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설법·포교로 패러다임 전환을”

현대불교신문사 언택트 대담에는 전문가 3인이 참석했다. 지면 사진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이용한 대담 화면을 캡쳐해 편집한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진행자인 본지 김주일 편집국장,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법장 스님, 박재현 신대승네크워크 소장. 

앞으로는 ‘위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코로나19 감염의 위기가 상존하는 시대에 대면 법회의 방식과 의례도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응철:  사찰에서 이뤄지는 대면법회 양식이 축소된 양식으로 집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가정불교의례’가 그것입니다. 명절 때, 제사 때 불교적인 재로 바꾸자는 운동입니다. <반야심경> <천수경> 등을 ‘가정불교의례’를 위해서 개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이나 형제들이 생경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연습이 되면 사찰법회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입니다. ‘가정불교의례’를 현대에 맞게 만들어 보급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박재현:  대규모의 법회보다는 △찾아가는 법회 △공동체 중심의 법회 △토론과 대화 중심의 상담형 법회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법회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교구본사에서 법회가 진행된다면 본사 주지 스님만이 법회를 진행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제, 세대, 관심사별로 법회를 나눠 소규모이지만 응집력 있는 법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법장 스님: 시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소규모로 변화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양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인사는 법회가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마애불 법회, 철야기도 법문에 온라인 법회 등 참여 가능한 것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도심사찰과 시골사찰, 큰 사찰과 소규모 사찰, 신도 연령층에 따른 사찰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응철: 포교환경 변화에 대한 생존·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선, 도심 포교 사찰이 지역 사찰, 농어촌 사찰과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도심 사찰은 신도 개인이 대중 속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경우가 많아서 도심 사찰 신도들이 일부러 작은 사찰에서 활동하기도 합니다.

‘찾아가는 가정법회’도 좋은 방법입니다. 서울의 자녀가 시골 부모님이 다니는 사찰의 스님과 네트워크를 갖게 되면 하나의 창구가 되어 여러 유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것 자체가 포교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사찰이던지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SNS로 소통되지 않는 곳이 없고 자동차가 있어 가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돌파구를 열어야 합니다.

 박재현:  저출산 고령화와 더불어 지역 소외 현상은 한국사회의 문제점입니다. 현재 사찰 대부분이 중소도시에 위치해 있는데 코로나가 이런 어려움을 가중시켰습니다. 스님들이 없는 절이 늘고 있습니다.

해답은 불교 공동체성 회복에 있습니다. 저는 사찰을 개방했으면 합니다. 출가자 중심 운영에서 사부대중 운영으로 전환해야 하고, 지역과 공존 공생하는 방향으로 사찰 운영이 전환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신도들에게 바른 보시의 길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욕망에 기반한 보시가 아니라 진정한 보시는 제대로 쓰고 전법하는 것임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사찰뿐만 아니라 불교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사찰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힘들더라도 불교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기꺼이 투자해 나가야 합니다.

 법장 스님: 승가에는 개인적인 이익 추구, 개인 사찰 개념이 없습니다. 승가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찰마다 다양성이 있습니다. 꼭 대형사찰과 같이 재와 기도로 사찰을 운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찰은 그마다의 특성을 살려서 운영해야 합니다. 시대와 상황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서 사찰 운영도 변화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코로나 블루’라고 할 정도로 국민적 우울감이 팽배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불교계는 현재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을 제시해주신다면.

 박재현: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이 수십 배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고, 음주도 20%가 늘었다고 합니다. 사회가 코로나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리적인 어려움이 함께 오고 있습니다. 이제 불교계는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역할과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들의 심리적 방역에 집중하고, 가진 재화로 나눔과 돌봄을 시행해야 합니다.

종단들은 불교계 명상심리전문가들과 함께 심리적 방역본부를 발족해서 온·오프라인에서 상담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사찰에서도 스님들이 신도들을 찾아가서 가정방문을 하고 신도들 심리상담을 하는 방안도 강구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의 사찰은 대규모 법회 공간보다는 불자와 국민들이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받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들은 불교계가 개발해야 합니다.

 김응철:  전북 진안 도림사에서 특강을 하러 갔는데, 15명이 왔습니다. 다들 코로나로 인해 법회를 봉행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사찰서 강의를 들어서 매우 좋아했습니다. 저는 사찰이 지역 주민들과 끈끈한 인연을 다지며 여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그곳에 보았습니다. 사실 그날 참석한 신도들은 사찰 신도 중에서도 지도자급에 해당됐습니다. 강의 내용도 정리해서 신도 커뮤니티에 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같은 유대감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많이 도움됩니다. 한국불교의 큰 단점은 재가불교지도자들이 없는 상황이란 점입니다. 지도자 양성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법장 스님: 심리적 방역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의 화두입니다. 그동안은 제2의 신천지나 사랑제일교회가 될까봐 걱정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입니다. 소규모 형태로 스스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함께 치유하는 모임 등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이를 운영하는 전략적 기구가 필요합니다. 선발된 인원을 잘 교육해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대담자들께서 생각하시는 코로나 이후 불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키워드로 정리해주신다면.

 법장 스님: ‘전통과 IT의 조화’입니다. 불교적인 것을 고수하면서도 발전하는 것이죠.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다닙니다. 모든 대중들이 미디어 확장성을 갖고 평등한 구조가 되는 것이 IT입니다. 이를 통해 불교는 대중들을 만나고 소통해야 합니다.

 박재현:  저는 한국불교에서 코로나19 사회에 대한 ‘전략과 방향성 수립’을 꼽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물적 토대서 벗어난 사찰 운영’입니다. 무빙템플처럼 물적 토대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도량이 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김응철: ‘행복 메시지’입니다. 사찰과 종단, 스님들께서 행복의 메시지를 주셨으면 합니다. ‘불교는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한다’는 것을 매일 조금씩 불자와 국민들에게 SNS와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인식시켜줬으면 합니다. 저도 매일 카카오톡으로 ‘행복 메시지’를 보내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저는 이런 운동을 종단의 영향력 있는 선지식들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좋은 지혜가 갖는 영향력은 향후 종단과 불교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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