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 실천지침 담은 ‘21세기 新전도선언

’불교 전법 이유는 ‘사람들의 행복 위해’
상월결사 인도순례서 발표된 ‘108원력문’
전법 원력 다시 되새기며 실천 지침 제시

전반부엔 삼귀의·삼법인·사성제 등 담겨
후반부, 현대 불자들 나아갈 방향 제시
새로운 전도선언, 우리 ‘원력’으로 삼아야

2월 9일부터 3월 23일까지 진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부처님 7대성지 1167km를 도보순례한 대장정이었다.
2월 9일부터 3월 23일까지 진행된 상월결사 인도순례는 부처님 7대성지 1167km를 도보순례한 대장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세상을 불쌍히 여겨 신들과 인간들의 행복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둘이서 한 길로 가지 마라.”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부처님의 전도선언 중 한 대목이다. 사실 전도선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도의 이유를 밝히는 부분이고 동시에 불교가 세상에 존재하는 당위성을 밝힌 대목이기 때문이다. 불교가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이익을 얻도록 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면,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불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부처님의 생애와 발걸음을, 1167km의 인도 성지를 순례하면서 부처님의 삶과 부처님의 원력을 몸으로 마음으로 겪었다. 순례단 전원은 매일 일과를 108배로 마무리했다. 매일의 순례를 마무리하는 회향의 108배는, 처음에는 회향의 예참문이었다. 이는 순례의 막바지 절정에 이르면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새로운 원력으로 거듭났다. 바로 ‘상월결사 108원력문’이 그것이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순례와 동참의 원력을 모아 한마음으로 새겨낸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새롭게 일구려는 내일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전도선언이 요구하는 당위성을 한국불교와 작금의 세계에 새롭게 구체화하려는 서원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행 중심의 한국불교가 이제는 전법 중심의 한국불교로 바뀌어야 한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요청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상월결사 108원력문은 여러 측면에서 부처님의 전도선언을 오늘의 현실에 맞도록 구체화하여 새로운 지침을 우리에게 부여한다고 생각된다. 108원력문의 하나하나를 분석할 필요는 없지만, 그 대략을 나누어 살펴보자.

108원력문의 전반부는 삼귀의로 시작해서 삼법인, 사무량심, 사섭법, 사성제, 육바라밀, 팔정도, 십선계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따르는 불교공동체의 기본적인 실천 체계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부처님 이래 불교공동체가 수지(受持)하고 실천해온 불교의 근본정신을 계승한다는 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어지는 후반부의 원력문들은 작금의 한국사회 그리고 나아가 세계사회의 현실 속에서 불교도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다. 한국사회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현실은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의 현실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첨예하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이러한 현실로부터 동떨어질 수 있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빚어낸 자원의 고갈,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붕괴 등 인간 삶의 현실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기를 한국사회는 물론 인류 전체가 당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08원력문은 이에 대한 처방전 역시 구체적인 지침으로 담아내고 있다. 단 그 지침은 부처님의 근본정신, 대승불교의 근본정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부처님은 탄생게에서 생명 하나하나의 고귀함과 존중받아야 함을 근본정신으로 제시하고 있고, 대승불교 특히 <화엄경>은 그 생명 하나하나가 가지는 고귀함과 소중함이 부처님과 다르지 않는 평등함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명 하나하나의 비길 데 없는 고귀함과 소중함, 그 고귀함과 소중함에 있어서 모든 생명의 한결같은 평등함, 그것이 108원력문에서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의 현실로 인한 갈등과 대립의 위기 그리고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에 대한 대응지침의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부처임을 명심하겠습니다”와 “일체중생을 부처님으로 대하며 살아가겠습니다”는 원력문은 그 기반의 생명존중 정신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동물과 미물이라고 해서 하찮게 여기지 않겠습니다”와 “종교와 문화, 정체성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원력문은 다종교현실과 생태계 위기의 현실에 대한 불자들의 실천 지침이자 마음가짐에 대한 근본적인 요청을 담고 있다. 
 

석길암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
석길암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

이제 우리는 부처님의 전도선언을 새롭게 새겨낸 21세기의 전도선언을 한국불교의 ‘원력’으로 삼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온전히 받아들이고, 온전히 익혀서, 온전한 내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면, 내일의 한국불교가 내일의 한국사회를 짊어지는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당연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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