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호계위원에 비구니 2인 참여
비구니 스님 사건 한해서만 심리
2014년부터 논의 있었지만 ‘무산’
올 3월 법계위원 탄생 긍정 요소
정운 스님 “개정안 상정·논의 기대”
2014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비구니 스님들의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종법 개정안이 오는 9월 5일 열리는 제235회 중앙종회 임시회에 상정될지 주목된다.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8월 25일 중앙종회사무처에 초심호계위원에 비구니 스님 2인이 참여하는 내용의 종헌 개정안과 ‘호계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호계원은 종단 내 징계와 권한쟁의를 심의‧판결하는 기구로, 현재 비구 스님들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구니 스님과 관련된 사건도 비구 스님들이 심리하면서 당사자의 상황을 내밀하게 살피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이 통과돼 비구니 스님이 호계위원으로 참여하면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어 당사자의 권익 보호와 판결의 신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최근 비구 종회의원 스님들을 직접 찾아 법 개정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호계위원회와 법규위원회 등 종단 기구에 비구니 스님이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비구니 스님의 참종권 확대는 물론 비구니 승가의 고유한 수행 특성과 역량을 종단 운영에 반영해 종단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이미 2014년 전국비구니회와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성명을 통해 “비구니 스님의 징계와 권한쟁의 심판에 있어 비구니 승가의 의견이 담보될 수 있도록 종헌‧종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이는 비구니 승가가 더욱 의욕을 갖고 종단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같은 해 6월 제198회 임시회에서는 비구니 스님의 법규위원, 초심호계위원 참여를 허용하는 ‘종헌’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7월 조계종 원로회에서 절차상 문제가 제기돼 좌초됐고, 이어 열린 8월 제199회 임시회에서 ‘종헌’ 개정안에 대한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됐지만 가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개정 논의가 번번이 무산된 데는 교리적‧정서적 배경이 존재한다. 특히 ‘율장에 의해 비구니가 비구의 잘잘못을 따지며 갈마 혹은 포살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높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비구니 호계위원이 비구 갈마에 포함되지 않고, 오직 비구니 스님의 사건에 한해서만 심리에 참여할 수 있어 율장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율장에서는 비구 승가와 비구니 승가는 각각 자치적으로 운영됐고, 비구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비구 승가, 비구니 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비구니 승가가 각각 독립적인 갈마를 통해 해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승가의 운영 방법을 규정한 율장 ‘건도부’에는 “비구들이 비구니들을 위해 갈마를 해서는 안 된다. 비구니들 스스로가 비구니들을 위해 갈마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분율(四分律)> ‘사분비구니계본(四分比丘尼戒本)’의 팔바리이법(八波羅夷法)에서도 “비구니들이 그 비구니에게 충고할 때에 그 비구니가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면 비구니들은 마땅히 두 번, 세 번을 충고해야 하니, 그러한 행위를 버리게 하고자 함”이라며 비구니가 다른 비구니를 갈마하는 모습이 나온다.
최근 조계종단 사상 처음으로 비구니 법계위원이 탄생한 것도 인식 변화의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올해 3월, 비구니 명사 법계 특별전형 심사에 비구니 법계위원 3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계법’이 개정됐고, 7월 본각‧계호‧광용 스님이 비구니 법계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비구니 승가의 참종권 확대 노력의 첫 제도적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계위원 위촉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도 “총무원장 재임 기간에 비구니 스님들의 권리와 권익에 조금이라고 기여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며 “준비하는 다른 계획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진정한 승가공동체를 향한 종단 차원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은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종회의원 정운 스님은 “종단이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눠 운영되는 상황에서 입법부에는 비구니 종회의원이 활동하고 행정부에도 비구니 스님들이 임명되고 있지만, 사법부에는 참여가 전혀 없다”며 “그간 호계원에서는 비구니 스님과 관련된 사건을 비구 위원 스님들이 심리해 비구니 스님의 상황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소한 비구니 사건에 한해서만이라도 문호를 개방한다면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최근 비구니 종회의원들이 70명의 비구 종회의원 스님들을 직접 찾아가 개정안 동의 서명을 받았다”며 “서명 과정에서 많은 종회의원 스님들이 개정안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시대 변화에 따른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적극 협조해 주셨다”며 개정안 상정과 논의에 기대를 나타냈다.
김내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