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정·이타적 실천 함께 해야 바른 명상”
명상 수행 통해 자비심 고양하고
실천하는 것이 불교적 명상 수행
선명상, 현 시대 맞는 포교 방편
제6회 서울국제명상엑스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명상컨퍼런스가 9월 25~26일 동국대 본관 남산홀 일원에서 개최된다.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명상 전문가와 해외 석학 6명·국내 석학 3명이 참석해 최신 명상 연구들을 공유하고 대중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본지는 국내 석학인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과 해외 석학인 해롤드 로스(Harold Roth) 미국 브라운대 종교학과 교수를 인터뷰해 지면에 게재한다.
Q. 대중들이 명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 나라다. 물질적 발전을 빠르게 이뤘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는 못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구의 명상붐과 함께 MBSR 등 현대적 명상기법들이 역수입됐고, 지식인·인플루언서 등의 명상 체험 공유가 확산을 거들었다. 이러한 복합 요인으로 명상을 찾는 흐름이 강해졌다.
Q.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명상과 불교 명상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반인들이 요구하고 쉽게 접하는 명상은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활 속 화나고 슬픈 감정들을 조절하고 다스리는 것이다. 반면 불교에서 추구하는 명상은 깨달음, 본성을 찾아가는 수행이다. 지향점은 다르지만 일반인들에게 명상은 분명히 필요한 시대가 됐다. 대중 명상 확산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Q. 총무원장 스님의 선명상 강의를 들어보면 감정 조절을 많이 말씀하신다. 선명상도 불교 명상의 대중화 버전이라고 생각해야 되는가.
일종의 ‘방편’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불교 수행의 중심은 ‘간화선’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최상승 수행인 ‘간화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장 화가 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반인이 화두를 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방편이 ‘선명상’이다.
이는 진정한 수행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이기도 하다. 수행의 단계를 둬 초심자 과정부터 고급 숙련자 과정까지 개발·보급해 선명상과 간화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단의 선명상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논의 중이다.
Q. 최근 사유와 성찰이라는 명상의 본질을 벗어난 ‘패스트푸드식 명상’에 대한 비판이 많다. 명상법의 선택이 소비자의 몫이 되어 버린 현실에서 올바른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명상이 최고’라는 식의 과도한 강조와 종교색은 최대한 지양하면서도 불교의 정신을 함께 투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교의 수행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대승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수행을 통해 자비심을 고양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불교적 명상 수행의 완성이다. 마음의 안정이 한 개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타적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명상’은 이에 대한 충분한 대안이자 현 시대에 맞는 포교의 실효적 방편이다. 탈종교시대 ‘명상’은 대중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접점이며 기존 용어보다 친화적으로 접근해 대중들을 불교의 길로 안내할 수 있다.
Q. 명상컨퍼런스에서 강연을 진행한다. 내용을 미리 소개해준다면.
우리나라 전통선은 초조 달마 스님과 6조 혜능 선사로 시작해 임제 스님, 대혜 종고 스님 등으로 이어지는 조사선 전통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전통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전해졌고 현대 명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또한 보조 지눌 선사의 정혜쌍수(선교일치) 정신이 동국대 불교·명상교육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도 조명하려 한다. 동국대 필수 교양 교육인 ‘자아와 명상’은 선(禪)이며 ‘불교와 인간’은 교(敎)다. 이처럼 동국대의 불교교육이 전통선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릴 예정이다.
Q. 최근 한국도 공교육 내 ‘사회정서학습’을 강화하는 추세다. 감정 조절을 통한 긍정적 대인관계 형성을 중점으로 두는 ‘사회정서학습’은 명상과도 가까워 보인다.
일선 교사와 교법사들과 이야기해보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통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고민들이 많았다. 명상은 스스로를 꾸준히 돌보는 훈련으로 지속 변화를 돕는다.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들과 함께 은석초등학교에서 서울시 방과후 수업 일환으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장 반응과 호응도 매우 높았다.
현재 학교 교육 시스템 내에 선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종단적으로 고민·준비하고 있다. 명상을 통한 정서교육은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Q. 이번 명상컨퍼런스의 의미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명상 관련 국내외 석학들이 대거 참여하는 컨퍼런스는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붓다브레인>의 저자 릭 핸슨 UC버클리대 그레이터 굿 사이언스 센터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마음챙김 수행을 통한 대학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한 에릭 룩스 브라운대학 마음챙김센터 소장, ‘명상학’의 선두 주자 해롤드 로스 브라운대학 교수 등에게 강연을 듣는 기회는 흔치 않다. 템플스테이와 정신건강, 의료현장에서 명상의 효용성을 살핀 국내 석학들의 강연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대중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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