…‘전법’으로 돌파하자

비종교 인구 역전 ‘탈종교’ 가속화
“호감 종교 없다” 비종교인 증가해
독경·수행 않는 불자, 정체성 얕아
한국불교 전반적인 체질 개선 시급

3월 23일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서
자승 스님 “금생엔 부처님 법 전하자”
전법 통한 한국불교 중흥 원력 강조
상월결사 108원력문, 전법 지침 담겨
원력문 바탕한 ‘新 전법운동’ 나서야

지난 3월 23일 조계사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법회 참석대중이 ‘상월결사 108원력문’에 맞춰 108배 정진을 하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지난 3월 23일 조계사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한 법회 참석대중이 ‘상월결사 108원력문’에 맞춰 108배 정진을 하고 있다. [현대불교신문 자료사진]

“부처님은 평생 최선을 다해 중생의 이익을 위해 법을 설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는 어떻습니까. 누구 하나 지나가는 사람을 붙들고 부처님 믿으라고 전법하는 이 없습니다. 부처님이 제일 먼저 우리에게 주신 임무는 ‘전법하라’입니다. 전법 없는 불교는 죽어가는 불교입니다. 
우리는 인사할 때 ‘성불하십시오’ ‘성불합시다’ 합니다. 오랫동안 그 말을 주고받았지만, 금생에 성불한 사람을 못봤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인사를 성불보다는 ‘부처님 법 전합시다’로 하면 어떨까요.
지장보살께서는 지옥중생을 다 제도하기 전까지는 성불을 다음 생으로 미룬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성불합시다’ ‘성불하세요’를 다음생으로 미루고, 금생에는 ‘부처님 법 전합시다’로 살아갑시다.”

지난 3월 23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회주 자승 스님이 밝힌 회향사 중 일부다. 이날 단상에 선 자승 스님은 대중에게 ‘전법’을 강조했다. 43일, 1167km 인도순례의 목적이 바로 전법 원력을 세우는데 있음을 대외에 천명한 것이다. 

자승 스님은 43일간의 인도 순례 기간 동안 다양한 장소에서 전법의 중요성을 설법했다. 2월 11일,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봉행된 인도순례 입재법회에서 ‘21세기 신(新) 전도선언’을 선포한 스님은 “한국불교를 살릴 길은 전법을 통한 포교”라고 설파했다. 이날 자승 스님은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우며, 말과 내용을 갖춘 가르침을 설해라. 완전히 이뤄지고 두루 청정한 삶을 널리 알려라”라고 선언했다. 이는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전법 원력을 세우자는 당부이기도 했다.

이 같이 자승 스님이 간절하게 “‘부처님 법을 전합시다’로 살아가자”고 대중에게 설파한 것은 최근 한국불교 안팎으로 나타나고 있는 위기 징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021년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구는 꾸준히 감소세다. 2004년 당시 24%였던 불교 인구는 2014년 22%로, 2021년에는 16%로 줄었다. 개신교 역시 2004년 21%에서 17%로, 가톨릭은 7%에서 6%로 감소했다. 

2000년대 이후 종교인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층에 있다. 2004년 당시 20대 중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2014년 20대는 31%, 2021년 20대에서는 그 비율이 22%에 불과하다. 30대의 종교인 비율 역시 2004년 49%, 2014년 38%, 2021년 30%로 조사 때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20·30대의 탈(脫)종교 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와 전체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갤럽의 분석이다.

이런 탈종교화 현상은 종교 호감도에도 영향을 줬다. 비종교인에게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는 불교 20%, 천주교 13%, 개신교 6% 순이었지만, ‘호감가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종교인은 61%에 달했다. 비종교인의 ‘무호감 종교’ 응답률은 2004년 조사에서는 33% 정도였지만 17년이 지난 뒤에는 6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종교인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대답도 빠르게 증가 중이다. ‘종교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2004년 37%였지만, 2014년엔 45%, 2021년엔 54%로 늘었다. 

내부적으로는 불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다른 종교보다 옅다는 점도 위기의 징조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주1회 이상 경전을 읽는지를 묻는 질문에 불자 중 3%만 읽는다고 답했다. 반면, 개신교인은 42%, 가톨릭 신자는 35%가 주1회 이상 경전을 읽는다고 응답했다.  

종교인의 기본인 기도는 어떨까. ‘하루에 1회 이상 기도를 한다’고 응답한 불자는 단 5%에 불과하다.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한 불자는 42%로, 주요 3대 종교 중 가장 높았다. 

자기 신앙에 대한 정체성이 옅다보니 불자에게 불교는 후순위다. ‘자신의 삶 속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불자는 62% 정도지만, 개신교는 90%, 가톨릭은 85%가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교육화, 조직화된 정예 ‘핵심신도’ 양성에 불교는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척도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일반 불자들은 ‘기도는 스님이 해주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기도를 하지 않고, 경전도 독송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신도 응집력이 낮다는 것은 신도 이탈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전법을 위해서는 한국불교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법회에서 최종 발표된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전법 원력 지침으로 활용할 만하다. 

108원력문의 방향은 총 5가지로 △삼귀의 △사무량심 △삼법인 △사섭법 △사성제를 근간으로 △팔정도 △육바라밀 △십선업 등의 교리와 상월결사가 지향하는 실천불교, 사부대중 불교,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는 불교를 지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부터 정성으로 포교하겠습니다 △자녀들이 부처님의 품에서 바르게 성장하게 하겠습니다 △청소년들이 훌륭한 불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청년 대학생들이 활기차고 자유롭도록 돕겠습니다 △중장년층이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함께 공부하겠습니다 △노인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회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등 계층포교, 세대전승 지침을 담아냈다는 점은 포교 원력을 다시 한번 되새기기 충분하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원력(願力)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갖는 ‘내적인 결심’과 그에 따르는 ‘힘’을 아울러 의미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포교에 대한 결심인 원(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포교의 힘(力)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상월결사 108원력문의 대중화를 고민해야만 한다. 즉, 상월결사 108원력문이 대중 사이에 널리 펴져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월결사 108원력문의 대중화를 위한 핵심 주체를 두고 지속적으로 보급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상월결사 108원력문을 지속적으로 보급해 대중화할 수 있을 때 한국불교 포교의 지남(指南)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4조 조장을 맡았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설암 스님(강릉 용연사 주지)은 미디어 등을 통한 대중화 방안을 제안했다. 설암 스님은 “상월결사 108원력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음성 좋은 스님을 통해 오디오·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일선 사찰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면서 “어느 정도 사찰에 보급된 뒤 법회에 활용하며 자연스럽게 대중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BBS불교방송, BTN 등 교계 미디어에서 108원력문 오디오·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하는 것도 보급의 좋은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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