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맞는 불교가치 개발 ‘1순위’

코로나 사태는 대면방식 위주의 포교신행활동이 비대면 형태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코로나 사태가 불교계에 던진 화두와 관련해 설문에 참여한 불교 오피니언 리더 100명 중 31%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불교적 가치 개발’을, 21%가 ‘시대에 맞는 신행프로그램의 개발’을 꼽았다. 특히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불교적 가치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출가그룹이 재가그룹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항목을 선택한 31명 중 스님은 64.5%(20명), 재가자는 35.5%(11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 중 31% 선택
전법·포교방식 변화 요구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묻는 질문에서 출가그룹과 재가그룹은 다른 지점에 주목했다. 스님들 중에는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으로 돌아가 대중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특히 반수에 가까운 스님들(8명)이 수행과 기도 등 승가의 본분사를 강조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부처님 가르침을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내 대중에게 다가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의 근본가르침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응답자들은 또 코로나 이후 오히려 불교의 가치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봤다. 생명존중과 상생, 연기사상과 보살행의 실천이야말로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마음치유를 이끄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변화된 사회상과 욕구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가그룹의 경우 부처님 가르침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아무리 뛰어난 가르침이라도 옛 방식을 고집한다면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해  불교의 근본원리를 보다 알기쉬운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가그룹이 1위로 꼽은 화두가 ‘시대에 맞는 신행프로그램의 개발’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음케어와 힐링 수요가 증가하는 시대, 명상·수행의 대중화야말로 불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인식을 방증하는 셈이다. C교수는 “사찰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개인 혹은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신행 컨텐츠를 개발하고, 스님·도반과의 비대면 소통 창구를 확대해 대면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대규모 법회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 이후의 신행프로그램은 소규모 형태의 세심한 교감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D 스님도 “사찰이라는 공간에서 대면으로 이어지던 신행풍토에서 벗어나 이제는 불자들이 각기 삶의 터전에서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온라인 정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정진앱, 수행앱, 온라인 수련회나 신행상담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변화’를 선택한 비율도 12%로 나타났다. 법회 방식의 전환 및 영상매체의 적극 활용이 요구되는 만큼, 종단 차원에서 스님과 종사자,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수였다.

이번 항목에서는 기타를 선택한 응답자도 7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 중 5명이 “전부다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으며, 다른 문항은 탈종교화 현상의 대안 마련(11%)과 불교의 대사회적 위상 강화(1%), 사찰 운영시스템 전환(9%), 환경에 대한 관심(7%) 등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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