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8. 임산부가 시기별로 챙겨 먹으면 좋은 영양제

임산부 영양제, 병원·약국 도움으로 신중한 결정을 

태아·임부 상태 따라 영양소 달라
평온한 상태 태교가 좋은 영양제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임종섭 울산희망약국 대표약사

어느날 20대 중반 남짓 되어 보이는 여성이 약국으로 들어와 은밀하게 말을 건넨다.

“여자 약사님은 없나요?”
“네. 약사라고는 달랑 저 하나입니다.”
“임신테스트기 하나 주세요.”
“아… 생리 예정일이 지나셨나요?”
“그건 왜요?”
“생리 예정일 전이면 감도가 좋은 빠른 테스트기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고, 생리 예정일이 지났다면 좀 더 확실히 결과를 알 수 있는 테스트기를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시큰둥하게) 딱 예정일인데요?”

약국 안에서는 늘 당당한 필자이지만 이런 까칠한 손님과는 대화를 원활히 진행할 자신이 없다. 대화를 중단하고, 원하는 제품을 계산해 드린 뒤 그래도 가시는 뒷모습에 한마디 인사를 건네본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따스한 봄날, 이번 회차에서는 다름 아닌 임신 중 필요한 영양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임신을 확인하는 순간은 빨라도 임신 5주에서 8주 사이이다. 그래서 임신 극초기에는 영양제를 복용하려고 해도 딱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임신인 줄 모르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겠는가? 딱 하나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임신 준비부터 임신 중까지 꾸준히 먹는 것으로 알려진 엽산 정도가 있겠다. 

엽산은 비타민B9의 별칭이며, 임신 초기 태아의 신경관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그렇기에 엽산이 부족하면 조산이나 태아의 체중 미달, 성장지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엽산이 결핍된 경우에는 태아의 척추와 신경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선천적인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습관적인 유산을 할 수도 있다.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의 경우에는 하루 400μg 이상의 엽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임신 시에는 엽산의 필요량이 증가하므로 하루 600μg 이상의 엽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만약 엽산 결핍으로 인하여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그 이상의 엽산을 섭취하는 것이 추천된다. 엽산 제품도 좋지만, 천연으로 섭취를 원하는 경우는 엽산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엽산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쑥갓, 메추리알, 시금치, 들깻잎 등이 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이 심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른 영양제를 따로 권하지 않는다. 임신 중에 필요하다고 알려진 철분이나 칼슘, 오메가3 등은 임신 초기에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모두 위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뜩이나 속이 불편한 임신 초반에는 복용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입덧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태아의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는 바이다.

임신 중기로 넘어가서는 태아의 혈액생성이 활발해지고 산모의 혈액 필요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철분제 복용을 추천한다.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를 통해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는 경우 철분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보통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철분제는 함량은 높지만 변비나 속쓰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그런 경우에는 철분의 함량이 낮더라도 흡수율이 높고 부작용이 덜한 유기철분 제제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철분제 복용 시에는 항상 충분히 물을 마시고, 비타민C가 풍부한 음료나 과일을 함께 섭취한다면 철분의 흡수를 높일 수 있다. 

임신 후반기에는 태아의 뼈와 치아의 형성을 돕기 위해 칼슘이 필요해진다. 하루 약 1000mg의 칼슘 섭취가 권장되며 우유, 치즈, 요거트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후반기에는 태아가 뱃속에서 커지면서 위나 장을 누르기 때문에 음식섭취량이 줄고 속이 다시 불편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칼슘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칼슘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칼슘과 철분을 동시에 복용하고 있다면 이 둘은 서로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필요한 영양소를 하나 더 추천하자면 오메가3이다. 오메가3는 EPA와 DHA 성분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DHA 성분이 태아의 두뇌발달과 시각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는 오메가3를 고를 때 약사의 추천을 받아 DHA가 풍부한 오메가3를 고르는 것이 좋으며, 오메가3의 중금속이 걱정되는 경우에는 식물성 오메가3를 고르는 방법도 있다. 오메가3를 섭취하는 분 중 출산 시 출혈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고용량만 아니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너무 우려되면 한 달 전부터 중단하면 문제없다. 

임신과 출산은 한 생명이 잉태되고 탄생하는 굉장히 숭고한 과정이며, 부모 입장에서는 인생에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특별한 이벤트이다. 뱃속 태아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태아의 성장 시기와 임부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다르니 이는 병원과 약국의 도움을 받아 신중히 결정할 일이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가 있다고 한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마음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욕망과 집착이 소멸된 평온한 마음을 가지고 태교를 한다면 아이는 저절로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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