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9. 해열제 교차 복용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 아이 해열제 복용법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따르르릉.”
환절기라 감기 환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와중에 눈치 없는 약국 전화기가 울려댄다.
“여보세요?”
“우리 아이가 열이 안 떨어져요!!”
“우리 아이 누구요?”
“왜... 왜... 오전에 약 받아간 아이요!!”
“아, 저희 오늘 오전에 약 받아간 아이가 50명 정도 되는데요.”
“왜... 왜... 그 빨간 티 입고 간 귀엽게 생긴 남자애 있잖아요!!”
“아니, 어머니. 아이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5월은 감기가 유행하는 달이다. 다른 말로 약국의 성수기라고도 한다. 보통 감기는 춥디추운 겨울에 유행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약국에서 겪어보면 1, 2월은 오히려 감기 환자가 적다. 왜 그럴까? 분명히 추울 때 감기가 많이 걸릴텐데. 통계를 보니 감기 환자는 1~2월과 7~8월에 급감한다. 이 시기의 공통점이 무엇이길래 감기 환자가 적은걸까?

유레카!! 이 시기는 방학이라는 자비로운 기간인 것을 알아챘다. 그랬다. 감기는 추위병이 아니라 전염병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시기는 감기 환자가 많아지고, 방학이 되면 그런 전염병은 뜸해진다.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었던 코로나 시기에 감기와 독감, 수족구 같은 질병이 전멸하다시피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오늘은 감기 증상과 동반되는 열과 관련하여 해열제 복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첫째. 열이 몇 도이면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요?
열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했을 때 반응하는 정상적인 면역반응 중 하나다. 열이 나야 몸의 대사가 활발해지고 세균 바이러스와 더 잘 싸울 수 있게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우리 아이의 몸이 외부 침입자와 잘 싸우고 있다는 것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필자는 귀 체온계 기준으로 38.5도 이상의 고열일 때는 해열제를 먹이는 것으로 안내하고, 37~38도 사이의 미열이 나는 경우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해열제를 바로 먹이지 말고 조금 지켜보라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미열이더라도 아이가 힘들어하고 보챈다면 해열제를 바로 먹이는 것이 좋다. 절대적인 체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컨디션과 상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둘째, 해열제의 교차 복용에 대해 알려주세요. 
해열제 교차 복용이란 아이의 열이 쉽게 잡히지 않을 때 두 가지 계열의 해열제를 번갈아 복용하는 것을 말한다. 해열제는 타이레놀 계열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과 부루펜 계열으로 알려진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성분이 있는데, 상비약으로 두 가지 계열의 해열제를 모두 구비 하는 것이 좋다. 부루펜으로 알려진 이부프로펜 성분은 만 12개월 이상 아이부터 복용 가능하고, 맥시부펜으로 알려진 덱시부프로펜 성분은 만 6개월 이상 아이부터 복용 가능하니 아이 나이에 맞게 구비 해 두면 되겠다.

흔히들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2시간 간격으로 먹이는 것을 교차 복용 방법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필자는 시간 간격에 매몰되어 아이가 열로 힘들어하는 것을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보는 것보다는, 시간 간격을 신경 쓰지 말고 해열제를 먹이라고 안내한다. 

물론 두 계열의 작용 기전이 다르고 약물의 작용 시간의 효율성을 위해 2시간 간격이 가장 좋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효과가 없을 때는 즉시 다른 계열의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실제로 심한 열 몸살에 두 가지 계열의 해열제가 동시에 처방되어 포장되는 경우도 흔하니 말이다. 

셋째, 두 계열의 해열제 중 어떤 것을 먼저 먹이는 것이 좋나요?
평소 우리 아이가 잘 듣는 해열제를 먼저 먹이는 것이 정답이다. 꼭 우선순위를 정해보자면 이부프로펜 계열을 먼저 복용해 보도록 권하는 편이다.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제가 소염 작용도 있을뿐더러 작용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넷째, 해열제를 교차로 먹었을 때 저체온증이 오지 않나요?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으로 인해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장치가 고장 나서 기준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열제는 이 체온 기준점을 정상으로 돌려서 열을 떨어트리는 것이므로 해열제를 먹는다고 해서 체온이 정상보다 내려가지는 않는다.

해열제 때문이 아니라 열이 나면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는 있다. 열로 인해서 땀이 났을 때 땀에 젖은 옷이 식으면서 아이의 체온을 뺏어가서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고, 너무 차가운 물수건을 쓰거나 주변을 너무 차갑게 하는 것도 저체온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체온증은 해열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열이 난 상황 자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니 해열제의 복용이 저체온증을 일으킨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해열제는 누구나 상비해두고 있고 자주 쓰는 약이지만, 의외로 우리는 해열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가끔 열만 내리는 해열제는 필요 없다, 열은 저절로 내린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제발 그러지 마시라. 해열제 무소유를 외치다가 고열을 동반한 고약한 병치레를 소유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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