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여시아문 간담회’ 개최
현덕 스님 “현안 청취 자체가 큰 의미” 환영
전통사찰 화재 방지 위한 국가 책임 강조
케이블카 개발로 생태 파괴 강한 우려
김영배 의원 “불교문화 정책에 적극 반영”
6월 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아 불교계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불교본부(본부장 김병주, 김영배)는 5월 14일 통도사에서 ‘여시아문 신수봉행(如是我聞 信受奉行)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 불교본부와 불교위원회가 조직을 재정비한 후 처음 마련한 공식 간담회로, 불교계와의 소통 강화 및 공동 정책 발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은 환영 인사를 통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온 사찰 현안을 정치권이 직접 들으러 와준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국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불교계에서 통도사 주지 현덕 스님, 종정 예경실장 동진 스님, 중앙종회의원 보화 스님, 울산시사암연합회 혜원 스님, 문수사 주지 문성 스님, 삼성사 주지 석운 스님, 내원사 주지 지조 스님, 석남사 주지 천조 스님, 울산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천도 스님 등이 참석해 불교계 주요 현안을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본부장이자 종교본부장을 맡은 김병주 최고위원을 비롯해 불교본부장 김영배 의원, 불교상임부본부장 이수진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해 정책 공약 이행 의지를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특히 전통사찰의 방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보화 스님은 “의성 고운사 산불 피해나 과거 낙산사 전소 사례를 보더라도 아직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산불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프링클러, 수막 설비 등 방화 시스템이 조속히 갖춰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스님들은 전체 국가 지정문화재의 60~70%를 조계종이 보유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며 방재 대책은 ‘민원’이 아닌 ‘국가 책임’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도사 인근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환경 파괴 문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울산불교환경연대 천도 스님은 “전국 41개 케이블카 중 흑자 운영은 3곳뿐”이라며 “명백한 적자 사업임에도 전통사찰의 경관과 생태를 파괴하는 케이블카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보종찰 통도사 인근에까지 무분별한 개발이 추진되는 현실에 대해, 민주당이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공약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의원은 “스님들께서 지적한 지목 현실화, 문화유산지구 관리, 방재 설비 도입 등의 제안을 무겁게 새기겠다”며 “문화재청, 문체부, 지자체로 나뉜 체계를 통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사찰은 종교 시설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의 동반자”라며 “사찰림의 환경적 가치와 불교계의 문화 기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불교본부 소속 의원들이 전국 교구본사뿐 아니라 말사까지 직접 찾아 현안을 듣겠다”고도 밝혔다.
제도 개선 관련 요구도 이어졌다.
스님들은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에서 사찰 자부담률이 20%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5~10% 수준으로 완화하고 국고보조 상한선을 8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전통사찰 미등기 건축물 양성화 특별법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관계 부처 간 협의와 지자체 지침 정비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밖에 △사찰림 관리 예산 확대 △연등회 등 전통문화의 전국 확산 및 관광산업 연계 △지류 문화재 보존과 유네스코 등재 추진 △동물권 및 생물다양성 보전 △소규모 사찰 지원의 형평성 확보 등 다양한 사안들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천성산 해맞이공원 조성 사업의 생태계 훼손 우려가 제기되며, 통도사 경내 자연환경의 보존 필요성이 거듭 강조됐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김병주 최고위원은 “오늘 통도사를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간담회보다도 유익했고, 기후위기 문제까지 아우르는 수준 높은 논의였다”며 “대부분이 불자이거나 불교를 사랑하는 의원들인 만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함께 풀어간다면 하나하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후보도 불교계 현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주 스님들을 찾아뵙고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불교 중흥과 한국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중앙선대위 불교본부는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별 주요 교구본사와의 순회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