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전환 ‘긍정적’·콘텐츠는 미흡
사찰 정기납부시스템엔 79% 찬성

비대면 포교방식 전환 추세에
전체 응답자의 96%가 ‘긍정적’
“시대 흐름에 부합” 등 평가해
비대면 소통 관련 콘텐츠 미흡

온라인기술 소외 해결 위해선
종단 차원의 포교전략 있어야
사찰 정기납부 도입 79% 찬성
신도연령 등 사찰격차도 지적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은 코로나 사태가 불교계 포교환경 변화와 종단·사찰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불교계가 산문폐쇄와 법회 중단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사찰에 신도들의 발길이 급감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본지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은 코로나 사태가 불교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분야를 묻는 질문에, 53%가 ‘법회·교육 등 포교환경’을 꼽았다. 이어 ‘종단과 사찰 재정’을 꼽은 응답자가 32%로 집계됐으며, ‘대외적 이미지’가 12%, ‘불교신행 및 불교신도수’가 3%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특히 전통적인 사찰 신행활동이 기존의 대면 방식에서 점차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음에 주목했으며, 향후 비대면 시대를 위한 포교전략과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인식해 주목된다.

또한 기존 대면 방식으로 납부되던 기도금·보시금이 급감하고 사찰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불교 오피니언 리더의 79%가 그 대안으로 사찰신도의 정기회원제 및 기도비·보시금의 정기납부 시스템 도입을 찬성해, 코로나 사태가 향후 사찰 운영시스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됐다.

◇포교환경 변화 크게 인식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은 출재가 구분 없이 코로나로 인한 법회·교육 등 포교환경 변화를 대단히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포교환경 변화의 정도를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63%가 ‘매우 크다’를 선택했으며 ‘크다’를 선택한 응답자도 28%로 나타났다. 응답자 100명 중 무려 91명이 코로나 사태 이후 포교환경이 크게 변화했다고 인식한 셈이다. 반면 보통과 작다, 매우 작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이는 전통적인 사찰 법회가 대면 형태로 지속돼 온 것과 달리, 코로나 사태로 갑작스런 변화를 겪으며 비대면 소통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로나 사태 전후 비대면 온라인 법회의 진행 여부(출가자 대상)와 참석여부(재가자 대상)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됐다.  본지는 이번 설문에 참여한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을 출가 50명, 재가 50명으로 분류하고 출가집단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 전후의 비대면 포교 시행 여부를, 재가집단에 대해서는 코로나 전후 대면·비대면 법회 참여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출가집단이 재가집단보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방식으로의 인식전환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님 50명 중 코로나 이전 온라인 법회 진행경험이 있는 경우는 11명(22%), 경험이 없는 경우는 37명(74%), 무응답 2명(4%)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법회를 진행 중인 비율은 25명(50%)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법회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한 스님은 신도 고령화와 비대면 기술의 부재 등을 그 이유로 꼽는 등 비대면 방식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반면 재가집단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는 사찰 대면법회에 54%(27명)가 참석, 44%(22명)가 미참석으로 답했으며, 코로나 이후 온라인 법회에 대해서는 50%(25명)가 참여, 44%(22)가 미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무응답 3%를 제외하면 기존에 정기적으로 사찰법회에 참석해 온 불자들이 온라인 법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또 재가 응답자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법회의 수준이나 비대면 콘텐츠의 미흡함을 지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일부 재가 오피니언 리더들은 온라인 법회에 대해 “단순히 대면 법회를 촬영해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공간이 주는 신앙적인 느낌의 부재로 흥미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는 상당수가 종단 차원의 콘텐츠·기술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대면법회를 그대로 온라인에 탑재하기 보다 온라인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를 모색해야 한다” “신도 연령대에 맞춘 설법 내용의 변화” “조명과 구도 등 화면의 완성도를 높일 것” “포교 대상의 명확화로 각 타겟층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등을 주문했다. 

◇비대면 소통 증가는 ‘긍정적’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은 비대면 포교방식의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 사태 이후 불교계 비대면 소통이 증가한 데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선사찰을 중심으로 유튜브 등 영상매체를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96%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도 48%에 달했다.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48명의 응답자들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스님들은 “비대면이 일상이 될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스님들이 이제라도 대중과의 소통방법을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Z세대 포교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바쁜 현대인들이 불교에 접근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그 이유를 꼽았다.

재가자들 역시 “젊은 세대 불교인구 확장에 기여할 것” “이미 사회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일상화됐지만 불교는 이를 외면해 오다가,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변화를 맞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편으로 비대면 소통의 증가추세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관련 컨텐츠 부족이나 사찰간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비대면 소통 증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들은 상당수 온라인 법회 등 비대면 소통이 불교의 가르침을 젊은 세대에 보다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포교 전략과 콘텐츠 다양성의 부재를 미비점으로 꼽았다.

