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 순례, ‘중생무변서원도’ 실천행
결사 공동체 형성, 순례 정진하는
상월 순례, 한국불교 새 패러다임

순례는 치유 넘어 지혜 증장 수행
대상, 주제 맞춤 순례 수행 개발을
순례 공덕 회향으로 세상 평온하길

2022년 10월 2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 제6차 상월결사 생명평화순례에 참석한 정광중 재학생들. 다양한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순례 수행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2022년 10월 2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 제6차 상월결사 생명평화순례에 참석한 정광중 재학생들. 다양한 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순례 수행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상월결사는 2020년 불교중흥·국난극복 자비순례, 2021년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이어 2023년에는 인도순례를 진행한다. 일련의 순례는 풍찬노숙을 하며 사찰과 성지를 걷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행선이 결합된 순례는 관광상품이 된 작금의 순례와는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불자들은 순례라고 하면 정월 삼사순례로 1년의 평안을 빌거나, 봉정암이나 갓바위와 같은 성지를 일생에 반드시 세 번은 가야한다고 믿고 있을 정도로 성스러운 행위로 여기고 있다. 

목숨마저 걸었던 ‘구법 순례’
전통적인 순례는 구법과 전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스님들이 구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과 인도로 여정을 떠났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현장 법사의 〈대당서역기〉 등의 기록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인도의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왕 석주가 주요 성지에 세워진 것을 미루어보더라도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과거로 올라가면, 부처님 당시 스님들이 안거를 마치면 매번 부처님을 친견하러 이동한 것도 구법을 위한 순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법의 순례지는 초기에는 주로 부처님의 탄생지, 성도지, 열반지 등을 중심으로 순례하던 것이 대승불교 시대로 오면서 중국의 지장성지인 구화산, 관음성지인 보타산, 문수성지인 오대산, 보현성지인 아미산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삼보사찰, 그리고 33관음성지 뿐만 아니라 선지식들이 주석했던 도량 등을 순례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다. 일본의 경우 시코쿠 지역의 88사찰을 순례하는 ‘오헨로’ 문화가 정착됐다. 

세상을 복되게 하는 ‘전법 순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轉法)은 모든 불자의 사명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라한과를 이룬 제자가 60명이 넘자, 전법선언을 하셨다. 수행자의 순례는 부처님의 전법정신을 실천하는 행위이다. 

“비구들아, 나는 하늘과 인간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다. 비구들아, 그대들도 천신과 인간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났다.
비구들아, 길을 떠나라. 여러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세상을 동정하여, 인간과 천신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마라.
비구들아,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의미와 문자를 갖춘 법을 설하라. 아주 원만하고 청정한 행을 드러내 보여라.”

남방에서는 지금도 탁발순례하는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 나서야 가족들이 식사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시코쿠에서는 전통 순례복장을 갖춘 사람에게 보시하면 복을 받는다는 사상과, 순례자가 방문한 사찰에서 받은 납경장을 자손대대로 가보로 모시는 문화가 전해지고 있다.
순례자에게 보시하는 것으로 복밭을 삼는 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부처님께서는 〈중아함경〉의 〈복전경〉에서 아래와 같이 말씀하셨다.  

“이 세상의 학인과 무학인은 존숭할 만하고 받들어 공경할 만하도다. 그들은 능히 그 몸을 바로하고 그 입과 뜻 또한 그러하니. 거사여, 그들은 좋은 밭이다. 그들에게 보시하면 큰 복 얻으리.” 

순례하는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것이 복을 심어 싹을 틔우는 좋은 밭인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인천의 이익, 행복, 안락을 위하여 스님들에게 전법의 길을 가게 한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둘도 아니라 혼자 떠나라”고 한 전법선언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일체 중생에게 한 사람이라도 더 이익을 주고자한 데 그 뜻이 있다. 

수행자의 순례는 그 자체만으로 교화의 방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반야심경〉에 나오는 사리불을 출가시킨 마승비구의 일화를 들 수 있다. 마승비구는 여법하게 걷는 모습만으로도 사리불에게 감화를 일으켜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롯한 외도 250명을 귀의하게 만들었다. 수행자의 순례길 한 걸음 한 걸음은 구도와 동시에 자리이타의 실천이다.

