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7. 고혈압약

약 없이 고혈압 잡으려면?
혈관 압력 높으면 터질 위험 증가
올바른 생활습관·식습관 갖춰야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약사 양반 혈압 팍팍 낮추는 약 있는가?”

“네, 있지요.”

“줘봐.”

“병원 다녀오셔서 진단을 받으셔야 해요.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라….”

“에이~그런 거 말고! 혈압약은 먹기 싫어. 혈압약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정말이야?”

흔히 대사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질환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던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올바른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지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체중을 적당하게 잘 조절을 한다면, 높아진 혈압도 낮아지고, 혈당과 콜레스테롤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말만 들으면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잠시 글 읽는 것을 멈추고 눈을 감고 생각해봅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 중 체중을 원하는 만큼 빼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에 성공하신 분 계신지요? 매일 매일 유산소와 근육운동을 적절하게 섞어서 꾸준히 하고 계신 분은요?

아마도 많이 없으실 겁니다. 

체중조절과 꾸준한 운동으로 대표되는 건강한 삶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혈압약과 당뇨약, 콜레스테롤약 같은 만성질환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20대의 젊고 건강한 신체에는 대부분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신체의 기능이 아주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 여러분의 몸은 세월을 피해가기는커녕,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20대와 상당 부분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신체를 20대의 것처럼 관리를 잘 할 수 있는 분이라면 아마도 혈압약, 당뇨약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약국에서 근무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혈압이 높아졌다고 한탄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해드립니다. 

“어르신, 태어날 때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을 지닌 채 태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신체의 노화로 인하여 서서히 높아진 수치들이, 어느 날 검사를 해 보았을 때 정상을 넘어간 수치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사성 질환이 왜 무서운지, 왜 매일매일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혈압이 높다는 것은 혈관 벽에 걸리는 압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혈관은 풍선과 같습니다. 한번 부풀어진 풍선에 바람을 빼면 뭔가 흐물흐물하게 탄력이 없어지지요? 혈관도 압력이 높으면 혈관이 약해지며 터질 위험이 올라갑니다. 만약 터진 혈관이 운 없게도 뇌나 심장 쪽이라면? 그게 바로 뇌출혈, 심근경색이 됩니다. 

좁고 경직된 혈관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심장이 힘들게 펌프질을 한다면 심장에 무리가 가겠죠? 심장에 무리가 가서 어느 순간 고장이 나버리면 그게 바로 협심증, 심장마비가 됩니다.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것은 피가 기름지다는 뜻입니다. 기름진 혈액은 그만큼 혈관벽에 잘 달라붙어 혈관이 좁아지고 막힐 위험을 높입니다. 뇌혈관, 심장혈관이 막힌다면? 뇌경색, 뇌졸중이 됩니다.

당뇨는 소변으로 당이 나온다는 뜻이고, 혈액이 설탕물처럼 진득진득해진다는 뜻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혈액을 걸러주는 신장이 망가지게 되고, 손끝 발끝으로 혈액공급이 잘 안 되어 손끝 발끝이 저리고 아프며, 심한 경우 손과 발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혈액이 여러 장기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지 못하게 되니 신체의 모든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무서운 질환이 대사성 질환입니다. 내게 남은 삶의 시간과 질을 결정하는데 밀접한 수치가 바로 이런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이지요.

저는 이런 약을 드시기 싫어하시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혈압약을 드시는 것은 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 혹은 공사장에 갈 때 안전모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큰일 나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고 관리하셔야 합니다.”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약을 못 끊는 것이 아니라, 혈압이 이미 높아졌기 때문에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이며, 약의 도움 없이 혈압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혈압약을 중단하기 힘든 것입니다. 

아직도 특별히 생활습관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이 무작정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은 드시기가 싫으시다면?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삼도천을 건너는 유람선의 급행 티켓을 발권하셨습니다. 안전벨트 꽉 붙들어 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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