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문제는 ‘종교편향’…장동혁 대표 끝내 사과 안 해

10월 21일, 진우 스님 재예방
불교계 현안 청취 수준에 그쳐
합장했지만 '종교편향'엔 침묵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다시 예방해 합장 반배로 예의를 갖췄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다시 예방해 합장 반배로 예의를 갖췄다.

기독교 편향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과 합장 대신 목례로 인사해 불교계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21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다시 예방했다. 지난 9월 22일 서울 조계사에서 진우 스님을 예방한 지 한 달 만이다. 이번에는 합장 반배로 예의를 갖췄지만, 논란이 된 기독교 편향적 발언에 대한 사과 표명은 없었다.

장동혁 대표는 10월 21일 서울 봉은사 구생원을 찾아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과 기획실장 묘장 스님, 사회부장 진성 스님, 사서실장 남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최진식 봉은사 신도회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헌승 국회 정각회장, 임이자 의원, 박성훈 의원, 박준태 의원이 함께했다.

이번 방문은 애초 '사과의 뜻'을 전할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예산심의 등을 앞두고 불교계의 현안을 청취하는 수준에 그쳤다.

장 대표는 “더 일찍 찾아뵈려 했으나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등으로 늦어졌다. 죄송하다”며 “참석한 의원들에게 불교계 현안을 말씀해주시면 잘 챙기겠다”고 인사했다.

진우 스님은 “정치를 포함해 인간이 살아가며 이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이견을 상생과 견제의 관계로 발전시켜야 건강한 시너지가 생긴다”며 “야당이 내공을 잘 길러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아무리 좋은 것도 자주 쓰거나 거칠게 쓰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 그것이 부메랑처럼 인과응보로 돌아온다”며 “정치도 계산이 필요하지만, 부드러운 언행과 지혜로운 판단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장동혁 대표는 “최근 쉴 때마다 스님의 책을 읽고 있는데, 어렵게 느껴진다”며 “책 머리말에 적힌 ‘깨우치고 나면 나고 죽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생각과 사고가 아직 미치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있을 때 정치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말과 생각, 행동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마음을 깨우치면 모든 일에 걸림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예방에서는 불교문화유산과 관련된 현안 논의도 오갔다.

진우 스님은 “우리의 산림과 숲이 지금처럼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스님들이 잠 안 자고 지켜온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각종 법안에 의해 규제만 받아 왔다”며 “불교는 1700년의 역사를 지닌 민족문화의 한 축이다. 종교의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로 인식돼야 한다. 국가지정문화유산의 60% 정도가 불교문화유산이다. 이런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이자 의원은 “우리 산과 숲을 지켜온 것은 사찰의 노력이 크다”며 자연공원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고, 장 대표도 “같이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답했다.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예방 자리는 공식적인 사과 없이 마무리 됐고,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 자리에서도 논란과 관련한 사과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예방 후 장동혁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달 전 취임 인사 이후, 예산심의를 앞두고 불교계 의견을 듣기 위해 방문했다”고 이날 예방 이유를 밝혔다.

‘합장 대신 목례를 한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부족해 불편함이 있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만 짧게 답했고, 기독교 편향적 발언에 입장을 묻자 “그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답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예방에서 합장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든 것은 마음에 중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런 형식적인 것으로 불편을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목례 인사로 불편한 분들이 있다면 그런 오해를 굳이 풀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이 제 종교적 성향을 이야기하지만, 정치할 땐 개인의 종교 신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그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봉은사 대웅전을 참배하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그간 장동혁 대표의 '합장'이 아닌 '종교편향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공개 사과와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부장 성웅 스님이 "10월 21일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해 직접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혀 추가 대응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날 장동혁 대표가 종교편향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하지 않아, 중앙종회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봉은사 대웅전을 참배하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봉은사 대웅전을 참배하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렸다.

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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