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편안하게…청년포교 시작점

인터뷰에 참여한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61년차 중앙회장(사진 왼쪽), 송산하 서울대 불교동아리 회장(오른쪽)
인터뷰에 참여한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61년차 중앙회장(사진 오른쪽), 송산하 서울대 불교동아리 회장(사진 왼쪽)

사단법인 상월결사가 대학생 포교 활성화를 위해 조계종 포교원, 동국대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현재 한국불교계는 청년포교가 화두다. 동국대는 매월 11일을 ‘합장데이’로 지정하고, 불교의 생활화를 위해 교내 공양 장소에 ‘공양기도문’도 게시했다. 장학금 지원과 다양한 공모전도 준비 중인 상황. 청년층 포교가 가장 취약한 종교인 불교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포교의 주체이자 대상이기도 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유정현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제61년차 중앙회장, 송산하 서울대 불교동아리 회장이 참여했다.<편집자주>

▲그동안 이웃종교에 비하면 정적인 포교를 지향했던 불교다. 불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부터는 “대문을 두드리며 선교하던 기독교처럼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성도 나온다. 어떻게 보는지.

유정현(이하 유)= 주위 친구들이 불교를 긍정적으로 느끼는 건 절에 오라고 강요하지 않고 환경이 주는 친숙함 때문이다. 만약 기독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불교도 청년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할 것 같다. 불교동아리 역시 가입 제한이 없고 누구나 오고 싶을 때 오고, 차를 마셔도 되고, 스님과 상담을 원하면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불자로 살았지만 일반적인 사찰법회보다 동아리법회를 좋아하게 된 건 지도법사 스님 말씀이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고, 그것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포교보단 ‘불교는 어렵다’는 이미지 탈피가 우선이라고 본다.

송산하(이하 송)=기독교의 열성적인 선교 방식 때문에 신도 숫자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중·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니면서 종교보다는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종교가 낯선 사람에게 처음부터 종교를 들이밀 순 없다. 친숙함과 편안함 그 다음이 종교여야 한다. 올해 동아리에 30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가입 이유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대부분 힘들 때 편안한 곳을 찾거나 혼자 있고 싶을 때 불교를 찾는다. 20대에 불교 가르침을 체감하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포교가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지.
유정현(이하 유)= 불자를 포교하는 게 아니라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포교하는 것이기에 종교색은 빼는 게 좋다. 흔히 어른스님 모셔서 토크쇼를 하면 젊은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젊은 불자연예인을 초청하면 반응이 훨씬 좋을 거다. 젊은 친구들에게 종교색은 부담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송산하(이하 송)=불교는 복식에서부터 이웃종교보다 종교색이 강할 수밖에 없다. 스님들의 삭발염의가 신비감을 주지만 이는 반대로 거리감이 되기 때문이다. 종교색을 뺀다는 건 형식적이고 어려운 걸 덜어내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한자로 알려주면 어려운데 영어로 말하면 이해가 더 직관적으로 되는 것처럼.

▲기성세대가 청년포교를 되살리자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게 좋을까.

유정현(이하 유)= 불교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매년 구입해야 하는 불서 리스트가 있다. 사놓긴 하는데 펼쳐보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눈높이에 맞는 책도 많지 않다. 이런 지원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송산하(이하 송)=공감한다. 똑같은 불서를 30권씩 보내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권만 있어도 돌려볼까 말까다. 법요집이라면 모르겠지만. 부처님과 경제학, 불교와 양자역학 이런 실생활과 연결된 책이 아니고서는 볼 일이 거의 없다.

유정현(이하 유)= 사실 절에 가서 청년이 할 게 없다. 꾸준히 다니려면 청년들이 즐길 게 있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절 자체가 드물다. 단순히 재정적인 지원만으로 청년포교가 쉽게 될 거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송산하(이하 송)=성인이 된 이후 불자가 된 입장에서 볼 때 법당 이외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법당이 종교적인 공간이라면 그 외에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문화공간 같은 곳. 홍대선원이 그런 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대학생을 위한 별도의 클래스를 마련한다든지 청년세대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세대를 위해 불교가 바뀌어야 할 점 혹은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유정현(이하 유)= 불교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대단한 불자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성적을 맞춰 입학한 무교인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불교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만 보통 복수전공을 하고 다른 쪽으로 취업을 한다. 불교계에서 번듯한 직업을 갖기가 어렵다보니 전공자마저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공자를 잘 가르쳐서 붙잡아둘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송산하(이하 송)=청년을 흔히 자원봉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때 이걸 왜 하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공덕을 쌓는 일이니 열심히 하라’는 논리적이지 못한 말은 청년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유정현(이하 유)= 법문이든 법회든 청년과 함께 하려면 30분 안에 끝내고 노는 게 제일 아닐까. 또 전각에 대한 자세한 설명, 법당 부처님은 누구인지, 한자는 한글로. 관광사찰 정도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일반적인 사찰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

송산하(이하 송)=불교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불교공동체가 단순히 고귀해보이거나 멀게 느껴져선 안 될 것 같다. 불교는 불교만의 분위기 속에서 포교에 나서고, 지금까지 굳어진 ‘어려운 종교’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면 청년세대의 접근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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