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새로운 아젠다 필요한 시점”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불교계 내부에서는 종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의 마지막 문항은 ‘코로나 시대,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이다. 본지는 코로나 이후 불교계 내부 인식을 파악할 기초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임을 염두에 두고, 설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서술항목을 추가해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설문에 참여한 100명의 불교 오피니언 리더 가운데, 해당 문항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한 응답자는 79명. 일정한 형태로 분류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답변이 나왔지만, 불교의 미래를 고민하고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를 대중에게 알려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기대하는 마음은 하나로 귀결됐다. 특히 상당수가 ‘전화위복, 즉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를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불교 본질에 주목해야”
중생구제·생명존중 강조

무엇보다 그동안 전통에 머물러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던 불교계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된 만큼, 소극적으로 그 변화에 따라가기보다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방향성과 실천 항목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F 스님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종단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대응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변화하는 시대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새로운 형태의 아젠다를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나 대응은 보이지 않았다”며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종교인 불교가 우리사회에 닥친 우울과 고통을 어떤 형태로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방위적인 토론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 스님도 비슷한 맥락에서 ‘종단 시스템 개선 및 포교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소’ 설립 등을 제안했다.

불교계가 뉴미디어 등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본질인 중생제도에 대한 굳은 신념이 그 토대이자 목적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렵고 딱딱한 가르침보다 개인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답할 수 있는 불교교리가 필요하다”거나 “개개인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상담과 명상 프로그램을 특화시켜야 한다” “종교를 떠나 국민들의 마음에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마음케어 프로그램을 개발, 비대면 방식으로 배포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등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수행과 포교가 이분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스님들이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며, 포교나 사찰 운영을 위한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스님들이 사찰에 앉아 기도하면서 신도들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옛 방식보다는,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포교·전법단체나 전문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며 적극적인 포교 행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환경과 기후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과 대안 제시, 종단과 본·말사 등 사찰간 재정구조 개선, 포교·신행 확산 매뉴얼 개발 및 배포, 전염병 등 바이러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이론적·실천적 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이제는 불교가 코로나 이후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종교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범불교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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