상월결사 순례, 자비와 회향의 길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발원으로 국토를 걸으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수행하는 상월결사의 순례들은 순례 수행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며, 온 세상과 하나로 연기됐음을 마음 깊이 체득해 타인에게 자비와 회향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마음을 여실지견하게 되면 경계에 대하여 흔들리거나 물러나는 마음이 없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행자에 대해 〈대반야바라밀다경〉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선현아, 만일 물러나지 않는 지위의 보살마하살이면, 들고 나고 가고 오고 할 때에마음이 헷갈리지 않고 언제나 바른 기억과 바른 앎에 편안히 머무르며, 나아가고 그치는 위의와가고 서고 앉고 눕고 발을 들고 내리고 하는 데도 역시 그러하며, 온갖 다니는 곳에서는 반드시 땅을 살피면서 조용히 생각을 매어 두고 앞만을 보면서걸어가며, 움직이거나 말을 할 적에는 난폭한 일이 없나니 선현아, 만일 이와 같은 행과 형상과 모양을 성취한 이면, 그가 바로 물러나지 않는 보살마하살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상원결사 순례는 공동체 형성과 더불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길로, 중생무변서원도를 실천하는 길이다. 이는 또한 부처님의 법을 구하러 떠나는 구법의 길이자 부처님의 전법정신을 이어받아 한국불교를 세계로 확장시키는 일인 것이다.  

상월결사 순례에 대한 제언
상월결사의 순례수행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상월결사의 순례는 △‘결사’를 통해 공동체를 결성하여 △‘순례’를 통해 함께 정진함으로써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하는 수행이다. 

승가공동체는 도반들이 서로가 스승이 되어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도반과 함께하는 순례는 그 자체가 정진이다. 순례하고자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곧 발심이며, 발심한 보살의 깨끗한 마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으로서 근거를 삼는다. 

〈화엄경〉에서는 “온갖 공덕 중에도 보리심의 공덕이 최상이니 걸림없는 지혜를 얻기 때문이요, 그것은 불법의 교화로부터 생기네. 보살이 낸 보리심으로 모든 부처님 세계를 다 장엄하고 일체의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미묘한 지혜를 모두 갖추게 하네”라고 하였다. 순례수행을 통해 일으킨 보리심은 곧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상월결사 순례가 현대적 수행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제언한다. 우선, 한국의 성지순례지를 발견해야 한다. 경주 남산, 제주도 등에서 순례지를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다. 경주 남산은 지금도 여전히 부처님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성지이다. 제주도 관음사에서 법화사로 이어지는 길을 제주도민들이 함께 걷는다면 환희심으로 인해 치유에서 지혜로 거듭날 것이다. 

둘째,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상월결사 순례단이 경주 남산이나 제주도를 지속적으로 순례한다면 머지않아 시코쿠나 산티아고와 같은 세계적인 순례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전국 불자들이 걸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계층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동 및 청소년, 대학생, 중년,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노년이 순례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순례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지속 운영된 뒤에는 학술적 연구를 통해 순례 명상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순례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이다. 순례의 정의, 순례명상, 순례수행의 정의 등을 개념화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순례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둘째,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필요하다. 대상의 경우 산만하거나 폭력적인 아동 및 청소년,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위기의 중년 및 은퇴자, 한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순례 프로그램이 가능하다. 내용의 경우, 자살예방을 위한 순례 프로그램, 예비 부모를 위한 순례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실시할 수 있다. 

셋째, 다양한 대상과 내용으로, 타당도와 신뢰도가 기반이 된 프로그램의 연구결과를 2~3년 정도 축적한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한국적인 명상을 널리 알릴 수 있다.   
 

손강숙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손강숙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

순례는 치유가 아니라 지혜를 증장하는 행위이다. 이제 우리는 순례를 통해 치유에서 ‘지혜’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부처님께서 마련해주신 복밭을 대중에게 알리고, 지혜를 기반으로 부처님께서 사용하셨던 대기설법의 방편으로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상월결사 순례는 많은 선지식과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는 수행의 장이며 정진을 통해 지혜와 복덕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또한 결사공동체는 순례수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여실지견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삶의 지혜를 스스로 찾아가게 돕는다. 선지식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부처님께 나아가는 순례 공덕의 회향으로 온 세상이 평온하고 따뜻해지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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