B스님은 “종교적 공간에서 신행적 교감을 통해 신심을 가지는 기존 신도들의 경우, 온라인 법회 등 단순히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방식만 전환하는 것은 만족도도 낮고 효과도 적다”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비대면 포교방식이 기존신도와 대중들에게 외면받지 않으려면 단순히 시도에서 멈추지 말고 그에 맞는 포교전략 고민과 컨텐츠 개발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들을 중심으로 도심사찰이나 규모가 큰 사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신도가 많거나 규모가 작은 사찰 간 편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종단 차원의 컨텐츠 개발 및 제공, 프로그램과 기술에 대한 교육·안내 없이 각 사찰의 원력과 상황에 맡기다보니 그 격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A스님은 “사찰 간 신도연령의 차이도 있지만 사찰 여건상 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고 방법을 몰라서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종단 차원의 포교전략이나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 사찰들이 파생적으로 비대면 소통을 시도하다보니 사찰간 격차가 크고 컨텐츠 다양성이나 퀄리티도 미흡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비대면 포교방식서 주력분야는?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이 온라인법회 등 비대면 방식의 소통방식 가운데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로 불교문화콘텐츠(32%)와 주요법회 생중계(21%)를 꼽은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사찰의 비대면 소통방식 증가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현대사회에 맞는 새로운 포교전략과 콘텐츠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것과 맥을 함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문항에서 출가그룹과 재가그룹이 뚜렷한 인식차이를 보인 점도 눈에 띈다. 전체 1위로 나타난 ‘불교문화콘텐츠’ 항목의 경우 재가그룹 40%의 지지를 받아 1위로 집계된 반면, 출가그룹에서 이를 선택한 비율은 24%에 그쳐 3위로 나타났다. 또 출가그룹의 경우 가장 주력해야 할 분야로 주요법회 생중계(30%)를 꼽았으나 재가그룹은 12%만이 이를 선택했다.

이는 재가그룹이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포교방식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데 비해, 출가그룹은 기본 대면 형태의 신행활동의 비대면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 가운데 3위로 집계된 명상수행(17%)도 출·재가그룹의 인식차가 컸다. 재가그룹에서 명상수행을 주력분야로 꼽은 비율은 8%로 5위에 그친 반면, 출가그룹은 26%가 이를 선택해 2위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출가그룹은 주요법회 생중계와 명상법문 등 불교신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재가그룹은 불교문화콘텐츠와 스님 법문 등 불교대중화와 전법의 중요성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찰 재정에 미친 영향과 대안

코로나 사태 이후 종단과 사찰재정도 큰 변화를 맞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반년 넘게 사찰에 신도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한 데 따른 것이다. 불교계는 올 3월경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종단 지침에 따라 산문 폐쇄와 법회 중단 등 적극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무엇보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부처님오신날을 연기하고 법요식을 축소했을 뿐 아니라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 행사까지 전면 취소하는 등의 결단을 내렸다. 이 시기 전국 사찰에 불자들의 발길이 끊기자 기도비와 보시금이 급감해 사찰운영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설문에 참여한 불교 오피니언 리더들의 응답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코로나 사태로 불교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로 종단과 사찰 재정을 두 번째로 꼽았을 뿐 아니라, 영향의 정도를 묻는 세부질문에서 ‘크다’고 답한 비율이 91%에 달했다. 이 가운데 ‘매우 크다’를 선택한 비율도 59%로 나타나 코로나 이후 불교계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작다’를 선택한 비율은 7%, 무응답은 2%로 집계됐다.

코로나 장기화로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불교 오피니언 리더의 상당수가 사찰재정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신도회원제 운영이나 CMS를 활용한 기도비·보시금의 정기납부 시스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설문 문항 중 신도회원제와 정기납부 시스템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입장을 묻는 질문에서 79%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매우 찬성은 29%, 찬성이 50%로 집계됐다. ‘매우 찬성한다’는 답을 한 응답자들은 대체로 “현대사회에 적합한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사찰 재정 안정과 투명성에 기여할 수 있다” 등으로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바쁜 현대인들이 사찰에 오지 않아도 신도로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고, 사찰 입장에서도 보다 투명하고 안정적인 재원으로 포교 및 사찰 운영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찬성한다’를 꼽은 응답자들 중에서는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통해 대면 형태의 신행활동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C스님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소통이 강화되고 대면 소통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찰의 안정적인 운영과 가람수호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다만 보시와 공양 또한 신행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신도들이 사찰에 더 오지 않게 된다면 자칫 보시와 기도를 교환하는 거래성 관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법회의 질을 높이거나 대면 형태의 다양한 신행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찰과 스님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어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4%, ‘반대’는 6%, ‘매우 반대’도 1%로 나타나 총 21%의 응답자는 이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으며, 이유로는 “기도비와 보시금도 신행의 일부”이며 “편리하고 안정적인 사찰운영에는 이점이지만 사찰 본연의 역할과 종교적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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