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 해소에 왕도는 없다
숙취의 증상은 사람마다 달라
각자에 맞는 숙취해소제 선택
“약사님, 술약주세요~“
“음주 전에 드시는 제품이 있구요, 음주 후 숙취에 드시는 제품이 있어요. 어떤 제품이 필요하세요?“
“아니, 그냥 가레오랑 헤포스랑 주세요.“
“아, 그게 평소에 잘 맞으시던가요?“
“유튜브에서 그게 제일 좋다고 하던데요?“
“유튜브에서 좋다고 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는 약이 제일 좋지 않을까요?“
인사이동이 잦고 동장군이 한 발짝 물러나는 3월 즈음이 되면, 약국에서는 잦아진 술자리로 인해 숙취 관련 제품이 인기다. 요즘은 유튜브나 SNS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하여 숙취에 관련된 여러 가지 정보를 미리 습득하고 약국을 찾는 손님이 많다.
곧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술 냄새를 풍기며 쓰린 위를 부여잡고 숙취해소제를 찾는 손님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제 즐거웠을 술자리가 내심 부럽기도 하다. 도대체 얼마나 즐거웠길래 이기지 못할 술을 저렇게 마셨을까.
숙취에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두, 세 가지 제품의 조합으로 숙취에 최고라고 광고하는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숙취는 굉장히 다양하게 흉폭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슬며시 스며든다. 그리고 그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머리가 아픈 사람, 속이 불편하여 구토하는 사람, 설사 하는 사람, 술이 깨지 않아 계속 정신이 없는 사람 등 천태만상이다.
숙취는 왜 생기는 걸까?
술을 마시게 되면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가 되는데, 이 물질을 재빨리 해독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이 말썽쟁이 녀석이 우리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불편함을 유발한다. 머릿속 혈관을 확장하여 두통을 일으키고, 위장 점막을 자극하여 메스꺼움과 구토를 일으킨다. 그리고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여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숙취 해소에 왕도는 없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여러 모습으로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에 각 증상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음주 후 두통에는 삼두해정탕, 속쓰림에는 위를 보호해주고 위산을 중화시키는 짜 먹는 위장약 시럽, 매스틱 같은 제품들이 효과가 좋다. 울렁거리고 구토, 설사가 있다면 반하사심탕, 인진오령산 같은 한방 제제가 효과가 좋고,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하다면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가레오, 아티초크 같은 성분의 제품이 좋다. 음주 후 피곤하고 어지럽다면 충분히 당을 공급해줄 수 있는 과일 쥬스나 포도당, 달달한 숙취해소음료가 도움이 될 것이다.
숙취해소제에는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식약처에서 이러한 기능성을 인증받은 원료는 밀크씨슬추출물, 헛개나무 과병 추출물, 표고버섯균사체추출물, 복분자추출분말, 브로콜리스프라우트분말, 유산균발효다시마추출물 등이 있다. 이러한 원료가 포함된 숙취해소제나 간 영양제는 음주로 지친 간의 보호와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약과 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이 존재하므로, 다양한 숙취에 딱 맞는 제품을 고르기란 사실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숙취해소제는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어 특별한 인체 적용시험이나 근거를 가지지 않아도 ‘숙취해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5년 올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숙취해소제를 기능성식품으로 분류하여 과학적으로 효능이 입증된 제품에만 ‘숙취해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접하던 제품들에서 갑자기 ‘숙취해소’라는 단어가 사라진 경우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제품들이 숙취에 아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미처 아직 효능을 입증해야 할 시험결과를 얻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고, 그럴 필요성이 없는 지지기반이 탄탄한 제품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숙취해소’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제품이라면 검증된 효능이 있다는 뜻도 될 것이다.
숙취는 굉장히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이성과 같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이상형이 다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취향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것처럼 사람에 따라, 그 날 주종에 따라 숙취의 모습이 다를 수 있고, 몸의 상태에 따라 숙취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격렬한 술자리 다음날, 출근을 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 자주 겪던 익숙한 불편함이 있다면 평소 잘 들었던 숙취해소제 조합을 기억하여 구매하는 것도 좋다. 이미 내 몸으로 수차례의 임상 시험을 거친 나만의 조합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새로운 불편함이 있다면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 약국을 찾아가 불편한 증상에 대해 잘 이야기해보자.
혹시 또 아는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나의 이상형을 만나게 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