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밤하늘 밝힌 10만 연등행렬…다시 일상으로

연등회, 4월30일 동대문~조계사 연등행렬
​​​​​​​거리 가득 메운 인파에 ‘일상 회복’ 실감

서울 밤하늘을 수놓은 연등의 물결은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향하는 희망과 치유의 여정이었다. 연등행렬을 위해 종로 일대 도로가 전면통제된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3년만의 일이다. 저마다 행렬등을 손에 들고 각양각생의 장엄등 행렬을 뒤따르는 참가자들의 얼굴은 환희로 빛났고 이를 반기는 시민들의 환호성은 다시 돌아온 일상을 실감케 했다.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원행)는 4월 30일 서울 동대문에서 조계사까지 연등행렬을 펼쳤다. 올해 연등행렬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불교계가 처음으로 봉행하는 대면대규모 행사이자, 연등회가 202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메인무대이기도 하다. 해가 저물고 한층 추워진 날씨에도 연등행렬 구간의 거리마다 행렬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가득했다.

연등행렬의 백미는 서울 주요사찰과 불교계 단체 50여곳에 소속된 불자들이 직접 제작한 장엄등과 행렬등이다. 갑작스레 앞당겨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미처 준비하지 못했으리라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인로왕번과 오방불번이 선두를 외호하는 가운데 사천왕등과 범천등, 제석천등에 이어 문수‧보현보살을 상징하는 사자등과 코끼리등, 육법공양등이 행렬의 선두에서 환하게 빛을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장엄등도 단연 인기의 중심이었다. 관음종의 폴리등, 로보카 로이등, 로보카 엠버등, 로보카 헬리등을 비롯해 한마음선원의 스누피와 연등놀이등이 올해 주목받는 대표적인 연등으로 꼽혔다. 장엄등이 지나는 곳곳에서 박수소리가 이어졌고, 연등행렬 참가자들은 행렬등을 흔들며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전했다.

아들과 함께 연등행렬을 찾았다는 박은혜(40)씨는 “아이가 좀 걸어다닌 후로는 코로나 때문에 연등회를 보여주지 못했다. 올해는 연등회가 열린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기다렸다”며 “날이 생각보다 너무 춥긴 했지만 거리에서 함께 행렬을 기다리고 또 함께 환호하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라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고 전했다.

발우등과 코끼리 등을 들고 석가모니정근을 하는 중앙승가대학교와 석림회 스님들의 뒤를 이어 등장한 어린이‧청소년들은 시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동자‧종녀 장엄등 뒤로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와 조계종립 은석초‧부여중‧부고 등 종립학교 학생과 한국스카우트연맹 어린이들이 태극초롱등과 별등, 오색팔모등을 들고 환한 웃음을 보이면, 거리에 앉아 행렬을 기다리던 시민들의 환호에 거리에 활기를 더했다.

프랑스 출신 파비앙 씨는 “한국에 온지 2개월이 지났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내가 정말 한국에 와있음을 실감했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모양의 빛나는 등을 가지고 지나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서로 모르는 사이에도 인사하고 웃고 즐기는 순간이 행복을 줬으며 이런 모습이 한국의 전통적인 ''의 문화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환한 미소를 전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올해 연등회는 유네스코 등재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면행사로, 이제 연등회가 명실상부 한국불교 문화만이 아닌 전 세계의 문화로 우뚝 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라며 “부처님오신날 뿐 아니라 1년 모두가 부처님오신날이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마음 속 연등을 밝히며 모든 날마다 부처님가르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등행렬의 마지막 회향한마당은 종로 사거리에서 오후 9시부터 펼쳐진다. 흥겨운 찬불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등행렬 참가대중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마음으로 소통하는 환희로운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사진=박재완 기자  waniholl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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