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스며드는 불교… ‘불교 3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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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3대’ 이룬 가족 사례보니
1대의 모범적 신행상 바탕으로
스며들 듯 자연스레 신앙 계승

개종률 감소… 세대전승 중요해
가족 신행공동체 발전 위해서는
구성원 중 정예 불자 배출 필요

서울 조계사가 5월 13일 개최한 ‘화목한 3대 가족-하하하 노래자랑 대회’에서 이소정 가족 팀 ‘호호호 패밀리’의 공연 모습.
서울 조계사가 5월 13일 개최한 ‘화목한 3대 가족-하하하 노래자랑 대회’에서 이소정 가족 팀 ‘호호호 패밀리’의 공연 모습.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부터 정성으로 포교하겠습니다.”

‘상월결사 108원력문’ 중 59번째 원력 내용이다. 이 내용이 중요한 것은 그간 등한시 돼 온 ‘불교 세대전승’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서다. 사실 한국불교에서 ‘불교 3대’를 이루고 사는 불자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타인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미덕임을 아는 불자들의 특성은 가족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불교 세대전승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사회는 개종이 어려워지는 ‘가족 중심 신앙 형태’로 나아가고 있어서다.  

1984년부터 10년 단위로 한국사회의 종교인식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한국인의 종교> 제5차 비교보조사 보고서(2015)에 따르면 한국사회 개종률은 점점 축소되는 추세다. 1984년에는 개종을 경험한 사람은 17%, 1994년에는 16%에 달했지만, 2014년에는 10%로 줄어들었다.

통계자료를 보면 세대간 종교 전승 비율에 있어서 불교는 나쁜 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종교와 부모의 종교가 일치하는 비율에서 부친 67%, 모친 82%(2014년 통계 기준)으로 개신교, 가톨릭보다 높게 집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에서 개신교로 이동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개신교를 믿고 있는 사람 중 13%가량이 부모가 불교였고, 가톨릭 신자 중 11%의 부모가 불교였다. 반대로 부모가 개신교와 가톨릭을 신앙했지만, 자녀가 불교로 개종한 비율은 각각 1%에 불과했다.

세대 전승에 있어서 불교가 불리한 점은 10~30대의 미래 세대가 50~60대에 비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세대를 이어 불교를 신앙할 미래자원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령별로 보면 불교는 10~20대가 전체 불교인구의 10%, 30대는 11%에 불과하다. 반면 50~60대 인구는 각각 3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보고서에서 “부모가 특정종교를 믿는 경우 자녀도 해당 종교를 믿는 경향이 있고,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동일한 종교를 믿는 배우자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는 불교인의 가족 구성원 종교 일치율이 높지만, 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인구 확장성은 다른 종교에 비해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호 중앙승가대 강사는 ‘2030년 한국사회의 종교지형의 변화와 불교’ 주제의 논문에서 “총인구 감소로 인해 절대적 규모의 종교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는 포교활동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포교 효과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면서 “이 경우 가족 내 세대 계승이 포교의 기본이 되고, 종교 존립의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대전승을 통해 ‘불교 3대’의 신행공동체를 이룬 가족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외할머니부터 친정어머니, 자녀까지 ‘4대 불교’를 이룬 현정연 씨는 어머니와 함께 포교사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불교행사에서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현 씨는 “외할머니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신행활동에서 영향을 받아 불교가 진리임을 체험했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는 평소 자녀에게 큰소리 한 번 치신 적 없었고, 항상 사찰에서 기도하면 모범적인 신행생활을 하셨다는 게 현 씨의 설명이다.    

현재 현 씨는 “어머니와 함께 홍법사 불교대학을 수료하고 <법화경> 경전을 매일 1품씩 읽으며 기도를 함께 하고 있다. 어머니가 도반으로 여겨질 정도로 함께 수행하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홍법사 어린이 법회 및 합창단 활동 등을 통해 불교와 친숙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불교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명상 등 다양한 체험 활동으로 불교를 접하도록 하고 있다. 

친정어머니부터 자녀까지 3대가 한집에 살며 불교를 신앙하는 이소정 씨는 “어머니와 조계사에 와서 신행활동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생활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씨는 어릴 적 신실한 신심을 보여줬던 어머니를 따라 조계사 어린이법회를 다녔고, 대한불교 소년소녀합창단원으로도 활동하면서 불자로 거듭났다. 이제는 자신의 아들과 딸도 조계사 어린이 법회와 저학년 법회를 다니며 조계사 소년소녀합창단에서 활동 중이다.

‘불교 3대’ 비결에 대해 이 씨는 “마치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찰이 편안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신앙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면서 “아이들이 주말에 법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합창단에 가서 찬불가를 합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가 최근 암 투병을 하셨는데 가족들이 같은 신앙을 가지다보니 구성원 모두가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자주 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데 불교는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부산 대광명사 슬기어린이합창단 자모회 회장인 이경민 씨는 친정어머니부터 자신의 자녀까지 ‘불교 3대’를 이뤘다. 

이 씨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부산 해광사에서 기도 수행을 했며, 자신도 5세쯤부터 어머니를 따라 절을 찾곤 했다. 이 씨는 “어머니와 절에 갈 때면 엄마와 함께하는 나들이처럼 느껴졌고 절을 찾을 때마다 편안했던 기억이 남아 지금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자녀들은 모두 사찰 어린이 합창단에서 활동했으며 아이들이 찬불가를 배워오면 집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불렀다. 

이 씨는 “어린이들이 하는 활동을 보며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천진불의 의미를 알게 됐다”며 “어머니가 절에 자주 데리고 다니셨던 기억이 있어 힘들 때면 사찰을 찾아 위로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3대’를 이룬 세 가족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녀들이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불교에 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한 1대가 솔선수범하며 불자로서 바른 삶과 신행을 보여줬다는 것도 가족이 ‘불교 신행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던 비결이었다.

실제 전문가들도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불교를 신행하도록 만드는 것은 세대전승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최소한의 간단한 불교 의식을 할 수 있는 불자가 가족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집에서 제사를 불교식으로 지내려면 최소한 목탁을 치며 <반야심경> <천수경>을 독송하고 정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식사할 때 함께 공양기도문을 외우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불교의식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불교를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도수 한국불교학회장은 “스스로 모범적인 불자가 돼 올바른 불자의 삶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내가 불교를 신행해 행복하다는 것을 가족들이 알아야 가족 구성원들도 불교를 신행하게 된다”면서 “같이 불서를 읽고, 템플스테이를 다니며 불교 신행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사찰 내 3대가 신행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가족 신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불자들을 대상으로 계층별 상황별 전법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도 개발해 교육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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